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국의 대선이야기]박근혜의 위기, 민주당의 기회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상하다.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 이상돈 정치발전위원을 앞세운 경선캠프 구성도 그렇고 5·16을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으로 규정한 역사해석에서도 박근혜 전 위원장은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어차피 공격받을 바에야 차라리 먼저 공격적으로 나가겠다는 결기가 느껴지지만 정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어차피 받을 공격이라면 공격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 5·16에 대한 역사해석도 공세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수세적으로 ‘불가피하게’ 하는 것이 더 좋다. 그래야 ‘자식으로서 아버지 시대의 일을 이야기하는 진정성’이 묻어나게 된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세상 일에는 리듬이란 것이 있게 마련이다. ‘슬로 슬로 퀵퀵’은 춤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밀당(밀고 당기기)’의 묘미를 연애할 때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듯.

강하면 부러진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지난 3개월에서 ‘지나치게 강함’을 느낀다면 바로 이것이 위기다.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사건’은 아마도 지나친 강함이 초래한 순간적 ‘흐트러짐’이었을 것이다. 5·16 발언으로 일시에 사면초가가 돼버린 것도 ‘지나친 강함’의 부작용일 가능성이 많다. ‘과유불급’의 경구를 되새기며 다시 계영배를 꺼내놓을 때다.

정치권에서 여유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대가 있는 게임의 장이므로. 대중의 바다로 나가야 할 것이다. 대중과 ‘밀고 당기면서’ 여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5·16을 ‘역사의 평가’에 맡기기 위해서도 대중과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판을 하건 지지를 하건 대중의 소리에는 삶의 애환이 실려 있으므로.
민주통합당이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오랜만에 보는 멋진 정치다. 결선투표제 도입의 최대 수혜자는 문재인 상임고문이다. 자신에게 불리해 보이는 결선투표제를 ‘통 크게’ 받은 것이니 선두주자로서의 여유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이미 크게 얻었다. 이로써 문재인 고문은 ‘문재인 대세론’을 만들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구축했다.

결선투표제를 요구해 관철시킨 손학규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크게 얻었다. 문재인 고문을 무작정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작전과 전략으로 따라가고 협공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다.

문재인 상임고문

민주통합당이 대선에서 이기려면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정치적 역동성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아야 한다. 민주당 경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통합진보당과의 정치연합을 거치면서 이 역동성을 더 크게 만들어가야 한다. 다단계 추진로켓처럼 가속도를 최대한 활용해 국면을 주동적으로 돌파해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종주자가 누가 되건 모두의 힘을 모아야 비로소 승부를 해볼 수 있다는 처절하고도 절박한 승부의식을 가져야 한다.

문제는 다시 진정성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 웬만한 차이는 넘어설 수 있다는 진정성. 대선 승리를 위해 모든 걸 버릴 수 있다는 진정성이야말로 민주통합당이 마지막까지 버틸 힘이다.

고성국의 대선이야기

위기국면에 직면한 박근혜 전 위원장과 기회를 착착 만들어가는 민주통합당의 엇갈린 행보로 인해 정국은 일시적으로 교착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냥 버티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체력 소모를 감당해야 하는 교착상황이다. 먼저 움직이면 다소라도 유리하겠지만 되치기의 위험 또한 적지 않다. 과연 어느 쪽이 먼저 움직일 것인가. 승부는 늘 행동에서 시작된다.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