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성공 키워드]프로듀서 겸 가수 박진영의 ‘소신’

6년 만에 가수로 컴백하는 박진영이 6집 앨범 <Back To Stage JYP>의 쇼케이스 무대에서 타이틀곡 ‘니가 사는 그 집’을 부르고 있다.

6년 만에 가수로 컴백하는 박진영이 6집 앨범 의 쇼케이스 무대에서 타이틀곡 ‘니가 사는 그 집’을 부르고 있다.

15년도 더 거슬러 올라가, 처음 그가 가수로 무대 위에 섰을 때의 강렬한 이미지를 잊을 수가 없다. ‘가장 제대로 하는 엔터테이너의 역할’을 본 느낌이었다. 일단 시선부터 가는 대담하고 파격적인 시도, 단순히 춤이라고 말하기에도 아까울 정도의 헌신적인 몸사위, 타고난 가창력을 유려하게 흘려보내지 않고, 자신만의 음색을 개발한 독특한 창법. 당시, 비주얼로만 승부하던 아이돌과 소리로만 승부하던 가창력 있는 가수들 사이에서 그의 등장은 꽤나 신선했다. 무엇보다 그를 보는 일 자체가 ‘재미’있었다. 소위 말하는 ‘딴따라’란 ‘이래야 한다’는 어떤 원형이 있었다고 할까.

잘 생긴 얼굴이야말로 가수의 중요 요건으로 꼽히던 척박한 시절, 그토록 기괴한(?) 얼굴을 하고도 박진영의 생명력은 남달랐다. 변덕스러운 대중의 입맛에 맞게, 늘 새로운 안무를 쏟아내고,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냈다. 도발적인 가사와 선정적인
노래에는 이맛살이 찡그려졌지만, 그 또한 젊음의 특권이려니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단 한 번도 무대 위에서 빈틈을 보인 적이 없다. 흡사 혼을 불어 넣어 모양을 만들고, 유약을 바르고, 불의 세기와 시간을 기울여 하나의 자기를 탄생시키는 과정인 것처럼, 무대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도공의 장인정신과 같을 정도로 신중했다. ‘적어도 저렇게 땀을 흘리다가 한순간 없어질 가수는 아니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남다른 에너지에, 특별히 동경하지 않아도, 박진영만 나오면 일단 시선이 멈추었던 시절, 그가 남달랐던 한 가지가 더 있다.

오랜시간 사귀었던 여친과 결혼
공인의 삶을 위해서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희생하지는 않았다는 것. 다른 연예인과 달리 길거리에서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는 평범한 일상조차 하나도 포기하지 않았던 그. 오랫동안 사귀었던 여친과 결혼에 이를 수 있던 것도 본인만의 ‘소신’ 때문이었다고.

여러 해가 지나 가수로 대성한 그가 몇몇의 가수 프로듀싱에 성공하더니 급기야 미국 진출을 추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람들은 야무진 꿈이라며 혀를 끌끌 찼고, “그러다 말겠지”류의 무관심 일색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다지 황당한 일이 아닌 듯싶었다. 아시아 작곡가 최초의 시도라는데도, 왠지 그라면 해낼 것 같았다. 그것도 빠른 시일 안에.

예상은 적중했다. 그는 길지 않은 시간에,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데모 테이프만 달랑 들고, 결혼한 아내와 떨어져 지내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유명 뮤지션을 찾아다니며 오디션 기회를 얻어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에 높은 점수를 주기보다 후천적인 노력을 더 크게 평가한다는 박진영. 그는 자신에게 혹독할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뮤지션이었다.

녹음을 마친 후 마스터 테이프는 반드시 3개를 만들어, 미국 친구에게 하나 맡기고, 비행기 짐칸에 하나 놓고, 짐칸에서 분실할 것을 대비해 몸 안에 꼭 지녀야 마음이 놓인다는 박진영. 아침에 일찍 일어날 일이 있을 때, 알람시계는 배터리가 닳을 수 있고, 전기시계는 정전이 될 수도 있으니, 휴대전화로 알람을 맞추고 충전기에 꽂아놓아야 한다는 정신. 휴대전화를 사용한 후에는 절대 테이블 위에 놓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 두는 철저함.

