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또 어디 홍보냐?” 6월 하순, 인터넷에 등장한 한 여성 사진을 두고 나온 말이다. ‘가로수길 빙수녀’라는 이름이 붙었다. 목격담과 사진들을 종합하면 6월 15일, 이 여성은 강남 가로수길의 한 문 닫은 오뎅집 앞에서 좌판을 벌이고 빙수를 팔았다. 그녀가 내건 선전문구는 다음과 같다. “맛있는 빠빙수 1000원. ‘오빠’에게는 오!빠빙수, ‘아빠’에게는 아!빠빙수~!” 조금 닭살 돋는 멘트지만 어쨌든 이 빙수녀의 공략 대상은 남성들이란 뜻.
이른바 가로수길 빙수녀. 한 제과업체 홍보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이벤트라는 것이 확인됐다. | 롯데푸드 제공
앞서 ‘홍보’ 의심이 나온 까닭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홍대 계란녀’는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압구정 사과녀’는 미용기구 회사가 구전효과를 염두에 두고 여성 모델을 고용한 홍보였다. 그렇다면 가로수길 빙수녀는? 문 닫은 가게 앞에서 진행하는 행사였고, 실제로 많이 팔렸다는 점에서 뭔가 ‘사연’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대세는 앞의 ‘홍보녀’들처럼 특정 상품을 홍보할 목적이라는 의견이었다. 근거는 앞선 ‘홍보녀’들과 비슷한 차림새와 1000원이라는 비현실적인 가격이다. 다만 ‘빙수녀’가 무엇을 홍보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사진을 보면 옆에 생뚱맞게 놓여 있는 등산의자라는 설과 빙수의 작명에서 추측되는 ‘빠삐코’라는 설이 다퉜다.
가장 쉬운 길은 해당 업체에 확인해보는 것. 먼저 ‘빠삐코’를 생산하는 롯데푸드 언론홍보 담당자에게 전화해봤다. “우리가 한 것은 아니고 다른 마케팅팀이….” 어쨌든 딩동댕. 빠삐코의 바이럴 마케팅이었다. 롯데푸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월 ‘빠삐코 바’라는 제품을 출시했는데, “제품이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는 내부 평가에 따라 ‘소소하게 스팟성으로’ 진행한 이벤트였다. “생각 외로 반응이 좋아 6월 22일 토요일에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에 한 번 더 하려고 한다.” 역시 ‘빙수녀’는 모델을 기용한 것? “누리꾼 추측처럼 연예인 지망생은 아니고 이전에 피팅모델을 한 경험이 있다고 들었다.” ‘빙수녀’의 주인공은 조모양(26)이다.
소소한 의문은 남는다. 꽤 팔린 모양인데 번 돈은 어떻게 했나. 롯데푸드 측은 “기획단계에서 그냥 무료로 나눠주는 것도 고려했지만 재미로 1000원을 받은 것인데 100개 넘게 팔린 것 같다”며 “번 돈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질문. 왜 가로수길 문 닫은 오뎅집 앞에서 이벤트를 진행했는지. “원래 홍대 앞에서도 진행할 기획이었는데 상인들이 장사에 피해를 본다고 해 취소했다. 여기서는 사전에 주변 카페들의 동의를 받았다.” 그런데 장사하는 위치를 보면 인도 위다. 공공도로다. 노점을 하려면 주위 카페가 아니라 구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곤란한 질문일까. 롯데푸드 측은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한 기획사를 연결해줬다. “원래는 허락을 받는 게 맞지만, 대대적으로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소소하게 잠깐 하는 마케팅 행사라….” 어쨌든 우리의 ‘소소한’ 궁금증도 풀렸다. 가로수길 빙수녀. 롯데푸드가 기획사를 통해 진행한 ‘빠삐코 바’의 바이럴 마케팅이었다. 누리꾼 추측이 맞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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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