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문화]‘후크 송’은 음악성이 떨어진다?

<미쳤어> 등 중독성 있는 후크 송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손담비.

요즘 음악계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용어가 있다면 아마도 ‘후크 송’일 것이다. 노래에 짧은 훅이 여러 번 반복되며 중독성을 갖게 하는 곡들을 말하는데,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어쩌다’, 원더 걸스의 ‘노바디’, 손담비의 ‘미쳤어’가 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얻으며 작년 말부터 화두로 떠올랐다.

시간이 꽤 지나서도 여전히 이 용어가 화두인 이유는 드디어 대중이 그 패턴에 질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근래 즐겨 들었던 노래가 대부분 이 범주 안에 묶일 수 있을 정도로 ‘후크 송’은 짧은 기간 안에 홍수처럼 쏟아져나왔다. 소녀시대의 ‘Gee’,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빅뱅과 투애니원이 같이 부른 ‘롤리팝’,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가 모두 ‘후크 송’이다.

아무리 좋아도 반복되면 지루한 법. 당연히 비판이 따랐다. 잘 된다 싶으면 다 따라하는 고질적인 쏠림 현상에 넌더리를 내는 목소리도 있었고, 관련 이슈에 대한 평론가들의 비판적인 코멘트를 실은 일간지 기사들도 나왔다. 음악성으로 승부하는 뮤지션들은 앨범 관련 보도 자료를 통해 자신의 음악이 후크 송과 다르다며 시류에 휘둘리지 않는 ‘음악적 비교 우위’를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까진 수긍할 수 있다. 후크 송에 대한 비판은 비단 노래 각각에 대한 비판만 아니라 히트 패턴이 확립되면 일제히 달려드는 획일화 근성, 너무 빨리 들리는 것만 선호하는 대중의 조급한 취향, 그것을 부추기는 아이돌 그룹 간의 경쟁까지 지적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음악 언론’이 더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도록 감시하는 피드백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비판의 강도와 논점이 자칫 위험한 곳으로 흐를 수도 있다. 후크 송이 그렇지 않은 음악에 비해 음악성이 떨어진다거나 짧고 반복적인 어구를 삽입해 주목을 끄는 음악은 무조건 상업적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비판이 이슈화하면서 이런 관점이 자주 눈에 띈다. 이미 언론, 평단, 대중, 뮤지션들이 다 공감했으니 후크 송은 ‘나쁜 것’이라고 못 박아도 된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팝의 역사에서 아직까지도 고전으로 남아 있는 명곡 중엔 후크 송이 대단히 많다. 세계적인 프로듀서 필 스펙터가 제작했으며, 대중음악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작사·작곡 콤비 중 하나인 제프 베리, 엘리 그리니치가 작곡한 크리스탈스의 ‘대 두 런 런’(63년)은 순도 100%의 후크 송이다. 이런 1960년대의 팝 분위기를 뮤지션들은 꽤 좋아했다. 심지어는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안티’ 하면 늘 떠오르는 라몬즈조차 이런 듣기 쉽고 재밌는 팝송들을 좋아했다. 77년 발표된 펑크 록의 명곡 ‘락어웨이 비치’는 그 패턴이 전형적인 후크 송이다. 최근만 해도 2008년 <롤링 스톤>이 선정한 올해의 명곡은 몇 개의 리듬 훅을 끝까지 단순 반복하는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스’였다.

시사와 문화

훅이 강하다는 건 그만큼 빠르고 쉽게 들릴 수 있도록 멜로디를 잘 뽑아냈다는 말도 되며, ‘짧게’ 만들고 ‘반복’시키는 작법은 대중음악의 요체에 해당하는, 전혀 부끄럽지 않은 미학이다. 후크 송에 대한 잘못된 비판은 자칫 우리 음악이 길고, 장대하고, 복잡한 엘리트 음악으로 흐를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다.

이대화<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