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넷]지옥의 빵공장?

“군대 전역하고 약 3년 전에 ○○에서 일했음. 의욕 만땅에 학교가기 전까지 시간도 남았고 놀면 뭐하냐 빡세게 학비라도 벌어보자 했던 나의 열정과 의욕을 모두 짓밟아버린 ○○….”

지난 2월 26일, 한 유명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한 빵 제조공장에 대한 이야기다. 글을 올린 이는 회사 이름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신통하게도 밑의 텍스트 광고는 그 식품회사의 선전을 올리고 있었다.

글은 여러 사람이 겪은 그 회사 공장 경험담을 모아놓은 형식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이 회사 이름이 거론된 것은 벌써 몇 년 되었다. 위의 ‘군대 전역 후 3년’ 이야기도 2009년 정도부터 찾아볼 수 있다.

‘지옥의 빵공장’ 등의 이름으로 도는 모 회사의 높은 노동강도를 비판하는 글은 몇년 전에 작성된 것이며, 현재 근로조건은 많이 개선되었다는 것이 회사측 주장이다. (※사진은 특정회사와 관계없음) | 경향자료사진 박동민

진짜일까. 관련 자료를 찾다보니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과 보도자료가 눈에 띈다. 지난해, 이 회사는 연장근로 위반 근로자 비율 80% 이상 사업장으로 지적을 받았다. 또 월 9회 이상 휴일근로를 하는 기업으로도 적발되었다. 회사는 고용노동부에 60명을 신규채용하겠다는 개선계획서를 제출했다. 고용노동부에 확인 결과, 지난해 12월에는 개선이행 보고서도 제출했다.

회사측에 연락해봤다. “저도 그 글 봤습니다. 현재와는 상황이 다른데 계속 그런 글이 인터넷에 도니 참 골치 아프네요.” 여러 사람을 거쳐 연결된 담당자의 말이다.

노동부 보도자료에 언급된 것처럼 신규인력을 채용했고, 각 라인별로 1시간씩 쉬는 시간을 도입하는 등 현재 ‘근로조건’은 많이 개선되었다는 것이다. 기숙사 시설도 낙후되었다는 불만이 많아 4억원을 들여 지난해 10월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신선도가 생명이다 보니 휴일에도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특수사정’도 있다는 것이다. “이직률도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항상 인력이 부족한 상태예요. 이건 드라마 영향도 있는 것 같은데.” <제빵왕 김탁구>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빵 만드는 기술을 배우겠다’고 들어왔다가 막상 경험하는 공장생활이 그게 아니라 실망해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홍보담당자는 말했다. “중간에 그만두신 분들도 있지만 공장 출신으로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개업하신 분도 전국적으로 수백명입니다.”

고용노동부를 취재하면서 앞의 모 커뮤니티에 ‘지옥의 빵공장.txt’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던 글을 다시 확인하려고 하니 삭제된 상태였다. 하지만 다른 커뮤니티에서 퍼날라진 해당 글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지역 공장 관계자는 말했다. “일단 오셔서 보시면 그 글들에 묘사된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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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적어도 2012년 8월 이후엔 몇년 전부터 돌던 글에서 묘사된 상황과는 달라졌다고 하니, 글을 퍼나르기 전에 한 번쯤은 검토해보도록 하자.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