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한국 맥주의 자랑스러운 쾌거?

“오비맥주는 카스와 OB골든라거가 ‘2013 호주 국제 맥주품평회(AIBA)에서 은상을 수상했다고 5월 29일 밝혔다. 수상 목록을 찾아보니 하이트진로의 하이트와 맥스도 동상.”

지난 5월 30일,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많은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글은 이어 언론 보도가 다루지 않은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단, 230개 양조장·업체에서 규모에 따라 최소 155, 최대 275 호주달러를 내고 참여해서 금상 57종, 은상 190종, 동상 411종이 받았다는 것은 언급되지 않음. ^^” ‘한국 맥주의 자랑스러운 쾌거’라는 제목이다. 그러니까, 역설적인 제목이다. 누리꾼의 반응은 조롱 일색이다.

사실일까. AIBA의 홈페이지에 접속해봤다. 사실이었다. 심지어 ‘카스후레시’의 경우 공장별로 출품되었다. 창원공장의 카스후레시는 은상을, 광주·인천공장은 ‘동상’을 받았다.

오비맥주의 카스가 은상을 수상했다는 호주 국제맥주품평회의 2013년 수상내역 카탈로그. 금·은·동을 포함해 수상한 맥주는 총 658종이다. Australian International Beer Awards

오비맥주의 연혁을 보면 저 AIBA 수상경력은 단골로 언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1년 6월에도 라거, 카스, 카프리가 이 대회 은상을 수상했고, 2003년 5월에는 카스가 ‘챔피온 인터내셔널 브로이’ 부분에서 금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사실 요즘 국산맥주에 대한 안 좋은 평이 많지 않습니까. 우리 맥주의 품질이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어요.” 오비맥주 관계자의 말이다. ‘국산 맥주가 맛없다’는 식의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좋다. 그런데 왜 금·은·동 수상자가 여럿이라는 것은 밝히지 않았을까. “상대평가로 1·2·3등을 주는 맥주품평회가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카테고리별로 절대평가에 의해서 점수를 매기는데, 90점은 동상, 95점은 은상, 98점 이상은 금상 식으로 시상을 하는 거예요. 일정한 참가비를 내면 누구나 다 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 관계자는 참가비를 낸다고 무조건 상을 받는 게 아니며, ‘절대기준을 통과해야만 수상할 수 있다’는 예로 모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 맥주가 출품을 했지만 수상하지 못한 사례를 들었다. 확인을 해보니 이 맥주는 지난 5월 첫 출시된, 말하자면 신생업체의 제품이었다. 글쎄, 설득력 있는 예시는 아닌 듯하다.

언더그라운드, 넷

이 관계자는 어쨌든 “은상 수상 위에 금상을 받은 맥주가 57종이 있으니 최소 58등 한 것이 아니냐”는 누리꾼 주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AIBA는 아메리칸 스타일, 유럽 라거, 호주 스타일, 뮌헨 스타일, 네 부분에서 각각 금·은·동상을 주는데 카스가 참여한 아메리칸 스타일에서는 금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부각시켜 은상 수상 소식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그렇다고 치자. 홍보하는 입장에서 홍보 포인트에 유리한 결과를 부각시키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다. 그렇다고 사실을 생략하는 것은 또 다른 오해 소지를 만들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 맥주에 대한 세간의 불신은 자업자득의 결과가 아닐까. 이번 일에서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