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국의 대선이야기]제일 먼저 움직인 박근혜와 문재인

2012년 대선의 해가 밝았다.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한층 분주해졌다. 먼저 움직인 쪽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다. 움직였다기보다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박근혜 위원장은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홍준표 체제’가 붕괴되자 어쩔 수 없이 비대위원장을 맡았지만 만약 그때 맡지 않았다 하더라도 곧이어 터진 돈봉투 사태로 당의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유일대안’이란 이토록 부담 많고 힘든 포지션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야권주자들 쪽도 슬슬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사람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손학규 전 대표는 이미 내놓은 대선주자이고, 김두관 경남지사는 단체장이라 못 움직이고, 안철수 원장은 아직도 한참은 계산을 더해야 될 처지이니 먼저 움직인다면 문재인 이사장이지 싶었는데 역시 그랬다.

어느 쪽의 승부가 더 쉬울까. 박근혜 위원장의 승부는 빈사상태에 빠진 한나라당을 쇄신하고 그 당이 총선에서 이겨야 성공하는 승부다. 반면 문재인 이사장의 승부는 적지에서 생환해 돌아오는 것이다. 몇 명 더 살려 데려오면 금상첨화겠지만 승부의 임계선은 문재인이 살아오느냐 아니냐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재인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하지 못한 것을 하겠다 하고 있다. 그의 승부수가 통할 경우 문재인 이사장은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다. 마침내 지역주의의 벽을 넘어서는 것이므로 그의 정치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의심하는 목소리들은 그 순간 잦아들게 될 것이고, 문재인 이사장은 고만고만한 야권주자들 중에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안철수 원장밖에 없다”는 야권 일각의 ‘자조적’ 분위기도 일신할 수 있을 것이고, 단숨에 ‘박근혜-문재인’ 양강 구도를 만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가히 문재인 이사장의 일생일대의 승부이고 ‘운명’적 투신이다. 그가 당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서부산 낙동강 벨트의 한가운데에 있는 사상구를 선택한 전략적 이유다.

문재인 이사장의 선택이 아무리 운명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라 할지라도 그 비장감은 박근혜 위원장이 벌이고 있는 간난고투에는 미치지 못한다. 문재인 이사장이 운명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승부를 떠맡았다면 박근혜 위원장은 운명적으로 주어진 자신의 승부의 종착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문재인 이사장은 피하려 했던 승부를 어쩔 수 없이 하게 됐지만, 박근혜 위원장은 하지 않으면 안 될 승부의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이사장의 승부는 세력을 배후에 둔 승부다. 그는 단기필마가 아니다.

반(反)박근혜 연합이라는 세를 거느린 장수 중 한 명이다. 그의 승부가 실패해도 대신 나설 다른 장수들이 있다. 이에 비해 박근혜 위원장은 말 그대로 단기필마다. 대세론이 일으킨 모래먼지 탓에 마치 무수한 군마가 박근혜 위원장을 호위한 듯 보였으나 문득 먼지가 걷히자 박근혜 위원장은 홀로 반박근혜 연합군 앞에 서 있게 되었다. 거기에다 박근혜 위원장은 혼자 살아남는 승부가 아니라 자신을 따르는 대부대 전체를 살려야 하는 승부를 하고 있다. 어쩌랴! 이들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도 박근혜 위원장의 리더십이고, 이들로 하여금 배수진을 치고 사지를 빠져나오게 하는 것도 박근혜 위원장의 리더십이다. 박근혜 위원장의 쇄신, 문재인 이사장의 통합을 관통하는 것은 모든 걸 걸고 하는 승부의 절박함과 처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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