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우정청 승격 물 건너갔나

우정사업본부가 새 정부에서는 지식경제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로 소속이 바뀌게 된다. 우정사업본부의 미래부 이관은 지난 1월 2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2차 정부조직개편안의 주요 내용 가운데 첫머리에 언급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그 의미가 간단치 않다. 미래부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특별히 구상하고 있는 국정 목표를 뒷받침할 핵심 부처로 꼽힌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총괄하는 조직으로서 9개 부처와 위원회의 관련 기능을 통합했다. 그래서 공룡 부처라는 소리를 듣고 있기도 하다. 더욱이 부처 서열로도 경제부총리가 장관을 겸하게 되는 기획재정부에 이어 2위가 된다고 한다.

새 정부의 핵심·공룡·막강 부처의 일원이 됐으니 우정인으로서는 자긍심을 가질 만한데 분위기를 보니 의외로 무덤덤하다. 표정관리를 하나 보다 했는데 그것도 아니다. 씁쓸하다, 아쉽다, 실망스럽다, 심지어 허탈하다는 표현이 더 많이 기사에 등장한다. 무엇보다 우정청 승격 숙원이 실현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새 정부에서 우정사업본부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소속이 바뀌게 됐다. 우정청 승격에 대한 기대는 무산됐다.

이번 정부 조직 개편에서 우정인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컸다고 할 수 있다. 조직 규모, 역사성, 공적 기능, 서비스 평가, 실적, 국민 인식, 정책 활용도 등 모든 면에서 명분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했던 터다. 마치 어른 몸에 아동복을 억지로 입힌 것이나 다름없는 지금의 ‘사업본부’ 체제를 유지하기가 어찌 보면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해 12월 27일 전국우정노동조합·지식경제부공무원노동조합·별정우체국중앙회 주최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최한 우정청 승격에 관한 토론회 등을 통해 공감대도 넓혔다. 총 108조원의 자산, 14조원에 이르는 연매출, 4만5000여명의 직원, 6조9000억원 규모의 연간 예산, 전국 3600여개의 우체국 네트워크 등 탄탄한 인적·물적 자원을 갖춘 우정 부문이 새 정부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면서 여러 부처가 눈독을 들이기도 했다. 모기관인 지경부는 물론 정보통신부 시절의 연고권을 내세운 방송통신위원회, 우체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국 행정망을 강화하려는 행정안전부, 우정사업을 물류 측면으로 본 국토해양부, 우체국금융과의 연관성을 내세운 금융위원회 등이 군침을 삼켰다. 지경부와 방통위 등의 경우 인수위 보고에서 우정청 승격을 적극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우정사업본부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7월 사업적 정부 기능에 경영 원리를 도입한 책임운영체제로 전환한다는 취지로 정보통신부에 있던 우정국과 체신금융국을 합쳐 우정사업본부라고 이름을 붙여 출범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자율보다 규제가 더 많아지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인이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새 조직에 들어가 홀대를 받다가 자리 잡을 만하면 다시 보따리를 싸는 일이 반복된 셈이다.

이번에도 우정 조직이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청으로 승격되기를 바라는 우정인들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새 정부에서 그 꿈이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라고 우정인들은 믿고 있다. 국회 논의를 통해 조정되거나 별도 입법을 통해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민주통합당 변재일 정책위 의장은 “우정사업본부가 미래창조과학부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이의가 없지만 이를 독립부서로 할 것인지 미래창조부의 한 파트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독립부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도 우정사업본부를 우정청으로 승격시키는 ‘정부조직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이명수 의원이 대표발의해 놓은 상태다.

우정이야기 구독

우정노조 김명환 정책기획실장은 “우정 부문의 독립은 우정인의 꿈이자 희망”이라며 “이번에 안 됐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퇴직 우정인 모임인 우정복지회 이주완 회장도 “20만 우정가족의 염원을 담아 끝까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한 꿈은 언젠가 이루어질 것이다. ‘우정인의 꿈’은 잠시 유보됐을 뿐 진행형이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