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문화]얄팍한 언론플레이, 대중은 안다

원더걸스·서태지·보아

원더걸스 논란이 일었던 페레즈 힐튼.

불황 속에서도 우리 대중음악계에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슈 바람이 불고 있다. SM, YG, JYP의 아이돌 3파전을 시작으로 서태지의 오케스트라 협연, 테크토닉 열풍, 보아의 미국 진출, 무비컬 열풍에 이르기까지 신문, 방송을 굵직하게 장식할 중요 화제들이 연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계속되는 준 헤드라인급 등장에 일각에서는 조심스레 연말 시즌 가요계의 호황을 점치기도 한다.

이슈 생산이 역동적이면 ‘심리적 활기’ 면에서는 좋다. 새로운 트렌드, 음악적 변화, 당찬 도전, 상호 대결 양상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음악계에 사건과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든다. 음악이 좀 더 흥미진진하게 들리기 위해서라도 이런 활발한 화제 공급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이슈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이목 끌기에만 급급하고 정작 내실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 플레이’와 ‘포장’에만 능했을 뿐 정작 확실한 음악적 뒷받침이나 건설적인 기획, 대안은 결여되어 있다.

원더걸스의 페레즈 힐튼 사건이 가장 대표적이다. JYP 정도의 회사라면 해외 유명 음악 언론들의 전문성, 권위 여부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 페레즈 힐튼이라는 가십성 사이트에 소개된 것을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는 식으로 소개해 왜곡된 여론몰이를 했다. 제대로 된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홍보의 득실만 따진 얄팍한 언론 플레이였다.

컴백 무대 당시 가창력 문제도 그렇다. ‘Nobody’의 뮤직비디오를 한 번만 본다면 JYP 측이 ‘Tell me’ ‘So hot’을 대신할 새로운 이미지 만들기에 얼마나 고심했는지 알 수 있다. 1960년대 모타운 풍의 무대와 의상 콘셉트를 재현하는 일이 그리 녹록한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9월 26일 ‘뮤직 뱅크’ 컴백 무대에서 원더걸스는 주요 멜로디 합창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해 중간 중간 립싱크를 섞어서 불렀다. 노래 연습이 덜 된 것이다. 신곡 발표회 격인 컴백 라이브 무대에서 노래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주요 멜로디를 부르지 않았으니 사실상 새 의상과 춤 발표회가 된 셈이다. 기본적인 가창력도 확보하지 못한 채 스타일만 거창하게 꾸민 주객전도의 현장이었다.

서태지 심포니 공연도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공연 전부터 ‘세상을 놀라게 할 거대한 음악 프로젝트’라며 높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막상 실제 공연은 ‘해외 거장과 협연했다’는 의미 외에 음악적 내실이 없었다. 음향은 안 좋았고, 밴드와 오케스트라 간 호흡도 거칠었으며, 원곡의 클래식적 재해석과 편곡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테크토닉’이란 말은 단순히 이슈에 편승해 홍보에서 이득을 보기 위해 활용하는 실정이고, 별다른 독자적 색깔도 갖추지 못한 ‘리버스 비트’ ‘네이처 파운드’ 같은 신조어들이 새로운 장르인 양 난립하고 있다. 보아 역시 ‘미국 진출’이라는 거창한 기획을 내놓았지만 결국은 ‘인디 레이블 진출’임이 밝혀졌다.

시사와 문화

겉만 화려하고 안이 실하지 않으면 대중은 금방 알아채고 실망한다. 이슈로 커진 기대감을 실력이 온전히 감당할 때 이 이슈는 진짜 사건이 된다. 먼저 기본을 갖추고, 담은 것 이상으로는 과도하게 펼쳐내지 않는 진실함이 필요하다. 결국은 정도(正道)가 이긴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대화<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