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지하철 난투극, 노약석이라는 해묵은 떡밥

여학생은 반복해 외쳤다. “유튜브에 올려!” 동영상의 끝부분에는 동영상을 찍은 이의 것으로 보이는 키득거리는 소리가 나온다. 어쨌든,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라갔다. 그리고 논란이 시작됐다.

유튜브 캡쳐

사실 동영상만으로 사건의 발단이 무엇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동영상만 놓고 봤을 때 할머니의 반응은 화끈했다. 의자에서 일어나 여학생의 머리를 잡아 끌어당겼고, 여학생은 연달아 비명을 지른 뒤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나 한국 너무 싫어!”라며 통곡했다. 처음에는 ‘지하철 패륜녀’라는 네이밍이 확정적으로 보였다. 동영상 속 여학생이 할머니에게 “니가 원하는 게 뭔데”와 같은 반말을 쓴 것이 발단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처가 불분명한 ‘목격담’이 올라오면서 전세는 역전됐다. 그 할머니가 상습적으로 폭행을 일삼는 걸로 유명하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검색어도 ‘지하철 패륜녀’와 ‘지하철 난투극’이 경쟁에 들어갔다. 구도가 재역전된 것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sryu라는 사용자가 꽤 신빙성 있는 목격담을 올리면서다.

그에 따르면 이 동영상이 찍힌 건 최근이 아니라 올해 봄이다. 그에 따르면 계속 소리를 지르던 여학생은 할머니뿐 아니라 다른 아저씨도 한패로 몰아붙이면서 “고소하겠다” 등의 소리를 질렀다. 어쨌든 어느 일방이 고소하지 않는 이상 세세한 진위 가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블로그 등에서의 논란은 ‘해묵은 떡밥’으로 넘어갔다. 바로 노약자 석에 대한 논의다.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있었는데도 할아버지의 훈계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경험담이 줄을 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아무래도 젊은층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이번 논란에서 여학생의 편을 드는 이들도 만만치 않았다. 노인층의 반응은? 먼저 대표적인 노인조직 ‘대한노인회’에 연락을 해봤다. “경로사상이 없어서 그런 것이지….” 단체의 실무자는 이런 해묵은 논란과 관련해 정책적으로 몇 줄 정리해놓은 것이 있는데 팩스로 넣어주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팩스는 오지 않았다.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지지난 대선인가, 노년권익당을 만들어 출마한 서상록씨. 동영상을 봤다고 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할망구가 잘못했다.” 자기 손녀라면 머리채를 잡아당겼겠느냐며 그는 덧붙였다. “나도 지하철을 타는데 서서 갑니다. 앉으면 죽어요. 나이든 사람이 다리에 힘이 빠지면 죽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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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런 경우 관련 당국이 어떻게 하는 것이 정칙일까. 서울메트로공사 관계자는 “열차에 계시는 분이 신고해주면 다음 역에서 역무원들이 조치를 취하는 일 등은 하고, 그 이상의 일이 벌어지면 가까운 파출소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 조치”라고 말했다. 노약자석 논란과 관련해 그는 “노인전용석이 아닌 것은 맞다”며 “통상적으로 ‘장애인 경로 임산부석’이라고 그림으로 표시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1993년 전까지 ‘노약자석’은 한 차량에 6석씩만 운영되었는데 그 뒤 12석으로 바뀌었다. 이것도 모자란다는 이야기가 있어 2009년부터는 ‘교통약자배려석’이 추가로 차량당 7석씩 설치되었다. 장 선임은 “‘노약자석’으로 하면 노인전용석으로 오해할 수 있어서 ‘교통약자배려석’이라는 이름을 달았는데 장애인이나 유아 동반 부모, 임산부를 위한 자리로 노인은 이 경우 그림이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