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수상해도 아주 수상한 여행이네요. 정말 선거와 무관한 걸까요?” 11월 23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한 전단지에 대한 누리꾼의 말이다. 그가 말한 ‘수상한 여행’이란? 전단지의 제목은 이렇다. “故 육영수 여사 생가 관람” 전단의 부제는 ‘강경 젓갈시장 쇼핑’이다.
조건은 파격적이다. ▲최고급 젓갈정식을 제공하며 ▲참석자 전원에게 최고급 겨울내의 한 벌과 액젓 2개를 증정한다. ▲최고급 45인승 리무진 버스로 왕복운행을 하는데, 참가비는 단돈 5000원이다. 출발지는 검색해보니 대구다. 이 여행상품을 내놓은 곳은 ‘D투어’. “선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전단지는 강조하고 있지만, 지금 대권가도를 달리고 있는 ‘따님’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 관광 전단지.
인터넷에서 해당 여행사의 이름으로 검색해보면, 지난 9월과 10월에도 비슷한 행사를 했다. 사실, 이런 종류의 버스 관광상품은 흔하다. 대부분 여행경비보다 ‘현지쇼핑’을 통해 이익을 남기는 구조다. 이 경우 생가 방문을 마친 관광객들은 젓갈시장에 들러 젓갈을 사간다. 여행사는 현지 협찬업체를 통해 비용을 보전받는다.
전단에 명시된 강경 젓갈가게에 전화를 해봤다. “점심식사나 무료로 제공하는 액젓은 그쪽에서 비용을 지불합니다.” ‘파트너’인 D여행사 대표는 만난 적이 없다. 얼굴을 본 사람은 기사와 가이드뿐이다. “보통 출발하면서 전화를 해요. 몇 사람이 가니 몇 인분 식사를 준비해달라는 식으로.” 유치하는 손님 1인당 지불하는 비용은 2만원. 하지만 구입해가는 젓갈은 많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렇다면 다시 의혹은 ‘D투어’로 집중된다.
“아이고, 6개월 동안 계속 그 질문이 들어오네요.” 그 여행사의 관리자이며 40대 남성이라고만 밝힌 인사의 말이다. 답변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거와 무관하게 계속해오던 여행상품이며, 실제 선관위에도 신고가 들어가 실사를 나왔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는 것. “여행에 참여한 분들에게도 신신당부합니다.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절대로 박 후보와 관련된 말은 꺼내지 말라고요.” 강경 젓갈집 사장 말대로 멸치나 내복, 액젓은 여행사가 구입해서 나눠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익은 별로 없다는 것이 이 관리자의 주장. “자꾸 이런 식으로 말이 나오면 우리로서는 부득이하게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한 종편방송에서 강경 젓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후 타격도 컸고, 이게 장사가 된다 싶어서인지 대구에 다른 여행사도 육 여사 생가 방문 상품을 만들었어요.”
어쨌든 선관위에도 물어봤다. 저 경우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나. “어쨌든 우리도 암행으로 육 여사 생가 방문 투어에 사람들을 보내봤는데, 외형적으로는 별 문제는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냈다.” 경북도 선관위 지도과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 누군가가 적자를 보전해주는지는 D투어의 장부를 들여다봐야 알지만, 그 역시 막연한 의혹만으로는 조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뭔가 찜찜한 것이 남는다. 어쨌든 선관위 결론은 그렇다고 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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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