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문화]‘재미있는 음악’이 먹히는 세상

허경영씨의 싱글 앨범 <콜 미>의 티저 영상.

허경영씨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화제 <콜 미>를 들었다. 첫 인상은? 엉터리였다. 깐깐한 음악 평론가로서의 잣대를 굳이 들이대지 않더라도 누가 들어도 이 노래는 장난, 가장 좋게 미화했다 하더라도 “대중을 즐겁게 한다”는 상투적인 변명으로만 정당화될 수 있는 초라한 음악성을 보인다. 전혀 프로답게 다듬어지지 않은 래핑은 그렇다 쳐도 뷰렛의 이교원이 작곡한 곡 자체부터가 진지함은 찾아볼 수 없다. 편곡으로 추가된 랩, 코러스, 효과음 등 모두가 이미 재미 이상이 아니다. 한 번 듣고 웃으면 되는 그런 일회성 웃음의 의도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네티즌들을 사로잡은 것 같다. 보통의 가수라면 온갖 냉소와 비판에만 시달렸을 이런 B급 노래가 검색어 순위 상위를 차지하고, 배경음악 10위 안에 진입하며, 음악계에 배당된 각종 칼럼과 기사 지면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 어떤 네티즌은 게시판을 통해 <콜 미>를 진지하게 분석한(그래서 더 재미있는) 리뷰를 싣기도 했고, 나 역시 비중 있는 이슈를 다루는 칼럼 지면을 그에게 할당하고 있다. 진지한 음악으로 가난까지 감수하며 분투 중인 뮤지션들 입장에선 분명 씁쓸한 것이 맞지만 그가 대중의 관심을 뜨겁게 이끌어냈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이 시점에서 인터넷의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디지털 싱글이 보편화되면서 제작비와 제작 및 유통 과정이 매우 간소화됐기 때문에 <콜 미>는 나올 수 있었고, 히트할 수 있었다. 인터넷 세상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사실 허경영 본인도 넷심의 중심에 있었기에 그만한 지지를 얻은 것 아닌가.

집에서 캠코더로 촬영한 연주 동영상만 가지고도 전 세계적 이목을 끌 수 있는 세상이다. <뉴욕타임스>에 소개되며 국내 1호 UCC 글로벌 스타가 된 기타리스트 임정현의 경우만 해도 그 영상이 CD 시대에 나온 정식 데뷔 앨범이었으면 ‘캐논 변주곡’이란 레퍼토리의 식상함과 스튜디오에서 정제되지 않은 거친 사운드가 비판받았을 것이다. 자기 특징 없이 기교로 승부한다는 지적이 나왔을 테고, 앨범은 연주 음반이 갖는 상업적 불리함에 묻혀 이렇다 할 주목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콘텐츠들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불러 오프라인의 중심 매체로 뚫고 올라와 엄청난 관심을 받는 것이 지금 시대이다. 가수 장윤정만 하더라도 <어머나>가 대박 히트를 칠 2005년 당시 ‘어떻게 이런 음악을 발표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젊은 세대의 음악 취향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었다(그녀의 나이 24세였다!). 하지만 이것이 코믹이란 옷을 입으며 배경음악·동영상 형태로 인터넷을 장악했고, 이것이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1위라는 위업까지 달성토록 한 것이다.

시사와 문화

불과 10년 전만 비교하더라도 확실히 청중의 성향이 다르다. MTV 시대에 비주얼이 음악적 완성도를 누를 수 있었듯이 인터넷 시대엔 재미가 실력을 누르고 인기가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음악계 각층에서 <콜 미>의 인기를 두고 씁쓸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건 MP3와 온라인 음악 감상 환경이 주는 편리함을 누리는 것에 대한 대가일지도 모른다.

이대화<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