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문화]뮤지컬 흥행공식 ‘스타 마케팅’

손호영과 김진우가 더블 캐스트로 나오는 주크박스 뮤지컬 <올슉업>.

요즘 뮤지컬계의 유행이라면 스타 마케팅의 적극적인 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유명 뮤지컬 작품에는 익숙한 이름의 연예인 한두 명쯤 끼는 것이 마치 백반에 등장하는 국과 밥처럼 기본으로 여겨지는 추세다. 더블 또는 트리플 캐스팅 등 주인공이 여럿 등장하는 상업적 프로덕션의 증가도 스타들의 무대 진출에 가속화시키고 있다. 혼자 무대에 서긴 부담스럽고 시간도 허락되지 않으니 구색 맞추기와 관심끌기의 일환으로 연예인을 슬쩍 끼워 파는 ‘보너스’와 ‘덤’의 장삿속이 각광받는 셈이다.

가장 인기를 끄는 직군은 아무래도 가수다. 뮤지컬이고 보니 일단 가창력이 전제돼야 하고, 라이브 무대에도 익숙하면 그만큼 유리하다보니 나타나게 된 경향이다. 그러나 탤런트나 영화배우의 무대 나들이도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 일단 ‘노래 좀 할 줄 알면’ 섭외 1순위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9월에 막을 올리는 엘비스 프레슬리 음악의 주크박스 뮤지컬 <올슉업>에는 인기그룹 GOD 출신의 손호영이 뮤지컬 배우 김진우와 더블 캐스트로 나오고, 역시 우리나라 1980~1990년대 대중음악으로 꾸민 컴필레이션 뮤지컬인 <젊음의 행진>에는 TV 탤런트 출신의 김지우가 뮤지컬 배우 이정미와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얼마 전에 막을 내린 창작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에는 개그맨 정준하와 탤런트 겸 영화배우 김동욱이 형제로 나오는가 하면 뮤지컬 <42번가>에는 ‘핑클’ 멤버이던 옥주현, <노트르담 드 파리>에는 SES 출신인 바다가 각각 주연으로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인기 그룹 ‘빅뱅’의 승리와 대성을 전면에 내세운 <샤우팅>도 여름방학동안 무대화됐고, 올 가을 개막 예정인 무비컬 <금발이 너무해>에는 소녀시대 멤버인 제시카와 미스코리아 출신인 이하늬가 스타 마케팅 대열에 합류한다는 소식이다. 요즘 같아서는 ‘스타 없는 뮤지컬’이 오히려 기사화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든다.

물론 상업 무대가 환상을 주고 재미를 선사해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스타 마케팅을 단순히 ‘호객 행위’로만 인식한다면 절반짜리 흥행공식에 불과하다. 영미권에서는 스타라 해도 대부분 공연 기간에는 일체의 여타 연예활동 없이 온전히 무대에만 집중할 뿐 아니라 더블이나 트리플 캐스트는 아예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가 공연을 통해 얻는 돈벌이는 다른 매체에 비해 극히 제한적이지만 관객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무대의 순수함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연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본인의 이미지를 뮤지컬이 종연된 후 다른 활동에서의 부가가치 수단으로 활용하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전제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너무 영악하게만 행동하기보다 원칙과 의미를 되새기며 정도를 걷는 것이 오히려 지름길이라는 것은 어디서나 통용되는 ‘불변의 법칙’인 것 같아 흥미롭다.

원종원<순천향대 교수·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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