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혁신학교 시즌2는 혁신학교의 일반화”

생각해보니 오래됐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은. 그가 교육감으로 나서기 전이었다. 코멘트 주제도 ‘교육’이 아니었다. 지난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위기관리 유형을 물었다. 이 전 대통령이 CEO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과연 맞느냐는 질문이었다. 경영학과 교수로서의 전문성을 기대한 물음이었다. 2009년 4월 8일, 그는 최초로 치러진 경기도교육감 직선제 선거에 나가 당선됐다.
다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재선됐다.

8월 26일, 경기도교육청 인근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현재 그가 역점을 두고 있는 ‘혁신학교 시즌2’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해서다.

김 교육감의 동정이나 요즘 생각을 제일 잘 파악할 수 있는 곳은 김 교육감 개인과 경기도교육청의 페이스북이다. 하루에도 2~3건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다. 교육감 일정과 교육현안에 대한 개인적 소회가 대부분이다.

페이스북을 보니까 교육감으로서 일정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루에 몇 개 정도 소화하십니까.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주요한 일정은 대여섯개 됩니다.”

[표지이야기]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혁신학교 시즌2는 혁신학교의 일반화”

일정 준비하려면 다른 생각하실 시간은 없겠습니다.
“그렇죠. 주말까지 일정이 빼곡히 있어요. 사실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습니다. 대체적으로는 개인시간을 쪼개서 일을 합니다만, 시간이 나면 책을 본다든가, 영화를 본다든가….”

최근에 인상 깊게 보신 영화가 있나요.
“<설국열차>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설국열차>를 보신 소감이랄까….
“여러 가지 단상이 떠오르더군요. 현대 사회를 상징적으로 비판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설국열차>를 보면 송강호가 역을 맡은 남궁민수가 희망을 찾는 곳은 ‘시스템 밖’이잖아요. 그런데 교육감께선 ‘시스템 안’에서 뭔가를 이뤄 보려 들어오신 것이고. 교육감에 출마하실 때 처음부터 그런 ‘제도내 개혁’ 비전을 갖고 나가신 겁니까. 이걸 물어보는 까닭은 교육감님 프로필을 보면 1971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이른바 ‘긴급조치 세대’인데, 그분들을 취재해 보면 그 세대들의 공통된 멘털리티가 있거든요. ‘사회가 만약 그렇지 않았으면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녔을 텐데’라고 하는 거 말입니다. 그러니까 교육감이라는 자리도 본인이 원해서라기보다 주위에서 원하시니까 시쳇말로 총대를 메신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드는데요.
“맞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부를 하겠다는 결심도 있었고, 또 교수가 된 뒤에도 대학 때 학생회 활동을 했으니 정치권에서 이런 저런 요구가 없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식인으로, 교수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여는 따로 있지, 선거나 ‘정치에의 개입’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교육감 직선제를 처음으로 실시하는데 개인적으로 좋은 분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진보진영의 후보로 나설 사람이 적절하게 보이지 않는 거예요. 전임 교육감이 다시 나온다는 분위기에서 될 가능성도 많지 않고…. 당시 경기도 교육희망네트워크를 구성하던 교육시민단체들이 ‘한 번 보자’고 해서 ‘저는 선거에 직접 나가지 않습니다’라고 선언했는데, 이번에는 민교협(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과 제가 관여하고 있었던 교수노조에서 조직적인 요청을 했어요. 결국 개인이 희생되더라도 나오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통해 나오게 된 거죠.”

결과적으로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드세요.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으로 들어와서 보니까 교육감 하기를 잘했구나 생각하시는 거죠.
“여기에서도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구나 했어요.”
김상곤 교육감이 들고 나왔던 ‘무상급식’은 2010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승패를 가른 가장 핵심적인 이슈였다. 이슈는 선거 이후에도 계속됐다. 결국 이듬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를 불러왔고,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됐다. 말하자면 김 교육감이 들고나온 정책이 태풍의 진원지가 된 셈이다. 그런데 동시에 이후 그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거센 태풍의 한가운데서는 살짝 비켜나 있었다. 비슷한 정책을 내놨지만 보수여론의 거센 공격을 정면으로 받았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달리, 딱히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없었다. 학생폭력을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해야 한다는 교육부 방침을 거부, MB정부 시절 갈등도 빚었지만 정권이 바뀐 뒤, 관련 재판에서 판사는 그의 손을 들어줬다. 운이 좋은 것일까.

