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20년 전에 비해 조용한 편이다. 1992년 10월 휴거 소동 말이다. 1999년 7월을 거쳐 다시 나온 날짜가 올해 즉 2012년 12월 21일이다. 날짜가 맞다면 우리는 19대 대선을 치른 이틀 뒤 세상의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종말론은 이제 정말 쉰 ‘떡밥’이 된 걸까.
11월 초, ‘미래의 인간이 보여준 2012 비디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주목을 받았다. 2007년 무렵 어떤 비디오가 나왔는데, 총 6시간 분량의 그 비디오에는 2012년 12월 21일 이후 벌어지는 지구 종말 상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고 한다. 즉 미래에서 온 어떤 사람이 전해준 비디오인데, 전 세계 정부가 이 천기누설을 막기 위해 삭제신공(!)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같이 제시되는 사진은 그 비디오의 스크린샷이다.
사진들을 보면 하나같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아보기 힘든 흐릿한 영상이다. 주로 밤을 배경으로 건물 등이 찍혀 있고, 하늘에는 어떤 빛나는 물체 같은 것이 떠 있다. 아비규환으로 뛰어다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얼핏 보인다.
2012년 종말을 담고 있는 비디오 캡처라고 주장하는 사진들 중 하나(위). 이 사진은 아래 2008년 팔레스타인 폭격 사진(아래)으로부터 합성된 것이 확인됐다.
도대체 이 사진들의 출처는 어디일까. 국내에 퍼진 게시글 및 사진의 원본은 지난 2010년 10월 18일 영어로 작성된 게시물이다. 외국의 한 커뮤니티에서 추적한 결과를 보면 다시 이 설이 나온 곳은 중국 포털인 바이두다. 실제 일부 사진에는 중국어 한자 설명이 있다. 중국어 전공자에게 해석을 의뢰했다. “이 사진은 2007년 이래 가장 중요한 증거이고, 이 판본을 가진 정의로운 누리꾼이 내놓은 것이다” 운운. 앞의 시나리오다. 그런데 신통한 것은 역시 2010년 포스팅된 바이두의 게시물 사진들은 대부분 삭제되어 있다. 정말 중국 정부는 저 사진이 미래에서 온 비디오 캡처라고 생각해서 삭제한 것일까.
비디오의 실존 여부를 두고 한 영어권 커뮤니티에서 진지한 논의가 진행됐다. 영국 BBC가 제작한 ‘슈퍼볼케이노’라는 다큐멘터리 드라마 장면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비슷한 느낌의 장면이 있었지만 정확하게 일치하는 장면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사진 속 건물이 지난 2008년 7월 몽골에서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불태운 집권 몽골 인민혁명당 건물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역시 딱 떨어지진 않는다. 그러다 누리꾼의 집념이 결실을 맺었다. 바로 아비규환으로 도망치는 시민들 사진이다. 2008년 이스라엘이 백린탄으로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유명한 사진을 합성한 것이었다. 빙고!
애초 2012 비디오의 진앙지가 되었던 ‘바이두’의 게시글을 살펴보면 다른 장면이 어디서 가져왔는지 폭로된 게시물이 일부 남아 있다. 몇몇 장면은 유명 게임에서 따온 것이다. 결론을 내릴 때다. 과연 저 사진들은 2012년 지구 최후의 날을 보여주는 비디오의 한 장면일까. 아닐 가능성이 높다. 2007년도에 공개되지도 않았다. 몇몇 사진은 2008년도 사진을 바탕으로 합성된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중국 포털에서 삭제된 이유? 진실을 감추기 위한 정부의 ‘음모’라기보다 중국 누리꾼 스스로 쉰 ‘떡밥’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일 듯싶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오늘을 생각한다]](http://img.khan.co.kr/spko/ranking/weekly/140098/20240430104625_14009801.jpg)
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