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문화]우리 공연장의 관객 서비스 수준

일본 뮤지컬극장인 제국극장.

뮤지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조사한 적이 있다. 비싼 입장권, 고급, 특별한 날 등이 높게 나왔다. 우리 대중에게 공연이나 뮤지컬은 바로 이런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세계 뮤지컬 극장가의 사정은 다르다. 비록 예술성을 지향하고 아날로그적 성격이 강한 장르라는 것은 같지만, 대중성만큼은 우리의 그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특히 상업무대가 발달한 뉴욕이나 런던 같은 대도시에서는 쉽게 즐기고, 편하게 소비하며, 가깝게 느끼는 문화소비재로서 기능마저 담당한다.

극장 서비스만 봐도 그렇다. 차분하고 엄숙한 개념이 아니라 먹고 마시며 즐기는 놀이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예를 들어 런던의 뮤지컬 공연장에서는 중간 휴식에 객석 통로에서 아이스크림을 판다.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같은 장중한 작품에서 <빌리 엘리어트> 같은 무비컬까지 모두 마찬가지다. 또, 안전 문제로 유리잔 객석 반입은 불가능하지만, 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담는다면 맥주나 콜라 한 잔 정도는 아무 문제도 없다. 심지어 공연 시작 전에 주문하면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극장도 있다. 1막이 진행될 때 포도주를 미리 따라두고 번호표로 달아두면, 인터미션에 관객들이 자기 번호로 찾아와 즐기도록 배려하는 서비스다. 문화를 해석하고 즐기는 ‘접근’ 방식부터 우리와 사뭇 다르다.

이웃 일본의 뮤지컬 극장들도 비슷하다. 일본어판 <미스 사이공>을 공연했던 제국극장의 로비는 온갖 군것질로 가득하다. 잘 가꿔놓은 기념품 가게와 함께 늘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선택의 폭도 넓고 종류도 다양해 오래 기다려야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아예 관객들이 걸어 나가는 출입구 동선을 백화점의 식품 매장으로 연결해놓은 공연장도 있다. 물론 인터미션에 백화점 음식 코너에 잠시 들렸다 올 수도 있다. 근사한 레스토랑과 지하철역까지 이어져 있는 시키의 우미 극장은 대형 쇼핑몰 같은 주변 환경 자체가 이미 즐길거리다.

우리나라 공연장들은 어떨까. 금지된 것이 너무 많고, 불편한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관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나 서비스에 우리 공연장들은 지나칠 정도로 무신경하고 무관심하다. 15분 인터미션에 인산인해를 이루는 판매대에서 간신히 음료를 사는 데 성공하더라도, 뜨거운 커피를 채 반도 못 마시고 자리로 돌아가라는 독촉을 받아야 한다. 적당한 물 온도나 미리 따라놓은 와인 따위는 감히 바랄 수도 없고, 바라서도 안 된다.

시사와 문화

이래서야 공연의 산업화가 가능할까. 단지 주차권을 선불로 판매한 것만으로 관객 서비스가 마무리됐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뮤지컬이 더 대중화하고 공연이 부가가치를 낳는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먼저 공연장부터 대중친화적으로 변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콘텐츠 개발은 이런 토대 위에 빚어지는 필연적인 결과물임은 ‘말하면 입만 아픈’ 당연한 명제다.

원종원<순천향대 교수·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