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우체국은 녹색이다

어떤 것에든 녹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그럴듯해 보이는 시대다. 녹색경제, 녹색기업, 녹색직업, 녹색기술… 심지어 정치에도 녹색을 붙여 녹색정치라고 하면 근사해진다. 녹색정부라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녹색 우체국’은 어떤가.

터치포굿 업사이클링 마크.

빈말이 아니다. 원래 우체국은 녹색과 잘 어울린다. 산간 오지나 외딴 섬 구석구석까지 일일이 우편물을 전하는 일 자체가 녹색업무라고 할 수 있다. 대량생산, 대량유통, 대량소비, 대량폐기 등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현대적 자원 순환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녹색의 핵심은 자원과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일 터이다. 지구환경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자연계의 자정능력을 넘어서는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적게 배출(Reduction)하고 다시 사용(Reuse)하고 재활용(Recycling)하자는 이른바 ‘3R’가 녹색생활의 첫 번째 덕목인 까닭이기도 하다. 우정사업본부가 추진하는 녹색공익사업(Green Post 2020)도 그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매년 전국 3700여개 우체국에서 사용하는 현수막과 배너는 1만1000개에 이른다. 비닐 재질의 배너는 분리수거 대상이지만 헝겊으로 만든 현수막은 그렇지도 않다.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매립장이나 소각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현수막이나 배너는 소각하면 다이옥신 등의 유독물질과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매립하더라도 완전히 분해되는 데 50년 정도가 걸린다. 그 처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폐현수막 등을 업사이클링한 제품들.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을 피우는 대반전을 만드는 것이 바로 녹색 마인드다. 수십 톤에 이르는 이 거대한 쓰레기가 멋진 디자인 상품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다 쓴 현수막과 배너, 키보드 등으로 연간 5000개의 가방, 1만개의 파우치, 3000개의 환경교육 DIY(Do It Yourself) 키트를 만들어 고객사은품으로 활용하거나 소외계층에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재활용은 원제품보다 질이 떨어지는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이 되는 게 보통이다. 더 이상 쓰지 않게 된 수건을 걸레로 사용하는 것이 좋은 예다. 우정사업본부는 여기서 한 번 더 발상을 전환했다. 원제품보다 상품성을 더 높이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전략이다. 이를테면 디자인을 결합하는 것이다.

디자인을 잘하면 재활용품은 오히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명품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업사이클링 제품이 고가 브랜드로 뜨고 있기도 하다. 스위스 가방 브랜드인 프라이타크가 대표적이다. 폐차되는 트럭 덮개 천막으로 만든 가방 하나에 수백만원의 가격이 매겨지기도 한다.

업사이클링 효과는 골치 아픈 쓰레기를 가치 있는 상품으로 바꾸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어쩌면 더 필요할지도 모르는 공익적 기능인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덤으로 얻는다. 우정사업본부 현수막 업사이클링을 맡은 사회적 기업인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는 “직접적으로는 15명에게 일자리를, 간접적으로는 40~50명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가운데는 장애인 15명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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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는 폐현수막 업사이클링으로 오염 물질 감소 등 환경보존, 소각비용 등 예산절감, 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체국이 더욱 푸르러지는 셈이다.

<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