[톱스타 성공 키워드]‘통’ 큰 남자 강·호·동

할 말 다 하고, 들을 말까지 다 들어

강호동은 한 시간짜리 방송을 위해 제작진이 이제 그만 됐다고 해도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게스트를 어르고 달래면서 녹화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의학에서는 ‘통즉불통 불통즉통’라는 말이 있는데 ‘잘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고통이 온다’는 의미다. 간혹 스타 중에는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외골수가 있다. 또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마음과 귀를 닫아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제 아무리 아프고 쓰리다 한들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것이 스타의 운명일 터. 이 세상이 말 속에 칼을 물고 덤비는 심란한 곳이지만, 팬의 일방적인 동경을 즐기는 데서 머물면 스타에게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잘 나가는 스타는 언제나 소통에 진심을 다하는 유형이다. 더군다나 대중은 이제 스타의 입에서 진심과 잔재주를 구별해낼 줄 안다.

여기, 제대로(어쩌면 심하게) 소통하는 남자가 있다. 그것도 사방팔방 큰소리 뻥뻥 쳐가면서 할 말 다 하고, 들을 말까지 다 듣는 남자. 현재 가장 비싼 몸값을 받는다는 방송인 강호동이다. 7~8년 전만 해도, 연예인에게 치부를 묻는 것은 일종의 ‘금기’였다. 연예인과 제대로 소통하기에는 늘 보이지 않는 벽을 사이에 두고 주고받는 태생적인 답답함이 있었다. 그런 금기를 깬 남자가 바로 강호동이다.

언젠가 철없던 필자는 토크쇼에서 성형설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가 여배우가 출연을 안 하겠다고 펄펄 뛴 탓에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던 경험 때문에 성형 어디 했냐고 스스럼없이 질문하고, 이혼 후 편안하냐고 대놓고 묻는 강호동을 보면서 쾌재를 불렀다. 그것도 옐로 방송도 아닌 메이저 방송의 프라임 시간대에서 그렇게 속시원한 모습을 보여준 사람은 강호동이 처음이다. 정형화된 답변이 아니라 당황하면서도 솔직하게 말하는 스타의 복잡하고 미묘한 얼굴을 보며 느낀 후련함이란. 그처럼 ‘무릎 팍 도사’의 성공 뒤에는 강호동의 집요하고 치밀한 계산과 불도저 같은 무모함이 있다.

치밀한 계산·불도저 같은 무모함
그는 한 시간짜리 방송을 위해 제작진이 이제 그만 됐다고 해도, 세 시간 네 시간 게스트의 진을 빼놓는다. 그리고 더 들을 얘기가 없을까 싶어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게스트를 어르고 달래면서 녹화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호동은 늘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가장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작가만큼이나 게스트에 대한 사전 준비와 공부를 마치고 무대에 오르는 진행자다. ‘무릎 팍 도사’ 담당 작가인 정다운씨는 강호동의 성공 요인을 “시청자의 눈높이로 궁금함의 정곡을 찌르는 것과 끊임없이 노력하는 데 있다”고 했다. 그렇게 녹화 내내 에너지를 100% 쏟아내기 때문에 촬영이 끝난 후에는 항상 입고 있는 티셔츠가 흠뻑 젖는다고 한다. 그리고 강호동의 이미지는 책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는 “학창시절 워낙 책을 안 읽어 지금 읽는 책이 다 새롭고 쏙쏙 들어온다”면서 차 안에는 항상 명언집과 베스트셀러가 놓여 있다.

최대웅 예능작가협회장이 경험한 일화다. 몇 년 전 강호동이 MC를 보던 모 프로그램에 그룹 캔이 초청됐다. 당시 배기성의 콘셉트가 수염을 기르고 야성미를 강조하던 때였다. 하지만 콩트 내용상 수염이 도저히 어울리지 않았는데 차마 제작진이 깎으라는 말을 못하고 머뭇머뭇하고 있었을 때 강호동이 그 이유를 물었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강호동은 배기성이 대기실에 들어오자마자 “기성아 니 수염 깎아야 된데이~”라고 말했고, 이 한 마디에 배기성은 두말없이 수염을 깎았다. 덕분에 한동안 매직으로 수염을 그려야 했던 우스갯소리가 있다. 시청자를 위해서라면 일단 무식하리만큼 밀어붙이는 뚝심이 바로 강호동표 정공법이고 카리스마다.

