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노운지’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지칭하는 은어다. 노 대통령의 성에서 노(盧)를 따온 건 알겠는데 운지는 또 뭘까. 설명하자면 조금 복잡하다. 퇴임 직후 노 대통령은 ‘자연인으로 돌아오는 심정’에 대해 “야! 기분 좋다”라고 소감을 밝힌 적이 있다. 또한 고인이 된 노대통령은 진짜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여기, 예전 CF 중 ‘운지천 드링크’라는 TV광고가 있다. 배우 최민식씨가 주인공이다. 이 CF의 내레이션은 “자연 속에 내가 있다”다. 심지어 배우 최씨는 여기저기 바위(!)에서 뛰어내린다. 연상 결합작용으로 나온 것이 ‘노운지’다. 그러니까 ‘노운지’라는 은어는 속칭 고인드립(고인을 희화화 대상으로 삼는 농담)이다. 좋게 보면 짓궂은 것이고, 나쁘게 보면 특정 지역이나 인물,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로 우파 성향의 커뮤니티나 누리꾼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은어다.
한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만든 마리오 패러디 동영상.
지난 2월 중순 한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올린 합성동영상이 반짝 화제를 모았다. 슈퍼마리오 게임영상을 바탕으로 마리오의 얼굴에 후보자의 얼굴을 합성한 것. 누리꾼의 비상한 관심에 이 후보자도 고무된 듯했다. 인터넷 매체들도 화제를 모은 이 영상을 기사화했다. 그런데 누리꾼의 열광이 조금 이상하다. “비서관이 (마)약 빨았냐”, “비서관이 합필갤러.” 역시 설명이 필요하다. 이 국회의원 예비후보의 홈페이지를 보면 ‘참여정부의 일 잘하는 비서관 출신’이라는 것을 강조해 놓았다. 합필갤러라는 말은 ‘디시 인사이드 합성필수요소 갤러리 사용자’라는 뜻이다. 실제 동영상엔 이른바 합성필수 요소들이 깨알같이 녹아 있다. 그런데 그 합성필수 요소들 중엔 ‘야! 기분 좋다!’라는 노 대통령 음성으로 상징되는 ‘노운지’가 살짝 들어가 있다.
말하자면 참여정부 비서관이 노 대통령 ‘고인드립’이 포함된 선거홍보 영상을 직접 만들었다는 건데, 사실일까. 이 예비후보에게 전화했다. 물었다. “비서관이 합필갤러”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아십니까. 그의 첫 마디. “합… 뭐라고요?” 이걸로 게임 끝.
상황을 비유하자면 이렇다. 어느 보수 후보가 자신의 캐치프레이즈로 ‘보수의 고깔콘!’이라는 말을 채택했다.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웃는다. 그런데 그 후보는 ‘나는꼼수다’를 들은 적 없다. 그래서 ‘보수의 아이콘 오세훈 전 서울시장’ 패러디라는 걸 모른다. 의미를 그는 여전히 모른 채 맞장구치고 있다.
사실 이 패러디를 만든 이가 합필갤러라는 말은 아마 맞을 것이다. 실제 디시 인사이드 합성필수요소 갤러리에 이 패러디가 올라왔다. 올린 이는 “나는 한다...선거..캠..ㅍ”라는 글을 올렸다. 실제 이 누리꾼이 그 국회의원 예비후보 캠프에서 일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기자가 국회의원 예비후보와 통화한 다음날, 디시 인사이드를 비롯, 대다수의 웹사이트에서 동영상은 삭제됐다. 게시물을 내린 디시 인사이드 관계자는 “요청에 의해 2월 16일 오후 3시쯤 삭제했으며, 요청한 사람이 누구인지, 요청 사유 등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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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