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6년 9월, 날짜는 내 생일이 있던 달이라 정확히 기억한다.” 4월 18일,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값이 싼 방(무서움 주의)’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글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글의 주인공은 당시 한 나이트클럽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강원도에서 올라온 친구 A가 굉장히 싼 값에 오피스텔 방을 구했다. 그런데 그 집이 이상했다. 친구 A는 여자친구와 동거했는데, 여자친구는 며칠을 못버티고 떠났다. 이유를 들어보니 “막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목을 조르고 큰 칼로 찌르는 등” 심한 가위에 시달려서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주변 동네사람들이 A를 대하는 태도도 뭔가 심상치 않았다. 미용실에 가서 아닌 척 자신이 사는 집에 대해 물어보니, 그 집은 바로 살인마 유영철이 살던 곳이라는 것이다. 이 게시물은 그 집이 유영철이 살던 집이 맞다는 근거로 부동산 사진, 자신이 살던 집 내부와 당시 언론보도에서 나온 그래픽 이미지, 집 건물 등의 사진을 제시했다. 사실일까.
사진 속의 건물은 유영철이 살던 곳이 맞다. 그런데 부동산 사진은 유영철이 살던 집이 있던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이 아니라 홍제동에 있는 부동산이다. 자신이 살던 방 내부라고 보여준 사진은 당시 언론에 공개된 유영철 방 사진이다.
한 누리꾼이 “자신의 친구가 살던 집이 유영철의 집이었다”며 비교 근거로 제시한 방 내부 사진. 그러나 이 사진은 자신의 친구가 살던 때가 아니라 유영철이 살던 당시 방 내부 사진이다. | 경향자료사진
기자가 이렇게 말을 걸칠 수 있는 근거는 지난 2009년 ‘유영철이 살던 집은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주제로 기사를 썼기 때문이다. 당시 유영철이 살던 집의 우편함에 남겨진 우편물을 근거로 두세 달 간격으로 거주인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윗글을 쓴 이가 제시한 근거만으로는 글 내용이 창작인지, 실제 경험담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기사를 쓴 지 벌써 4년이 흘렀다. 유영철이 살던 집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사라졌다. 인근의 상가와 함께 유영철이 살던 다세대 주택도 재건축됐다.
건물 바로 옆에서 철학관을 운영하던 무속인이 유영철의 집에 거주하던 사람에 대한 비교적 자세한 사연을 전했다. “만물상을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방값이 싸서 유영철이 살던 집에 들어왔다. 그 사람은 그 집에 얽힌 사연을 몰랐다. 어느날 나를 찾아와 ‘천장에서 죽은 사람이 쳐다보고 있는 환영 때문에 못살겠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얼마 못버티고 나갔다.” 무속인의 ‘전언’이라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
사실 더 궁금한 것이 있다. 만약 살인사건이 있은 부동산의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할까. 참고로 일본의 경우, 자살이나 살인사건이 난 집의 경우, 부동산 임대업자가 집을 내놓으면서 그 사실을 알리도록 되어 있다. 물리적 하자는 없지만, 사실을 알게 될 경우 거주자가 겪을 ‘심리적 하자’를 적극 인정하는 취지다. 한국은 아직 관련된 판례가 없지만 일본은 몇몇 판례가 있다. 관련 논문을 쓴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한국부동산중개학회 부회장)는 “널리 알려진 흉악 살인사건이 있었던 장소의 경우 일반적으로 쾌적하고 안온한 생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개사로서는 사전에 그런 사실을 알릴 의무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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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