강호동의 속사포 같은 대사를 듣고 있으면 어디까지 대본이고 어디까지 애드리브인지 궁금하다. 만일 대본이라면 너무나 감쪽같이 소화하는 것이고, 애드리브라면 너무나 치밀하게 계산된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1박2일’ 대본을 본 후에 “대본을 이렇게 완벽하게 소화하는 진행자였나”라고 느꼈고, 그 능청스러움에 놀란 적이 있다. 그는 제작진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즉각 행동한다는 것이다.

강호동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 KBS 2TV ‘1박2일’. ‘대장’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강호동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소외되고 토라지는 ‘연약한’ 이미지 변화를 시도했다.

‘1박2일’ 같은 경우는 사실 연예인들이 기피하는 3D 프로그램이다. 설정이 아니라 실제로 밥도 안 주고 눈보라가 몰아쳐도 밖에서 재운다. 1박2일의 이우정 작가는 “처음에는 솔직히 겁도 났다”면서 “연예인이 반항하면 어쩌지, 최소한 밥은 줘야 하나라는 고민에 연기자를 어떻게 설득할지 한참 고민하고 긴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첫 촬영 때 강호동은 배고픈 표정이 제대로 나와야 한다며 그날 모두 굶었다. 카메라가 안 돌아가도 굶었다. 그렇게 밥을 사랑하는 강호동이 밥을 안 먹자 후배들도 먹을 수가 없었다. 제작진이 말하기 전에 강호동이 알아서 프로그램의 콘셉트와 포인트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알아서 행동한 것이다.

힘찬 고성이 부담스러울 때도
강호동은 프로그램이 마음에 드는 아이템이건 아니건 제작진을 철저하게 믿는다. ‘어떻게 하면 쉽게 갈까’ 혹은 ‘어떻게 하면 튈까’ 등의 잔꾀를 부리지 않는다. 그저 처음에 의견만 제시하고 결정이 내려지면 카메라 앞에서 죽어라 열심히 할 뿐이다.

회의 단계에서 함께 의견을 나눈 경우에도 헤어질 때는 “내 말 너무 믿지 마소~ 나 많이 틀려요. 감독님들 감각대로 하이소~”라고 할 정도다. 톱 MC와 함께 일하는 제작진에게 더없이 고맙고 감사한 말이다. 또 촬영이 끝난 뒤에도 이러쿵저러쿵 불만 없이 ‘쿨’하고, 제작진에게 스트레스를 주지도 않는다.

강호동을 오래 지켜본 이우정 작가는 강호동의 성공 키워드로 ‘제작진과 시청자에게 솔직하게 다가가는 뚝심 있는 태도’를 꼽는다. 이 작가는 “연예계의 내로라하는 MC와 일하다 보면 의외로 작가들이 MC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스타 MC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잘 하는 것 등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어필하는 경우가 많은데 때로는 그게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이 작가는 또 “하지만 강호동은 본인의 감각보다 제작진의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내가 보기에 강호동의 감이 제일 우수한 데도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강호동의 진행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게스트 고막의 안녕까지 생각하게 된다. 강호동의 힘찬 고성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성대도 걱정된다. 순발력과 재치로만 보자면 대한민국 1인자지만, 시종일관 ‘최고출력’의 고성을 듣고 있으면 보는 시청자도 힘에 부친다는 불만도 많다. ‘천하장사’ 출신이기 때문인가. 뭐랄까 과도한 힘이 때로는 지켜보는 시청자에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이는 강호동이 극복해야 할 자신만의 색깔이자 한계일 것이다.

강호동 하면 떠오르는 ‘대장’ 이미지가 언제 하수인으로 바뀔지 모르지만 다행히도 다소 무겁고 다가가기 힘들었던 존재감이 최근 많이 바뀌었다. ‘1박2일’에서 소외되고 토라지는 ‘연약한’ 변화는 꽤 반가운 유턴이다.

톱스타 성공 키워드

하지만 그가 앞으로 어떤 방법론을 택하건 ‘어떻게 하면 잘 보일까’ 하는 ‘척’이 아닌, 있는 그대로 자신을 내어 보이는 정공법을 택한 이상, 강호동은 오래도록 시청자에게 ‘통’할 것 같다.

<남미영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