자신에게 혹독할 정도로 최선 다해
기억해야 할 일은 반드시 옆사람에게 얘기를 해두는 태도. 비행기표를 출국 전에 만나 주겠다는 매니저에게 혹시 모를 당일의 변수를 대비해 반드시 하루 전에 받아서 챙기는 완벽함. 매사에 노력하는 습관을 들인 그의 평소 지론은 “실수는, 실수를 용납하는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박진영은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있지만, 반드시 화상으로라도 국내 소속사와 회의를 주관한단다. 그가 기획하고 탄생시킨 스무 살 꽃처녀 ‘원더걸스’ 멤버들도, 아무리 일정이 바빠 밤 12시에 일을 마쳐도 1시간씩 반드시 러닝머신을 뛴다는데, 그 또한 ‘노력하는 리더’에게서 배운 습관이 아닐는지.

이쯤 하면 대쪽 같고 괴팍스러운 성격을 연상할 것 같지만, 직접 만나본 그는 닳을대로 닳은, 삶에 찌든 선수의 이미지를 깨끗이 비껴가 있다. 외려, 너무 열정적인 모습에서 순수함을 읽을 정도였다.

그가 프로듀서로 활동하다가 6년 만에 본업인 가수로 컴백할 때의 일이다. 지하 연습실에서 안무를 연습하고 있던 박진영을 취재차 촬영한 적이 있다. 발표하는 족족 메가히트곡을 남겼던 그이기에, 별다른 긴장감이 없을 줄 알았다. 방송 연륜도 꽤 있으니, 엔터테이너들이 지니는 적당한 정치적인 태도(?)를 보인다 한들, 피차 무리없이 용인하리라 생각하고 갔다.

그런데 그는 마이크를 앞에 두고 진심으로 떨고 있었다. 게다가 한 장면을 찍기 위해 몇 번의 연습을 거치고 또 거쳤다. 내 눈에는 그 춤이 그 춤이건만, 멀쩡한 도자기를 깨는 도공처럼, 자신이 스스로 흡족할 때까지 허락하지 않았던 프로였다. 수많은 스타를 만나봤지만 그토록 떠는 모습은 또 처음이었다. 미세하게 떨리는 그 음성을 마주하고 있노라니 새삼 그가 달라 보였다. 특별히 긴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래도록 준비한 자신의 땀이 대중과 맞닥뜨리는 그 순간의 떨림이랄까. 그 떨림을 통해 전해져 오는 진정성이 있었다. 그때 박진영이 보이던 조심스러우면서도 벅찬 표정, 세상을 대하는 열정적인 태도를 잊을 수 없다.

오직 자신만의 소신으로 살되, 마음과 몸이 어디에도 갇혀 있지 않은 자유로운 남자 박진영.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배우고 싶다. 그 자유로움이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꿈을 위해 뭐든 시도해보는 그의 삶이 여러모로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몸 전체가 드러나는 망사 의상이라든지, 상반신을 훤히 노출하는 선정적인 차림, 다소 민망한 가사들을 보며 섹시코드에 의존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그 또한 한 시절 누리고 지나갈 젊은이들의 달뜬 모습으로 그치리라 믿는다.

톱스타 성공 키워드

이래라저래라 잔소리하는 어른들보다 자신의 열정적인 삶 자체로 본보기가 되고 있는 열정의 표본 박진영! 열정도 좋고 꿈꾸는 모습도 좋지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박진영표 섹시코드보다 듣다 보면 문득 문득 가슴 싸하고 목이 메어오는, 감동의 노래 한 번 양산해봄이 어떨지. 한바탕 신나서 듣고 나면 싸악 잊혀지는 노래도 나쁘지 않지만, 끝나고 나서도 자꾸만 말을 걸어오는 따뜻한 선율, 당신이라면 가능할 것 같은데!

<남미영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