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이후 정국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속력 행보다. 선거 다음날 ‘당 정상화. 민생행보’로 방향을 잡더니 ‘공약 실천’에 당 활동의 초점을 맞추었다. 5월 중에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박근혜 위원장은 한결 가뿐해진 몸으로 민생행보·현장행보에 집중할 것이다.
선거 패배의 후유증을 털고 국면전환을 도모하고 있는 민주통합당도 민생을 매개로 대선행보를 시작할 것 같다. 문성근 대표대행이 ‘광장정치’라는 이름으로 국민들과 직접 만남을 시작한 것도 따지고 보면 민생행보라 하겠다. 민생행보가 국민의 생활상의 문제들을 국민들로부터 직접 듣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라면 그렇다. 특히 민주당은 자신들의 전통적인 구호인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는 구호가 최근의 선거국면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음을 반성적으로 돌아보고 있으므로 다가오는 대선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민생행보를 할 것이 분명하다. 이번 대선이 양당의 민생행보로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문성근 대표대행
민생행보는 대선주자와 정치지도자들이 국민과 만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것도 삶의 현장에서 만나야 제맛이 난다. 사실 정치권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민생행보는 여기까지다. 그러나 여기에서 멈춘다면 진정한 민생행보는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끝내는 것이 된다. 말 그대로 ‘사진찍기’를 위한 이벤트로 전락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식의 민생행보는 ‘1박2일’ 수준의 리얼리티조차 주지 못한다. 재미와 감동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제대로 된 민생행보를 하려면 여기서 두어 발자국은 더 나아가야 한다. 민생행보가 국민들에게 의미있게 다가가는 때는 주자들이 민생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체감도 높게 전달할 때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첫 번째 민생탐방처럼.
민생행보를 위해 현장에 가고 생활현장에서 국민의 소리를 듣는 장면을 사진에 담는다면 정치적으로는 일단 성공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2% 부족하다는 아쉬움은 그대로 남는다. 민생행보의 재미는 이 2% 부족한 느낌을 깔끔하게 해소해줄 수 있을 때 완성된다. 그것이 바로 민심의 정책적 수렴과 민생 대안의 제시다.
여기까지 오면 대중은 대선주자를 자신의 대변자로 인정한다. 자발적으로 입을 열어 대선주자를 칭찬하기도 하고, 상대방 ‘알바’와의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확신할 수 있는 근거, 주자와의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사건적 계기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민생행보와 민생이 사실 꼭 같은 것은 아니다. 어떤 대선주자도 모든 민생현장에 갈 수는 없다. 어떤 대선주자도 4500만 국민을 모두 만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선주자들이 아주 열심히 민생행보를 해도 그것이 곧 민생 그 자체는 아니다. 대선주자들의 민생행보는 어디까지나 상징적 행위다. 그렇다고 쇼라고 폄하해선 안 된다. 상징적 행동이라 해서 진정성이 없는 것이 아니고, 상징적 행위라 해서 실제적 힘이 없는 것도 아니다. 상징적인 만큼 영향력도 크고 상징적인 만큼 실제적이다.
민생행보에서도 승리하고 민생에서도 성취를 이루는 주자를 보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21세기 정치가 지향하는 생활정치의 구현된 모습일 것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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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