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압색 후 셔터 내린 구원파 교회 “사업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도구”

신도들끼리 ‘형제’라 부르며 외부사람에 대한 경계 심해…

“1년에 한 번 있는 안성 수양회나 제주 행사 등 큰 행사 외에는 외부사람 접근 불가능”

4월 23일 저녁, 기자는 용산 삼각지역 인근에 있는 기독교복음침례교회 서울교회를 방문했다. 주초, 기자가 이 교회 사무국과 통화했을 때 “수요일 저녁 8시부터 모임이 있으니 7시 30분까지 오면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이날 저녁 7시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1층과 2층 출입문 셔터가 굳게 내려져 있었다. 셔터는 내려져 있었지만 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이날 오전 검찰은 청해진해운 세월호 사건과 관련,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자 이 교회를 압수수색했다. 셔터 밖으로는 인터폰만 나와 있었다. 기자는 30분 넘게 입구에서 기다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인근 편의점 직원은 “낮에 검찰 압수수색이 있고서야 그 교회가 이번 세월호 사건과 관련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4월 23일 검찰 관계자가 용산 삼각지에 자리잡은 기독교복음침례교회 서울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오래된 낡은 주상복합 아파트 2층에 있는 이 교회는 외부에서 볼 때 1층에 걸린 나무현판을 제외하고 교회라는 것을 알려주는 표지는 없다. 주초 기자는 교회를 방문하기 위해 1층의 음식점과 슈퍼마켓에 연락을 취했다. 음식점 쪽은 “이 건물에 교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슈퍼마켓으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은 현재 상호와 달랐다. 유병언씨와 관련된 것으로 거론되는 ‘노른자슈퍼’ 안내멘트였다. <주간경향>은 지난주 기사에서 청해진해운의 전 대표가 강남에 있는 이 슈퍼마켓의 대표를 역임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전화를 받은 슈퍼 관계자는 ‘노른자슈퍼’와 위층에 있는 교회의 관련성에 대해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겠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신도들 “나는 구원파 아니다” 부인
4월 21일 이 교회 사무국과 통화에서 기자는 ebc월드라는 사이트를 안내받았다. 사이트에 올라온 질문/답을 보면 용산 서울교회처럼 이 교회의 지역별 지회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대전교회를 어떻게 찾아가야 하느냐는 물음에 “중구 정동 태화장 옆에 있다”고 안내하는 식이다. 이 교회의 신도들은 서로를 ‘형제’라고 불렀다. 지난주 <주간경향>이 접촉한 구원파 관계자는 “신도들끼리 서로 다 아는 사이여서 외부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한 편이다. 1년에 한 번씩 안성에서 모이는 수양회나 제주 행사와 같은 큰 행사를 제외하고 외부 사람이 들어가서 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교회 측으로부터 안내받은 사이트에 글을 남긴 사람들을 중심으로 10여명에게 연락을 취했다. 블로그나 다른 게시판 활동 등을 통해 이 교회와 관련된 활동을 하며 연락처가 확인되는 경우만 연락을 취했다. 그런데 대부분 돌아오는 답은 “나는 구원파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예전에 관련되어 번호를 줬지만 나는 신도가 아니다.”, “게시판에 들어가 글을 남기기는 했지만 그 교회와 관련이 없다.”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모임 활동을 한 사람으로 2중 3중의 검증을 거쳐 확인한 사람들이었다.

이것은 도대체 뭘까.

“그 사람들은 스스로 신도라고 부르지 않는다. 예배라는 말도 쓰지 않는다.” 정동섭 가족관계 연구소장의 말이다. 그는 과거 1970년대까지 유병언 회장의 통역비서를 맡다 구원파를 탈퇴한 인사다. 그는 이 교회의 구원관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거짓말이다. 그 사람들은 일단 구원을 받으면 무슨 일을 해도 이미 구원을 받았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식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양심의 거리낌도 느끼지 않는다.” 교계에서는 이들을 이단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구원파 목회의 특징은 십자가를 내걸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도사는 있지만, 목사는 없다. 설교는 전도사가 하는 경우도 있지만 고 권신찬 목사나 유병언 회장, 유 회장의 아들 유혁기씨의 설교비디오로 대체되기도 한다.

구원파에서 유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활동하다 그만둔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들의 가장 큰 해악성은 철저하게 신분을 위장해서 다른 교단에 침투하는 것이다. 일단 대상자가 물색이 되면 ‘당신은 구원 받았습니까’라고 질문한다. 만약 그렇다고 답하면 그 날짜는 언제였느냐고 되묻는다. 대답을 머뭇거리면 그때부터 이들의 독특한 구원관을 바탕으로 한 세뇌공작을 펼친다.”

구원파, 기독교복음침례교회의 시작은 지금은 타계한 권신찬 목사다. 권 목사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유병언 회장의 장인이다. 극동방송의 아침설교 프로그램에 출연한 권 목사는 형식에 치우치고 기득권화된 기성교회를 비판했다. 구원파 한 관계자는 “참다운 신앙과 기복적인 내용이 구분되지 않는 한국교회에 대한 권 목사의 비판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목사는 타계했지만, 그가 남긴 저서나 ‘성경은 사실이다’ 등의 동영상 설교는 지금도 반복해서 보여지고 있다. 복수의 구원파 관계자는 “전도사의 설교 대신 4월 초부터 모임에서 권 목사의 설교동영상만 반복해서 틀고 있다”고 말했다.

구원파의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사업과 결합된다는 것이다. 기성교단 목회자 중심으로 만들어진 건전신앙수호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하다니엘 목사는 “일반적으로 ‘이단’을 규정할 때는 교리를 중심으로 이야기하지만 과거 영생교처럼 기업형으로 나가는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성도들의 착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이들의 홈페이지에는 ‘왜 사업을 하는가’의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유병언 회장 전시회 영상에 찬사 댓글
“우리가 함께 어떤 사업을 하는 것은 교회의 교리는 아니다. 한 식구로 교제하면서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일요일에만 모여서 설교 말씀을 듣고 그 다음 한 주일 동안 남남으로 헤어져 제각기 먹고 살기 바쁘게 살아간다면 한 식구로서 무슨 교제가 되겠는가.” 이 ‘답변’의 결론은 이렇다. “사업에 따른 부작용도 있지만 사업 자체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기구다.”

‘ebc월드’ 사이트에 올라온 등록자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아해 사진전 동영상에 이들 교회 사이트에 올라온 것과 동일한 사용자들이 남긴 찬사 댓글이 발견되는 것이다. “멋지다, 한국인의 미적 감각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와! 정말 멋지고 대단하네요. 내 인생이 무척 행복함을 느낍니다.” 계열사에 전시 사진들을 비싸게 판매한 것 이외에도 유 회장의 개인활동에 신도들이 동원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구원파 관계자 중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유병언 회장이 가족에게 관련 기업을 맡기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태가 유 회장에 대한 모함일지 여부는 나중에 역사가 판단하겠지만, 유 회장 역시 한 명의 형제로 재산을 헌납하고 잘못을 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 하다니엘 목사는 “이단 논란을 떠나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제왕적이고 폐쇄적으로 교세 확장을 하는 비슷한 류의 사람들, 자기신격화나 비정상적인 종교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