“처음 교육감이 되고 난 다음 언론들이 진보 교육감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사항을 전했습니다만, 지레짐작으로 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당시 이렇게 이야기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우리 사회의 발전과 관련해 진보적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교육감으로 진보적 생각을 펼치기 이전에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과거와 다른 공교육의 모습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앞으로 나간다는 의미에서의 진보라면 적절하지만, 이데올로기적인 면에서 진보라면 나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질문하겠습니다. 8월 하순 경기도 현안이 무상급식 도예산 문제였습니다. 도에서 원래 교육청에 줘야 하는 지원금이 있는데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도청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실제 도청이 경기도교육청 무상급식과 관련해 직접 지원하는 것은 없습니다. 간접지원 수준인데, 결국 농어촌 농가들과 관계된 일이거든요. 무상급식과 관련해서는 도가 아니라 기초자치단체가 부분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급식’이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채소 재배농가들을 도에서 지원한 거죠.
“예. 도의 재정형편이 어려워진다고 해서 친환경 무상급식 재정을 축소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봅니다. 우리 사회가 이만큼 발전하면서 국민이 해왔거나 우리 교육가족이 해왔던 역할과 관련해 중요성에 비춰봐도 그렇고, 또 우리 사회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고 성장잠재력을 유지하는 데서도 보편적 복지가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무상급식 예산은 보편적인 복지 중에서도 초보적인 부분이거든요.”

도에서 지원금이 줄어드는데 무상급식 예산을 그대로 둔다면 다른 부분이 희생되는 것 아닌가요.
“도에서 줄이더라도 무상급식 자체는 변함없이 실행할 수 있어요. 다른 시·도에서는 시나 도가 20~30%까지 직접 지원하는 경우가 꽤 되는데, 경기도는 도의 직접지원 없이 경기도 교육청과 기초지자체가 분담하는 형편입니다. 그러니까 경기도청이 교육청 지원예산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무상급식 실시에는 별 영향이 없습니다.”

사실 오늘의 인터뷰 주제는 그가 2009년부터 추진해 왔던 교육정책의 또 다른 축, 혁신학교에 대한 것이다. 김상곤 교육감은 올해 초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올해 경기도 교육청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혁신학교 시즌2 성공, 학교폭력 근절, 교권 보호, 역사교육 강화”의 네 가지를 꼽았다. ‘혁신학교 시즌2의 성공’은 그가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이다.

혁신학교는 경기도에서 제일 먼저 시작했는데, 아직도 혁신학교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합니까.
“음…. 교육에 직접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거나, 또 초·중등교육을 받는 자녀가 없는 분들이 우선은 잘 모르실 것이고, 또 자신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 또는 주변 학교에 혁신학교가 없는 곳의 학부모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경기도 학부모의 다수는 혁신학교나 혁신교육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고 봅니다.”

서울시의 경우 교총(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이 ‘서울형 혁신학교’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앞에 가면 비난 플래카드도 걸려 있었고요. 주로 서울 쪽에 집중된 비판입니다만, 일부 유력 보수매체 등에서 혁신학교를 ‘노는 학교’, ‘공부를 안 시키는 학교’ 또는 ‘아이들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학교’, ‘특정 교원단체가 주도하는 학교’라는 식으로 비판하고 있는데요. 그런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익히 알고 있습니다. 혁신학교의 본래 취지와 목적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또 어떻게 보면 지금의 서울 상황에서 정치·정략적으로 접근을 하는 면도 있다고 봅니다. 경기도 교육과 관련해서는 경기도 교총의 경우 상당 부분 혁신학교에 동의하고 같이 하고 있고요. 경기도의 경우 혁신학교 교사 구성을 보면 전교조 교사들이 14%, 교총 교사들이 31% 정도 됩니다. 교총 교사들이 훨씬 더 많아요. 경기도에서는 그런 정치적 판단 없이, 교육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혁신학교 모형 만들기나 혁신교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도에서는 그런 식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이 없습니까.
“물론 그런 우려를 하는 사람들은 있지요. 초등학교·중학교까지는 좋은데, 고등학교는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주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금년에 ‘찾아가는 대입설명회’라고 지역별로 다니면서 학부모들을 만나봤는데요. 거기에 제가 직접 참여해서 약 1000명이 되는 지역별 학부모에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혁신교육이 현재의 대입에도 대응력이나 경쟁력이 강하다’고요. 조금 더 부연하면 실제 대입방식과 관련해서 수시가 금년의 경우는 66%를 넘는 수준입니다. 거기에 전체 10% 넘게 입학사정관제가 실시되고 있고요. 학생부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지 않습니까. 학교생활기록을 담는 학생부는 어떤 공부나 활동을 해왔느냐는 기록을 남기는 것인데, 혁신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 그리고 진로·직업과 관련한 프로그램이 상당 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혁신학교 프로그램에 대해 입학사정관이나 각 대학 입시관계자들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등학교에서 혁신학교의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시각이 있어요. 이건 원래 입시교육 자체가 바뀌어야 근본적으로 가능한 것이 아닌가요.
“고등학교와 관련해서 조금 더 말씀드리면, 혁신학교 지정이 고등학교는 비교적 적습니다. 2010년 3월에 처음으로 지정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4개로 시작되었죠. 초기에 지정된 학교의 경우 중학교 때의 성적에 비하면 고등학교 졸업 때 학생들의 성적이 월등하게 높아진 것이 대체적으로 확인됩니다.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자존심과 자긍심을 키워주는, 본인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키워주고, 발휘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고등학교에서도 혁신교육, 혁신학교 모형이 적절하게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현재 혁신고등학교는 몇 개가 있죠.
“현재는 22개가 있습니다.”

