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Gee 백워드마스킹 논란, 그 이후

“들리시나요. 강단에서 나오기 너무 심한 단어일 수 있습니다. 근데요, 이 노래 얼마나 인기 있었죠? 대한민국에서. 저와 여러분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영(靈)으로 다 들었던 노래예요. 저 솔직히 말해서 한국노래 안 듣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 노래 처음 나왔을 때 ‘아 괜찮구나’ 하면서 몇번 들었던 노래예요.”

박성업 씨가 모 교회에서 열린 강연에서 Gee 동영상 백워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지난 9월 초, 인터넷에는 모 교회에서 한 강사가 한 강연 내용을 녹화한 동영상이 화제에 올랐다. 소녀시대의 노래 ‘G.e.e’를 거꾸로 들어보니, 아주 음란한 가사가 나오더라는 것이다. 강연은 ‘G.e.e’를 느리게 재생해놓고, 그것을 보통 백워드마스킹 또는 백마스킹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뒤로 돌린 가사와 비교해보는 것이다. 동영상은 그 ‘음란한’ 가사를 자막으로 처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도대체 어느 정도 음란한지 여기에 옮기긴 조금 그렇다. 궁금하다면 인터넷 여기저기에 퍼져 있으니 ‘Gee 백워드’ 등의 검색어로 직접 검색해보시라.

동영상만 보면 충격은 컸던 것 같다. 청중석은 조용하다. 무대에 선 ‘G.e.e’ 의혹설 제기자인 박성업씨(영화 <회복> 조감독)는 “소녀시대는 잘 몰랐겠지만 노래를 만든 사람들이 한 짓”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노래를 만든 이트라이브의 이주원 이사에게 연락해 Gee 백워드에 대해 물어봤다. 그의 반응. “곡을 만든 분이 두 살짜리 애도 있고 결혼도 한 사람입니다. 그 노래는 애들도 듣는 노래인데, 누가 뒤로 돌리면서 그런 가사를 넣겠다는 생각을 하겠습니까.”

9월 중순, 박성업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그동안 나온 반박에 대한 반론글을 올렸다. 이 반론글의 작성자는 권범순씨(웹 프리랜서·29)다. 동영상을 만든 이도 권씨다. 권씨에게 연락해봤다. 그는 자신과 같은 비전문가도 ‘시간만 주어지면’ 백워드로 들었을 때 ‘사탄’의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 시적인 가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당사자는 펄쩍 뛰면서 부인하는데? “본인들은 모를 수 있다. 여러 가지 곡에서 한 단어 한 문장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권씨에 따르면 예외적인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서태지다. 서태지의 모든 노래들은 전부 악마주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한 노래에는 권씨에게 경고하는 메시지까지 백워드로 집어넣어 놓았다는 것이 권씨의 주장. 이쯤 되면 살짝 의심이 간다. 서태지닷컴 측 관계자는 “조크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심한 주장이지만 굳이 대응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언더그라운드 넷

‘백마스킹’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 언젠가 이 코너에서 언급한 ‘파레이돌리아’ 현상은 하나의 가능한 설명을 제시한다. 진화심리적으로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질서한 사실들 속에서 질서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를테면 벽의 얼룩 속에서 성모마리아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라든지, ‘달 속의 토끼’가 대표적이다. 음성 파레이돌리아라는 것도 있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한국말 하는 고양이’라는 동영상이 이 경우다. 고양이가 한국말을 할 리는 없다는 것은 이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때로는 쓸데없이 진지한 태도가 문제를 일으킨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