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영화 <영웅> ‘의리 마케팅’의 성적표

의리. 지난 3월 중순부터 인터넷을 장악한 키워드다. 키워드의 주인공은 배우 김보성씨다. 그가 참여했던 영화 <영웅: 샐러멘더의 비밀> 개봉에 맞춰 “의리로 영화를 봐달라”고 읍소했기 때문이다. 사실, ‘의리’를 내세운 김씨의 캐릭터는 일관됐다. 3월 8일 연예계 동료들이 참여한 VIP 시사회에서 그는 무릎을 꿇고 말했다. “영화가 흥행되든 안 되든 평생 ‘의리’를 지키면서 잘 모시겠습니다.” TV의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그는 ‘의리’ 콘셉트를 계속 밀고 나갔다.

영화 <영웅:샐러멘더의 비밀>의 포스터. 익스트림 필름

“100평 아파트 전기세를 못내 불을 끄고 살 만큼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그의 고백에 잠시 안티 여론이 이는 듯했으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인터넷 여론이다. “대한남아의 의리!”에 감동한 누리꾼(대부분 남성들이리라)들이 움직였다. 네이버의 영화 평점이 치솟았다. 3월 29일 현재 <영웅…>의 네티즌 평점은 9.4점. 네이버에 등록된 모든 영화 중 1위다. 영화에 감동받은 사람들의 평을 옮겨보자. “평점이 너무 높기에 장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실상 영화를 접하니 남자의 뜨거운 의리와 남녀간의 의리… 보는 내내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내 인생의 top 3 작품 중 하나”(jh99****) “아직도 액션 신에서 흘린 손의 땀이 마르지 않고 있으며 감동의 눈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당신이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한다면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ajk7****) 영화평만 봤을 때는 대성공이다.

실제 성적표가 궁금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매일 실시간으로 박스오피스, 즉 전국 영화관에서 팔린 입장권 수를 집계해 보여주고 있다. 3월 29일, 통계에서 <영웅: 샐러멘더의 비밀>은 찾을 수 없었다. 이미 막 내린 것이다.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은 3월 27일이었다. 목요일 새 영화들이 개봉하면서 남아 있던 지방 2개관에서도 퇴출(?)된 것이다. 영진위의 집계에 따르면 마지막 날 ‘의리’를 지킨 관객은 모두 58명. 티켓 판매로 벌어들인 돈은 43만8000원이었다. 결국 3월 14일 개봉 후 <영웅…>의 최종 성적은 누적관객 5987명, 매출액 4408만1500원이었다. TV에 출연한 배우 김보성씨는 15만명 관람이 손익분기점이라고 했는데, 말하자면 대실패?

극장에서 내리기 직전, 영화사 관계자와 통화했다. “큰 흥행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그 정도면 선방한 것으로 본다.” 영화사 쪽에서 오히려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IPTV나 케이블 등 부가시장 쪽이다. “현재도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온라인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올레TV의 경우 3월 넷째 주 주말부터 오픈했다.” 극장에서 실패했더라도 부가시장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꽤 있다. 박경수 CGV 홍보팀장은 “극장 개봉 때보다 부가시장에서 성공한 이례적인 사례가 꽤 있는데 <후궁>이나 <간기남>이 그런 경우”라며 “보통 극장에서 망하면 부가시장에서도 망한다는 공식이 일반적이었는데, 확실히 극장 개봉만 보고 전망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지도 않고 ‘의리’를 외친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누리꾼도 없진 않을 것이다. 영화사 측에 따르면 ‘의리’를 지킬 방법은 아직 남아 있다. 조금 더 분발하길 기대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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