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40대인 난 송영길 지지 양가 어른들은 새누리”

‘전국 선거 바로미터’ 인천 르포… 지지성향 세대별로 극명하게 갈려 박빙승부 예상

역대 지방선거에서 인천은 보수성향의 후보가 강세를 보였다. 민자당, 자민련, 한나라당 등 정당의 이름은 달랐지만, 민선 1기부터 4기까지는 모두 보수정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그러나 2010년부터 분위기는 달라졌다. 2010년 송영길 민주통합당 후보는 52.69%로 44.38%를 득표한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지난 대선에서도 인천이 더 이상 보수 우위의 지역이 아님을 보여줬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인천에서 51.58%를 득표했고, 문재인 후보는 48.04%를 얻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국 득표율이 51.55%이고, 문 후보의 득표율이 48.02%라는 점에서 인천은 전국 선거의 ‘바로미터’였던 셈이다. 지난 대선이 여당 지지층과 야당 지지층이 총결집한 박빙의 선거였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이번 인천시장 선거도 여당 지지와 야당 지지가 비등한 박빙의 선거가 될 전망이다.

5월 15일 새누리당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송영길 후보가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에 지방선거 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보여준다. 5월 14일 한국일보와 코리아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송영길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0.1%, 39.1%였다.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특히 접전은 세대별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인천 시민들의 지지후보는 세대별로 극명하게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노년층 “세월호, 박 대통령 잘못 아냐”
인천에서 20년 가까이 부동산업을 해온 윤정수씨(가명·67)는 선거 때마다 줄곧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해 왔다. 윤씨는 “그래도 인천 토박이들은 여전히 다 1번이다”라며 주변의 민심을 전해왔다. 이번 세월호 사건이 여당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윤씨는 “이번 세월호 사건은 대통령이 잘못했다기보다는 기존에 누적된 문제점들이 쌓이고 쌓이다가 이렇게 된 것이다. 무조건 현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보는 시각은 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젊은 층들은 부모세대와는 입장을 달리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랐으며, 현재 인천 남동구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정준일씨(가명·37)는 “인천 토박이들 사이에서도 이제 새누리당 지지는 많이 빠졌다”고 말했다. 정씨는 인천 토박이지만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부모님과는 입장이 다르다. 그는 “나는 부모님 영향 안 받고 투표권 생긴 이래로 야권을 지지해왔다. 최근 40대에서 지지층 변화가 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게, 선거 앞두고 학생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할 때가 있다. 걔들 부모님 연령대가 대개 40대인데 새누리에서 야권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간혹 듣는다. 세월호 사건 영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처가와 본가 모두 인천이라는 이재용씨(44·가명)는 이번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를 찍을 생각이다. 하지만 양가 어른들 생각은 자신과 다르다. 이씨는 “아버지도 그렇고 처가도 그렇고 어르신들은 모두 새누리당을 지지한다. 지난 번에 한의원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 계시는 할머니들이 하시는 말씀이 ‘박근혜 대통령이 불쌍해서 어떻게 하냐’고 하시더라. 젊은 세대와는 확실히 입장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 유권자들이 세대별로 지지 성향이 나뉜다는 것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5월 12일 경인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케이엠조사연구소㈜를 통해 실시한 인천시장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정치민주연합 송영길 시장이 36.8%의 지지율을 얻어, 32.1%를 얻은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를 4.7%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별로 지지 후보는 극명하게 엇갈렸는데, 송영길 시장은 30대에서 48.9%의 지지를 얻어 17%를 얻은 유정복 후보에 비해 31.9%포인트 앞섰다. 반면 유정복 후보는 60대 이상에서 55.6%를 얻어 22.2%를 얻은 송영길 시장을 33.4%포인트 앞섰다.

송영길 현 시장에 대한 평가도 세대별로 엇갈렸다. 손창민씨(가명·50)는 송영길 시장이 안상수 전임 시장의 실정만 부각시키는 데 급급했던 게 아니냐며 송영길 현 시장의 시정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유정복 후보가 기초자치단체에서 여러 번 일을 했고, 장관으로 국정운영도 해봤지 않나. 이쪽 실정을 잘 알아서 시정을 잘 이끌어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세월호 사건이나 여러 국정운영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실망은 많이 했지만, 대통령 지지나 당보다는 후보를 보고 유정복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윤정수씨 또한 송영길 시장이 좋은 시정을 펼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안상수 전 시장이 송도 기틀도 마련해놨고, 차라리 그때가 건설경기를 비롯해 경기가 괜찮았던 것 같다. 현재 부동산업을 하고 있지만, 요즘 너무 경기가 안 좋아서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당 지지층 이탈-투표불참 두 기류도
반면 젊은 세대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이재용씨는 송영길 시장이 안상수 전임 시장보다 잘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송영길 시장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유정복 후보는 경기도에서 김포시장을 했던 사람인데 고향이 인천이라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인천시장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 마뜩지 않다고 말했다. 정준일씨도 송영길 시장의 시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금 안상수 전 시장이 벌려놓은 일을 송영길 시장이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하고 있다. 안상수 전 시장이 물러나면서 거의 파산 직전에 간 걸 그래도 송영길 시장이 수습을 한 거 아닌가. 사실 부채를 눈에 띄게 줄인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결국 이번 인천시장 선거의 승패는 각 세대별 투표율이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인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 꼭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적극 투표층의 지지율은 송영길 시장 39%, 유정복 후보 38.4%였다. 연령별 적극 투표층은 60대 이상(85.7%), 50대(75.2%), 40대(67.3%), 30대(54.6%), 19~29세(47.4%) 순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세월호 사건 이후, 투표를 하고 싶지 않게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새누리당을 줄곧 지지해왔다는 권경미씨(36)는 이번에는 투표를 별로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는 권씨는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도 실망스럽고, 꼭 세월호뿐만이 아니라 그 전부터 대통령과 그 주변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나니 새누리당이 싫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새정치민주연합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처음으로 투표를 안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