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포돌이의 수난, 새로 나올 포돌이 2.0에게도?

“포돌이, 진화의 시작.”

한 누리꾼의 평이다. ‘포돌이 변천사’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을 떠도는 이미지 모음에 대한 평이다. 포돌이. 경찰의 이전 마스코트였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다. 포돌이 캐릭터의 탄생은 1999년 김석기 서울시 방범지도과장의 제안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분, 맞다. 2009년 1월, 용산참사의 책임자였던 당시 서울경찰청장. 캐릭터 디자인도 역대급이다. 만화가 이현세씨다.

포돌이 변천사에 등장하는 포돌이의 변화는 조금 무섭다. 인터넷에 익숙한 이라면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천진난만한 웃음이 조금 사악하게 변했고, 플래시로 비추는 효과를 냈다. 누리꾼은 이 버전의 포돌이에게 ‘잡았다 요놈!’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주요 포털 검색어로도 잡히니 궁금하신 분은 각자 찾아보시도록.

‘포돌이 2.0’ 캐릭터도 과거 ‘포돌이’처럼 패러디 대상이 될까. 경찰청 페이스북 운영자가 공개한 포돌이 2.0의 티저 이미지. | 경찰청 페이스북 ‘폴인 러브’

아무튼 그 포돌이가 돌아온다. ‘포돌이 2.0’이라는 이름이다. 4월 중 공개예정이다. 경찰청 공식 페이스북 ‘폴인 러브’에 들어가보면 Coming Soon!이라는 노란선과 함께 ‘숨막히는 뒤태’(페이스북 운영자의 표현)가 공개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공식 경찰청 페이스북 운영자가 ‘잡았다 요놈!’ 패러디를 가져다 사용하고 있다는 점. 어쨌든 새 캐릭터에 대한 힌트는 더 있다. 언론 보도를 검색해보면 명동파출소에 포돌이 2.0으로 만든 마스코트가 서 있다. 앞의 ‘폴인 러브’가 개설한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려진 ‘서울지방청 홍보담당관실’의 로고에서도 진화한 버전의 포돌이와 포순이 캐릭터를 확인할 수 있다. 공개된 버전을 보면 우선 바뀐 근무복에 눈과 귀가 더 커져 있는 모양새다.

곧 공개될 포돌이 2.0은 어떤 모습인지도 궁금했지만 ‘우려’ 역시 동시에 든다. 포돌이 1.0 버전은 공포·포르노 패러디가 범람했다. 혹시 포돌이 2.0이 나오자마자 패러디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포돌이 ‘실사’ 사진을 보면 포돌이가 포순이의 가슴을 만진다든가 성행위 자세를 취하는, 그런 사진을 찍는 것도 한때 의경 사이에서 유행한 모양이다.

경찰청에 물어봤다.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곳은 경찰청 미래발전담당관실이다. “‘잡았다 요놈!’이라고요? 처음 들어보는데요.” 담당간부의 말이다. 기자가 알려준 검색어로 포돌이 패러디를 검색해본 이 담당간부는 상당히 당황스러워했다. “어린이날을 타깃으로 해서 기념품도 만들고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었는데, 과거 이런 패러디가 있었다는 것은 전혀 몰랐습니다. 인터넷을 많이 체크 안 한 게 문제였나.” 포돌이 포순이 마스코트 인형들의 실사 ‘음란포즈’의 충격도 꽤 컸던 모양이다. “대, 대원들이 그랬을 리가…. 어디서 찍은 것인지까지 확인해드려야 하나요.” 상처를 줄 의도는 아니었다.

언더그라운드, 넷

돌이켜보면 ‘잡았다 요놈!’ 패러디가 대중적으로 확산한 시점이 2008년 촛불시위 전후로 기억한다. 시민들에게 물대포·소화기를 쏘고 곤봉을 휘두르는 경찰을 목격한 트라우마가 패러디에 반영된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포돌이 2.0 캐릭터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미지화할 것인지는 새로 거듭날 경찰의 자세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