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무너진 박근혜 철벽지지율

최근 여론조사에서 48.8% 기록, 한 달 전보다 13%p 추락…‘세월호’ 무능한 대응에 중도층 민감한 반응

진보는 결집했고, 중도는 돌아서기 시작했고, 보수는 숨을 죽였다. 철옹성 같았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세월호 참사 앞에서 곤두박질쳤다. 4월 30일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8.8%를 기록했다. 한 달 전 61.8%보다 13.0%포인트 떨어졌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도 전달보다 14.4%포인트 오른 47.4%를 기록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초기 수습과정이 미흡했음을 국무회의 자리에서 사과했지만,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서도 62.7%가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반면 ‘충분하다’는 답변은 절반인 31.3%에 그쳤다.

20%가 “지방선거 지지후보 바꿨다”
국정 지지율이 대폭 하락한 것은 무엇보다 중도층이 돌아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은 “세월호 참사는 정치적 당파성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는 갈등 이슈가 아니라 다수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합의 이슈”라고 말했다. 이 합의 이슈에는 평소에는 이념성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 중도층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 사무국장은 “국민의 안전과 관계됐다는 점에서 합의 이슈이고, 일차적으로 사고 자체는 회사 측 책임이 크지만, 구조과정에서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이념과 상관없이 중도층을 중심으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 등 이념 이슈를 변수로 국정운영 능력을 평가하지 않았던 중도층이 이번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향성이 높아졌다.

안산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 정년 퇴임한 오정연씨(66·가명)는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지지 정당이나 이런 것은 없었고 박근혜 대통령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접하면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혹시 사고를 당한 아이들 중 제자가 있지는 않은지 생각했는데, 지금 고2에 해당하는 아이들을 내가 초등학교 때 가르치지는 않았더라.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을 이렇게 죽게 내버려두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이렇게 무능한지 몰랐다”고 말했다. 중도층이 돌아서면서 대통령 국정지지율 하락이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를 바꿨다고 답한 응답자는 20%였는데,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꿨다는 응답자가 57.9%였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꾼 응답자는 6.4%에 그쳤다.

반면 진보층은 더 강하게 결집하는 모양새다. 지방선거에서 진보층이 강하게 결집하면서 선거구도가 심판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4월 25일 팩트 TV·리서치뷰가 발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지방선거 투표 기준으로 ‘안정론’(34.3%)보다 ‘심판론’(43.0%)을 8.7%포인트나 높게 꼽았다. 진보층인 김성회씨(42)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를 했지만 내용은 내 잘못이라기보다는 집안 식구 단속을 잘못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특유의 분리화법이 아니냐. 국가개조도 자기를 국가로부터 분리해서 국가를 뜯어고칠 생각만 하는 거니까, 그 말을 들으니 더 실망스러웠다”면서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나서서 세월호 진상을 밝힌다면 좋겠는데, 또 누군가 죽은 아이들을 이용한다고 할까봐 움직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노인층 지지 견고 40%대가 마지노선”
반대로 보수층에서는 숨을 죽인 채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에서는 이것을 선거 유불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것은 국민들에게 죄를 지은 것과 마찬가지인데, 지금 민심에서는 선거공학적인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수층에서는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40%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60대 이상만 떼어놓고 보면 이들은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이 수습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면서 “아마 40%대가 박근혜 국정지지율이 하락하는 마지노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세월호 참사를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겹쳐 읽는다. 정치적 갈등 이슈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연관된 이슈라는 점에서 그렇고, 갈수록 의혹이 증폭된다는 점에서 겹쳐진다는 것이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자 당시 정부는 미국 광우병 현지조사단을 조직해 현지조사를 떠났다. 그러나 열흘이 넘는 조사 기간에 정부가 미국 정부와 관계기관의 자료를 정리한 수준의 조사 결과를 내놓아 국민들 사이에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세월호 참사 또한 초반 구조활동이 지연된 것에 대한 해경의 책임, 민간업체인 언딘과의 관계, 청해진해운과의 커넥션 등이 드러나면서 국민들 사이에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정부 신뢰에 금이 갔다는 점도 비슷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의혹이 증폭됐고, 지지율이 취임 100일도 안 돼 10%대로 급락했다. 지지층의 절반 이상이 이탈한 셈이다.

추후 수습과정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또한 더 떨어질 수 있다. 정한울 사무국장은 “지금 일단 10% 넘게 빠졌는데 정부의 대응 의지와 능력에 따라서 이 정도 선에서 수습될지 더 빠질지가 달려 있다. 정부가 사고에 대해 제대로 수습을 하고 진정성 있는 반성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지지율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전적으로 정부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때처럼 10%대로까지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책임 소재를 돌릴 ‘희생양’이 없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희생양’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정부만이 개입돼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청해진해운을 비롯해 구원파라든지, 해피아라고 불리는 관료집단 등 책임 소재를 돌릴 만한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책임과 자신을 분리시키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이 지지율을 방어하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말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