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위기탈출 넘버원 PD 출근 모습.” 7월 말, 주요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이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특수 방탄복을 입은 폭탄분해요원 사진이다. 그러다보니 익숙하다. 영화 <허트로커>의 한 장면이다. ‘위기탈출 넘버원’ 프로그램의 역사는 꽤 된다. KBS 측에 따르면 약 8년의 역사다. 그런데 최근에서야 화제를 모았다. 어떤? 위의 사진에 한 누리꾼이 댓글을 달았다. “코 파도 안 죽겠네, 선글라스 벗어도 안 죽겠네, 조개껍질 찔려도 안 죽겠네.” 그러니까 언젠가 저 프로그램에서 코를 파다 죽은 사람, 조개껍질을 실수로 밟았다가 죽은 사람… 등의 희귀 사망사례가 소개되었나보다. 언젠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걸 본 적 있는 듯 싶다.
“위기탈출 넘버원 PD 출근 모습”이라며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영화 <허트로커>의 한 장면이다.
어쩌다 한 번쯤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그런 온갖 희귀 사망사건을 보여주다 보니 “저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PD는 세상 걱정돼서 어떻게 사나”라는 식의 패러디 글이 최근에 흥한 것이다. 게다가 8년이나 된 장수 프로그램이니, 이제 소재가 고갈되어 조금 억지성 상황 설정이 늘어나는 것 같다는 살짝 비난성 의도도 없진 않은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것도 있다. 지난 7월 23일, 중국의 푸젠성 샤먼시에서 한 여성이 지상으로부터 약 8~9m 높이에서 떨어진 야자나무 잎사귀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사의 제목은 “떨어지는 나뭇잎에 맞아서 부상”이었다. 보통 저런 제목에 조응하는 단어는 ‘말년병장’이지만, 누리꾼의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다음과 같다. “위기탈출 넘버원 PD가 써먹을 소재가 먼저 팔렸다고 ‘아까비~!’ 하겠네.”
이쯤 되면 또 이야기 안 들어볼 수 없다. 위기탈출 넘버원 같은 프로그램의 PD를 하면 정말 세상만사에서 죽음의 두려움을 느끼게 될까. 위기탈출 넘버원을 1년째 연출하고 있는 책임프로듀서 김광수 PD에게 물었다. “아… 허트 뭐라고요?” 못 알아듣는 듯했다.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한참을 설명한 뒤 돌아온 답. “기자님, 일단 제가 한 번 봐야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일 연락드리면 안 될까요?” 아무래도 이해를 시키는 데 실패한 듯.
그리고 얼마 후. 다시 김 PD로부터 문자가 왔다. 현재 연출을 하고 있는 정미영 PD가 답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요지다. “아는 게 병이라고 건강염려증 같은 게 생기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 PD의 첫 마디다. 정 PD는 위기탈출 넘버원을 맡기 전에 ‘비타민’을 연출했다. 이제 막 옮겼다고 한다. “인터넷에 프로그램 장면을 캡처해 올린 사람은 웃자고 했겠지만, PD뿐만 아니라 제작하는 스태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며 “특히 아이를 기르는 경우 정말 조심하게 된다”는 것이 김 PD의 답이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김 PD는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서 ‘위기탈출 넘버원’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에 대해 “그것도 프로그램에 대해서 나름의 애정표현이 아니겠느냐”며 “다가오는 9월에 프로그램 출연진을 개편하는데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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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