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주목한 건 꽤 오래 전이다. 이광필씨. 1990년대 후반 신촌 물 좋은 목에서 ‘케익하우스 광’이라는 카페를 운영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에서 그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가수로 노래도 발표했고, 납북자 관련 운동도 벌였다. 점차 이씨의 활동범위는 넓어졌고, 급기야 누리꾼 레이더에 포착됐다.
산소주의를 알리기 위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이광필씨. |이광필 제공
“허경영이 안 좋은 길을 열어놨군.” 한 누리꾼의 기사 평이다. 이 누리꾼이 언급한 기사는 한 통신사가 낸 “가수 이광필씨, 대통령 출마 왜?”라는 보도다. 어쨌든 제목이 보여주듯 기사는 “이씨가 대통령 출마를 결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누리꾼이 그를 허경영과 동일시한 까닭은? 바로 이씨의 출마 사유 때문이다. 기사에 따르면 이씨가 대통령에 출마하는 까닭은 자신이 내세우는 이념 ‘산소주의’를 알리기 위해서다. 인도주의보다 더 높은 게 산소주의라는 건데, 아무래도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씨에게 연락을 취해 보았다. 설명은 길었다. “반북정서가 심하지만 인도주의 정신으로 민간단체가 식량을 보내자고 했는데, 그게 안 된다. 인도주의가 변질돼서 정치적 성향이 있다. 이게 인도주의의 한계다.” 그래서 나온 게 산소주의다.
왜 하필이면 산소주의냐. 이씨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물이 없어도 사람은 며칠 이상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산소는 다르다. 산소가 없으면 바로 사망한다. 일본 대지진이나 북한 식량난과 같은 긴급한 사안을 두고서는 무엇보다도 최우선적으로 긴급하게 움직여야 한다. 인도주의보다 신속해야 하기 때문에 산소주의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씨는 산소주의에 입각해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이씨는 가수 겸 생명운동가라는 타이틀을 스스로 붙이고 있는데. 그게 그가 대통령 출마를 결심한 까닭이다. 정부가 그렇게 즉각적으로 움직여줘야 하는데,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뭔가 순환논법이다. 누리꾼은 그를 허경영과 동일시했지만 허씨와 다른 점 하나는 적어도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씨는 “허경영씨는 공중부양이니 4차원이니 황당한 소리를 공약으로 내세워 정치에 환멸을 느낀 일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나는 다르다”고 했다.
차별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도긴 개긴으로 간주하는 누리꾼의 시각이 ‘산소주의 대권후보’ 이씨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런데 특정 통신사에 집중되어 있는 이씨 관련 보도들을 살펴보면 이씨의 대외활동은 화려하다. 그가 밝힌 그간의 행적 리스트 일부를 보자.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와 측근들의 음란물 유포혐의 검·경 고소, 천안함 사건 때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서신 교류, 맥도널드 할머니 사연 소개로 한국의 복지문제 거론, 남성 피부미용관리사 1호 등등…’. 검증해보자. 이광필씨가 보도통신사인 뉴시스에 맥도널드 할머니건을 제보해 기사화한 것은 12월 12일. SBS의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가 할머니 이야기를 다룬 것이 12월 24일이니 십여 일 앞서 관련 보도가 나온 것은 사실이다.
남성 피부미용관리사 1호? 산업인력관리공단에 따르면 국가공인 피부미용관리사 자격증이 처음 시행된 것은 2008년 정기 기능사 5회가 처음이며, 1회 실시 당시 전체 취득자가 2만3173명인데, 그 중 여성 취득자가 2만2543명이다. 그러니까 남성으로 피부미용관리사 자격을 받은 사람은 630명이라는 것이 산업인력관리공단 측의 설명이다. 산업인력관리공단 관계자는 “공인 자격증 1호와 같은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어찌됐든 시민이 사회 현안과 정치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갖고 참여하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과장은 말자.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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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국민이 바뀌란 소리냐?
대통령 말씀에 또 답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