혁신학교 시즌2를 진행하시죠. 몇 개까지 더 늘어나는 겁니까.
“혁신학교 시즌2와 관련해서 더 설명 드리면. 지금 현재 이번 2학기에는 227개 혁신학교가 운용될 예정인데, 혁신학교는 계속 증가시킬 것입니다. 2014년에는 300개, 2015년에는 400개까지 늘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혁신학교 시즌2에서는 ‘혁신학교 일반화’를 추진합니다. 혁신학교에서 만들어진 모형을 일반 초·중등학교에서 다 공유하고 자기 학교에 맞는 방식으로 수정보완해 실천하도록 하는 작업입니다. 경기도 전체 초·중등학교가 2300여개인데, 50% 이상에서 혁신학교 프로그램을 적용시키려는 것이 일반화, 혁신학교 시즌2 사업입니다.”

김 교육감이 현재 역점을 두고 있는 ‘혁신학교 시즌2’를 다른 말로 하면 ‘혁신학교 일반화 사업’이다. 핵심은 혁신학교 클러스터링이다. 혁신학교의 모형을 만든 학교를 중심으로 5~6개의 일반학교 ‘클러스터’를 구성해 협의를 하고, 지역교육청 별로 협의체를 만들어 조율을 한다.

혁신학교 일반화 구상은 언제부터 했습니까.
“대체로 교육을 바꾸는 데는 10년 정도는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봐요. 4년과 3년, 3년 이렇게 3단계로 생각했고요. 4년 동안 초기 모형 만들기와 분위기와 환경을 갖추면 3년은 중간 확산단계이고, 나머지 3년은 마무리 단계입니다. 2011년부터 일반화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며 뭐가 필요한지 준비했는데,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경기도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인 교육시스템이다 보니 국가 교육과정을 지방 교육자치단체에서 받아가지고 그대로 실시하는 것이 예전부터 내려온 관행이었습니다.

지방교육 자치에 걸맞은 교육과정의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그 작업을 2011년부터 해서 지난해 9월에 ‘창의지성형 경기도 교육과정’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하고, 2013년부터 15년까지 3년에 걸쳐 각 학교 현장에 도입하고 학교별 교육과정 재구성을 요청했어요. 그래서 작년 말, 금년 1~2월 동안 학교별 교육과정을 각 학교 실정에 맞게 교사들이 모여서 재구성했고, 그것을 금년에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한 혁신학교 클러스터링은 이 혁신학교 일반화, 시즌2의 방법이고요.”
말하자면 조용한 ‘교육혁명’이 현재 경기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현장에 가서 들어보면 아이들로부터 ‘많이 달라졌다,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옵니까.
“그럼요. 특히 학부모들이 많이 이야기합니다. 물론 혁신학교가 되면 교사들이 좀 힘든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교사들의 사명감이랄까, 이런 것 속에서 교사들이 행복해졌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2010년에 혁신학교에 초기에 지정된 선생님들과 직접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한 교사가 ‘자신은 행복하다’고 해서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하고 되물었어요. 그 선생님이 말하길 학교 운영과 관련해서 경직된 방식 또는 전근대적인 게 많이 남아 있어 교사로서 자괴감을 느끼는 것이 많았고, 또 아이들도 늘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 속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고 힘들었는데, 가르치는 방식, 학교 운영 방식이 달라지면서 그게 교사들을 마음 편하게, 행복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그렇겠구나, 역시 우리 교사들에겐 그런 소명의식이 가슴속에 많이 남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원하진 않았지만 교육감 직을 시작했는데 이것도 지자체 장과 같이 3선까지만 가능하지 않나요. 교육감 직을 마친다면 그 다음엔 무엇을 할 것 같습니까.
“그동안 교수를 하면서 사회와 교육민주화를 위해 기여하고자 노력해왔기 때문에 교육감 직을 마친 다음에도 그런 연장선에서 할 역할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정치권에서 러브콜이 있다면 기왕 참여하셨으니 그쪽에서도 ‘역할’을 할 의향이 있습니까.
“음…. 그건 다른 문제죠.(하하)”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