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우편한류’ 불 지피는 포스트넷

이사를 한 뒤 새 주소지로 우편물을 받아보려고 몇 군데 주소 변경 신청을 하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집 주소를 우편물 수령지로 해둔 데를 다 알 수가 없어서였다. 뒤늦게 옛 주소로 발송된 우편물도 3개월 동안은 새 주소로 받아볼 수 있는 우체국 ‘주소이전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체국이 연간 처리하는 우편물은 50억 통에 이른다. 사람의 손이 유독 많이 가는 우편업무의 특성상, 그리고 그 많은 우편물 가운데서 주소가 바뀐 것을 골라내서 그런 서비스를 하는 것은 애저녁에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던 것이다.

서광현 우정사업정보 센터장(오른쪽)이 헨리 슈나이더 SEI 선임심사위원으로부터 우편시스템 CMMI 레벨 5 인증서를 받고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우리나라 우편시스템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2005년 우편물의 접수에서 배달까지 전 과정을 전산망을 통해 정보화한 포스트넷(PostNet)이라는 우편물류시스템을 개발·서비스하면서 우편시스템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걸 모르고 있다. 포스트넷은 우편 정보화의 엔진과 같은 것이다. 예를 들면 그 전까지는 집배원이 등기 우편물을 배달하고 수령증을 받아오면 그것을 일일이 대장에 풀로 붙여 비치해야 했다. 포스트넷에서는 PDA에 해준 수취인의 사인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된다.

지금은 당연한 일로 여기지만 포스트넷이 처음 등장한 시절 이 새로운 시스템은 세계 우정 전문가들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 등기 우편물을 부친 사람은 배달 즉시 그 사실을 자동 문자메시지로 받아볼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자신이 부친 우편물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종적조회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포스트넷은 일본·중국·동남아시아 등 여러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몽골·아제르바이잔·키르기스탄·베트남·말레이시아 등은 포스트넷의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동티모르는 이미 포스트넷을 수입, 서비스하고 있다. 우편 분야에서도 한류가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가 빈말이 아니다.

포스트넷은 2006년 정부혁신브랜드로 선정됐는가 하면 만국우편연합(UPU) 금상과 세계우편상 수상, CMMI 레벨 3 획득 등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IT 강국으로서의 기반과 우정사업본부의 노력이 이뤄낸 성과다.

이 가운데 CMMI는 우리말로 ‘역량성숙도 통합모델’(Capability Maturity Model Integration)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IT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품질평가지표 가운데 하나다. 1991년 미국 국방성의 지원으로 카네기멜론대학의 소프트웨어공학연구소(SEI)가 개발한 것으로서, 세계적으로 가장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CMMI는 IT 시스템의 품질을 1~5단계로 평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우편시스템은 2006년 레벨 3, 2009년 레벨 4 인증을 받았다.

지난 10월 26일 우정사업본부는 ‘우편한류’의 기세를 또 한 번 드높인 소식을 전했다. CMMI의 최고 등급인 레벨 5 인증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우편시스템의 모든 프로세스가 최적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번 인증은 한층 까다로워진 새 심사기법(SCAMPI V1.3)이 적용된 가운데서 받았다는 데도 큰 의미가 있다. 이 기준으로 레벨 5를 받은 것은 우리 우편시스템이 국내에서 최초, 세계에서 네 번째에 해당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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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시스템은 포스트넷과 인터넷우체국 시스템(ePOST)으로 이루어져 있다. 포스트넷은 이용자에게는 실시간 종적정보 조회, 배달 예정 시간 및 결과 자동 통보 등을, 우체국으로서는 운송·집배망 최적화 계획 관리, GIS·GPS 기반 배달순로 계획 수립 등을 가능케 한다. ePOST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각종 우편서비스와 택배, 우체국쇼핑을 비롯한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우정사업본부는 CMMI 레벨 5 인증에 힘입어 우리 우편시스템의 우수성을 각종 전시회나 국제회의를 통해 세계 각국의 우정 당국자들에게 홍보해 국내 우정 IT 산업체의 해외 수출 지원을 더욱 강화할 생각이라고 한다.

<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