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문화]소설 ‘해리포터’와 창의산업

창의산업의 위력을 보여준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와 작가 조앤 롤링.

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즈(Creative Industries). 요즘 영국에서 한창 뜨는 용어다. 우리말로는 창의산업쯤 되는 이 경제 용어는 참신하고 혁신적이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잉태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적 실험과 예술적 시도들을 추구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창의산업에는 기존의 방송이나 뉴미디어 혹은 인쇄나 활자매체 같은 전통적인 문화산업들도 포함된다. 다만, 이전의 문화산업과 차이가 있다면 그 폭이 더 확장되고 다양한 파생이나 응용 장르도 적극 수용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창의산업은 기존 전통적인 문화산업 외에도 디자인이나 미술, 감각산업 등 다양한 예술 분야까지 전부 포괄하는, 말 그대로 ‘창의력’이 필요한 거의 모든 경제 분야를 총망라하는 개념이다.

창의산업의 발전 가능성이나 위력을 보여준 구체적인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소설 <해리 포터>다. 무명이던 이혼녀 작가 조앤 롤링이 맨체스터에서 런던까지 오는 기차 안에서 처음 아이디어를 구상했다는 이 소설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4억 권이 넘게 팔리는 진기록을 수립했으며, 자그마치 67개 언어로 번안되는 메가톤급 성공을 거두었다. 가장 최근인 2007년 7월에 시판된 마지막 일곱 번째 시리즈는 발매 하루 만에 영국과 미국에서 1100만 부가 팔려나가 인류 역사상 가장 빨리 그리고 많이 팔린 소설이 됐다.

그러나 해리 포터가 지닌 창의산업으로서 진정한 미덕은 이 문화 상품이 단지 출판시장에만 국한되거나 머물러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리 포터는 소설에 이어 각종 어드벤처 게임의 인기 소재로 활용됐고, 전 세계를 겨냥한 블록버스터 시리즈 영화로 등장했으며, 캐릭터 산업까지 더해져 위용을 넓혀갔다. 처음 소설을 쓸 때까지만 해도 빈털터리였던 조앤 롤링은 지난해 5억6000만 파운드(약 1조1100억)의 자산가로 조사됐으며, 영국에서는 20번째 부자가 됐다. 여왕보다 재산이 더 많은 재벌급 문화인이다. <해리 포터>는 조만간 뮤지컬로도 제작될 예정인데, 퀴디치 경기 장면이 와이어 액션을 활용해 객석의 사람들 머리 위에서 생동감 있게 구현될 것이라고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창의산업의 잠재적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시키지 않을 수 없는 실증적 사례인 셈이다.

시사와 문화

현대는 창의산업의 시대다. 자동차 몇백만 대를 수출하는 것보다 한 편의 흥행 영화가 더 높은 매출을 올린 사례를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문화가 오늘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는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굴뚝 없는 산업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오늘날의 국제 사회에서 문화를 상품화하고 가꾸며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은 더없이 중요한 사회적 혹은 국가적 덕목이다. 2009년 우리 문화계의 더 큰 분발을 기대해본다.

원종원<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