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성공 키워드] ‘자연스러운’ 배우 김·원·희

김원희는 웃기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사람을 한 번 사귀면 깊게 사귀는 스타일이다. <경향신문>

취향이란 참 믿을 게 못 된다. ‘중도를 모르는 감성’의 소유자이자 변덕이 죽 끓는 필자는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이상형, 좋아하는 작가가 시시때때로 바뀐다. 어느 날엔 팜므파탈 내지는 마초의 카리스마가 좋았다가 어느 날엔 미중년의 은근함이 좋고, 또 어느 날엔 20대의 치기가 좋으니 그 기준을 종잡을 수 없는 노릇.

그런데 딱 하나. 수많은 질문 시리즈 중에 동일한 질문에 한 번도 답이 바뀌어본 적이 없는 게 있다. 방송 시작하고 신물 나도록 들었던 “방송국에서 본 스타 중에 누가 제일 예쁘냐”라는 질문의 답이다. 예쁜 연예인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수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김원희”라고 대답하는 내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다.

평소 지독한 팬이었냐고? 그건 또 아니었다. 대학 때까지는 TV를 안 보며 자랐기에 방송일을 시작하면서 그녀가 누군지 알았고, 그렇다고 특별한 친분이 있느냐, 세 번 정도 방송을 함께 했고, 오다가다 알아보며 인사하는 정도일 뿐이다. 어쨌든 ‘이 시대 최고의 여자’들이 매번 새롭게 등장해도 내 눈엔 김원희가 제일 예쁘니 이를 어쩌란 말인가.

그동안, 순간적으로 눈을 마주쳤을 때 호흡이 멈출 정도로 인형처럼 예쁜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수년 동안 ‘예쁘다’라는 느낌이 변치 않는 데엔 그 사람만의 독특한 아우라가 있어야 한다. 단지 눈·코·입, 외면의 생김새만으로 ‘그 사람 참 예뻐’라고 말하기엔 주춤해지는데, 오랫동안 봐온 김원희는 자신 있게 예쁘다고 말할 수 있는 스타였다.

내 눈엔 김원희가 제일 예쁘다
화면보다 키가 5㎝는 더 컸던 거 같다. 훤칠한 키에, 말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한마디 하는 말이 그렇게 웃길 수가 없었다. 웃기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주변에서 그녀를 찾는 사람은 많았지만, 사람을 쉽게 사귀지 않는 듯했고 한 번 사귀면 깊게 사귀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게다가 맨얼굴에 트레이닝복, 야구 모자 하나 썼을 뿐인데도, 범접(?)하지 못하는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영화 <킬 빌>에서 우마 서먼이 이소룡의 샛노란 트레이닝복을 입어도 기묘한 멋이 났던 것마냥.

하지만 중·고등학교 내내 남자들이 집 앞에서 줄을 섰다던 그녀는, 외모로 승부하지 않고 캐릭터와 코믹 연기로 자신을 다졌다. 누군가 그랬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의 나’가 바로 나 자신의 진짜 모습이라고. 김원희는 TV 속 화면이나 아무도 보지 않을 때 혼자 있는 모습이나 비슷한 배우 같다.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상황에 농담으로, 센스 있는 말로 모두 웃게 했던 그녀를 본 적이 있다. 자칫하면 프로그램 출연을 번복할 수도 있을 위급한 상황에서 다른 여배우를 진정시키는 그녀를 보며 그 방법과 태도에 감탄했더랬다. 그리고 그 과정을 어느 누구에게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처리하도록 웃음으로 마무리하는 스킬이 있었다.

영화에서 다른 배역이 자신의 신을 뺏을 때, ‘허허’ 웃고 만다. 그리고 다른 장면에서 관객에게 자신을 더욱 어필할 줄 아는 자신감. 알아도 모른 척하는 현명함. 한 남자와 10년 동안이나 연애해 가정을 꾸리는 ‘진득함’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화통하게 웃는 그녀라고 왜 고민이 없을까. 정극 배우요, 공채 탤런트 출신인 그녀가 굳어버린 코믹 이미지 때문에 ‘마음앓이’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톱스타 성공 키워드

김원희가 누굴 향해서 아쉬운 소리. 싫은 소리를 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부터 자존심이 강했던 그녀는 남에게 부탁하는 일이나 민폐 끼치는 일에 익숙지 않다고 했다. 겉으론 남을 웃게 해도, 일에서만큼은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오랜 시간 지켜봐온 그녀는 한마디로 ‘멋있는’ 여자다. 아마 남자로 태어났다면, 진정으로 섬기고 싶은 ‘큰형님’ 같달까. 조금 지나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녀가 머지않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리라 기대해본다. 잠시 최절정에서 한 호흡 쉬고 있는 시점이지만, 세월에 조급해하는 모습 대신, 세월을 자연스러운 삶의 내공으로 표현해내는 스타라 믿고 있다.

<남미영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