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한때 유명했던 무서운 사진?

“몇 년 전에 봤던 사진인데, 정말 이 사진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합성했다는 말도 있고, 사진작가가 찍었다는 말도 있고….” 한때 유명했던 무서운 사진. 지난 3월 초부터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을 설명하는 제목이다.

흑백사진인데, 철길 주변 전경을 담은 사진이다. 얼핏 봐서는 뭐가 무서운 지 잘 모르겠다. 사진이 무서운 이유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1. 왼쪽은 과거이고, 오른쪽은 현대시대. 2. 중간의 검은색 옷을 입은 귀신같은 사람의 얼굴이 없으며, 사진 중반 위쪽의 남자도 얼굴이 없다 3. 오른쪽 현대시대의 주택 왼쪽에 무덤이 있는데 파헤쳐져 시체가 보인다. 4. 사진 위쪽을 보면 철로가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데 혹시 왼쪽은 지옥이고 오른쪽은 천국?(하략)

철길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대시대’가 나뉘어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사진을 보면 왼쪽에는 주로 낡은 기와집이 있고, 오른쪽에는 다세대 주택이나 빌딩이 있다는 말이다. 검은 색 옷 입은 여자의 얼굴이 없다거나 남자의 머리가 없다는 건 사진 구도 내 피사체의 크기가 워낙 작아 판별이 불가능하다. 무덤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초부터 주요 커뮤니티에 “한때 유명했던 무서운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 여러 근거를 들면서 실제 사진이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사진은 홍대 인근의 과거 사진이다.

이 사진을 ‘무서운 사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요컨대 저 사진이 실제의 광경을 찍은 것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초현실적인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무서운 사진이라는 것이다. 댓글로 올라온 ‘반향’을 보면 실제로 몇 년 전 저 사진이 무서운 사진이라고 퍼졌던 모양이다. 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주로 어린 시절이겠지만, 위에서 번호를 붙여 소개한 사진 속의 이상한 점(7가지가 지적된다)를 다 찾는 ‘오싹한 놀이’를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사진은 가짜가 아니다. 어떻게 아냐고? 필자가 과거 저 동네에 살았기 때문이다. 홍대 산울림소극장 인근 소금구이 골목(공식 이름은 와우마을 1길) 근처 사진이다. 사진을 찍은 장소도 짚을 수 있다. 산울림 소극장 옆 와우교에서 내려다보고 찍은 것이다. 철길 가운데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여인은 사진을 찍은 이가 섭외한 모델로 보인다.

사진 속 장소가 어딘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봤지만 찾지 못한 까닭은 지금은 이 철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의선 용산선이다. 사진이 찍힌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화물열차 전용역이었던 서강역이다. 경의선 복선전철화와 인천공항철도 공사로 2005년 철거되었다. 그 뒤 한동안 폐쇄되었던 서강역은 지난해 12월 15일 경의선 전철역으로 지하역이 만들어져 다시 개장했다. 현재의 서강역에 문의해보니, 현재 근무자들 중 2005년 이전에 근무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이 사진이 서강역 인근 소금구이 골목 사진이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사진을 보면 해설을 올린 이가 건널목 왼쪽 ‘과거’라고 지목한 기와집들 위에 ‘왕소금’이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포털 다음 지도에 들어가서 보면 비록 열차선로가 폐쇄된 이후 이지만, 2008년 11월에 찍은 거리사진에 ‘기차길 왕소금’이라는 간판을 볼 수 있다. 장소에 대한 의문이 풀리셨는지.

하나 더 궁금한 것이 있다. 열차 선로에 저렇게 서 있는 것은 법에 걸리지 않을까. 아닐 듯도 싶다. 몇 해 전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도 주인공들이 철로 위를 걷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가. “그건 사전에 촬영 협조 허가를 받은 경우고요….” 코레일 관계자의 말이다.

언더그라운드, 넷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무단으로 선로에 출입하는 경우 철도안전법 48조 5항을 위반한 것이다. 48조는 ‘철도 보호 및 질서유지를 위한 금지행위’를 규정한 조항으로 5항은 “선로(철도와 교차된 도로는 제외한다) 또는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철도시설에 철도운영자등의 승낙 없이 출입하거나 통행하는 행위”를 하면 안된다고 못 박고 있다. 다시 이 법 81조 9항을 보면 위의 48조 5항을 위반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꽤 유명한 사진이었던 모양인데, 사진의 주인이 선뜻 나서지 않은 이유를 알 듯도 싶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