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문화]잘못된 스타 숭배

유골함이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하는 영화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지난 8월15일 경기도 양평 갑산공원 묘역 측은 고 최진실씨 유골이 도굴됐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뉴스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혀를 끌끌 차며 도굴범을 비난하는 한편 죽어서도 편치 못하는 최진실씨가 불쌍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유골함이 도굴당한 정확한 시점은 8월4일인 것으로 밝혀졌다.

진범인 잡히기까지 곡절이 많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정 모씨가 자신이 유골함을 갖고 있다며 1억원을 내놓으라는 협박전화를 갑산공원 묘역 측에 네 차례나 했다가 8월26일께 붙잡힌 것이다. 정씨는 그러나 유골을 훔치지 않고 돈을 노린 단순 협박범이었고,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범인에게는 3300만원의 현상금이 걸렸다. 8월26일 시민의 제보로 체포된 유골함 도난 진짜 ‘범인’은 대구에 사는 박 모씨. 그는 “최진실이 꿈에 나타나 묘에서 자신을 빼달라고 했다. 최진실 영혼이 내 몸속에 들어와 있다”고 주장했다.

영화에서 유골함이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하는 작품은 얼마 전에 개봉한 전수일 감독의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이란 작품이다. 주인공 최로 캐스팅된 최민식은 동생의 공장에서 네팔 청년 도로지의 장례식을 목격한다. 그는 도로지의 유골을 고향에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의 고향인 히말라야에 간다. 그러나 가족들을 만나 막상 도로지가 죽어서 유골이 되어 돌아왔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나카시마 데쓰야(中島哲也) 감독의 <혐오스런 마쓰코의 일생>은 일본 도쿄에서 2년째 백수생활을 하는 쇼(에이타)에게 조그맣고 흰 상자를 든 아버지가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흰 상자 안에는 생전엔 존재하는지 몰랐던 고모 마쓰코(나카타니 미키)의 유골이 들어 있다.

영화 <혐오스런 마쓰코의 일생>은 20대에 집을 나가 53세에 강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마쓰코의 일대기를 파편적으로 보여 주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성실한 고교 음악교사인 20대의 마쓰코가 왜 ‘혐오스런 마쓰코’로 불리며 일생을 마감하게 됐을까. 마쓰코의 유품을 정리하는 쇼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는 전개된다.

시사와 문화

최진실씨 유골 도난 사건은 유골 속에 망자의 넋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살아 남은 자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승과 저승이 강 하나 사이라고 해도 살아 있는 우리에게는 실감 나지 않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처럼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죽은 자들의 흔적은 여전히 세계 내에 존재하고, 유골은 그 구체적인 대상이다. 원시인이 돌이나 나무를 숭배했다면 현대인은 스타를 숭배한다. 유골함 도굴범이 혹시라도 최진실씨의 ‘광팬’이라면 그 스타가 숨진 뒤에도 이어지는 스타 사랑의 잘못된 기록으로 남게 될 수도 있었다.

하재봉<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