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광역버스]‘앉아서 출퇴근’ 말은 고마운데… 광역버스 입석 대책 미덥잖네

국토부“7월 중순부터 수도권 직행좌석 222대 증차해 해결”…

승객들은 임시로 투입될 전세버스가 불안하고, 운수업자는 불명확한 비용 부담에“적자 걱정”볼멘소리

“수도권 직행좌석버스, 안전하게 앉아서 출퇴근.” 지난 6월 10일, 국토교통부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과 함께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수도권 직행좌석버스의 입석 운행이 7월 중순부터는 사라지고, 승객들은 안전하게 앉아서 출퇴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버스회사 “지금도 수지타산 안 맞는다” 반발
국토부 등이 내놓은 해법은 버스 증차다. 직행좌석버스 62개 노선에 222대의 버스를 투입해 배차간격을 줄여 입석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전세버스 등을 도입해 증차하면 7월부터는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긴 줄이 줄어들게 될까. 6월 19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승객들이 경기도행 광역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직행좌석버스를 포함한 광역버스, 즉 서울과 위성 신도시를 연결하는 버스 입석 논란이 벌어진 것은 지난 4월 하순이다. 세월호 사건 후다. 고속도로를 포함한 자동차 전용도로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가 입석으로 손님을 태우는 것은 이전부터 불법이었다. 세월호 사건 후 한국 사회의 안전 불감증 사례로 일부 언론이 ‘입석 손님을 태운 광역버스의 고속도로 질주’를 문제 삼았다. 이튿날 경기도 권역의 일부 운송회사가 통보 없이 입석 금지조치를 실행하면서 ‘출퇴근 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정류소마다 “입석으로라도 가겠다”는 손님과 “회사 방침으로 더 태울 수 없다”는 손님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버스회사에는 “1~2시간 동안 버스를 기다리다가 버스를 탈 수 없었다”는 버스 승객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논란이 벌어지면서 입석 금지조치는 이틀 만에 없던 일이 됐다. 당장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달 만에 나온 해법이다. 국토부 등의 바람대로 입석 문제는 해소될 수 있을까.

국토부 등의 보도자료를 보면 설명하지 않은 대목이 있다. 222대의 버스 마련 비용은 누가 내는 걸까. 보도자료의 문구는 이렇다. ‘기존 노선 사업자들은 자체 증차를 실시하되 신규차량 출고 이전에는 임시로 전세버스 또는 예비차를 투입하거나’, ‘신규차량 확보 여력이 없을 경우 전세버스 공동배차를 통해서 총 134대의 차량을 증차하기로 했다.’ 게다가 이 증차방안은 출퇴근시간 입석 해소를 위한 맞춤형 대책으로 ‘모든 차량은 평일 출퇴근 시에만 운행된다’고 되어 있다. 출퇴근 시에 대해서는 각주 형태로 ‘출근 시 6시~8시30분, 퇴근 시 18시~21시(기점 출발 기준)’이라고 적혀 있다. 다시 말해 하루 5시간30분(출근 때 2시간30분, 퇴근 때 3시간)만 운행하기 위해 기존 노선 사업자, 즉 운수업체에서 알아서 마련하거나 전세버스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운송수입에는 커트라인이 있다. 다 차치하고 좌석이 꽉 찬다고 가정해보자. 보통 좌석버스가 39석인데 최대 2300원으로 잡아도 차량 한 대당 총 벌어들이는 돈이 8만9700원밖에 안 된다. 현재 국토부가 관할하는 광역급행노선, 이른바 M버스가 그렇게 운행하는데, 실제 전체 손님을 가득 채워서 운행을 하는 건 하루에 3~4대밖에 안 된다. 게다가 서울로 가면 환승을 하게 되는데 또 그 돈은 서울 쪽 일반버스와 나눠야 한다. 최하 못 벌어도 한 대당 65만원을 벌어야 수지타산을 간신히 맞출 수 있는데, 실제 버는 돈이 하루에 37만원에서 38만원에 불과하다.” 한 경기도 대중여객 회사 관계자의 불만 토로다. 간단히 말해, 현재 초과 승객 즉, 입석 승객을 받지 않는다면 적자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이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상하다.

앞의 보도자료를 낸 국토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위 증차방안은 국토부나 각 지자체들이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각 운수업체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함께 결정한 것이다. 적자를 뻔히 예상하면서도 그렇게 결정하는 데 동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세버스 허술한 관리 뻔해 대형사고 우려
익명을 요청한 한 지자체 교통전문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에는 광역형 버스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좋았지만 현재는 수익구조가 악화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일반 시내버스는 기본구간이 10㎞에 1200원인데, 광역버스는 30㎞에 2100원이다. 단순 계산해 봐도 시내버스는 ㎞당 운임요율이 120원인 데 비해 광역버스는 70원이다.” 이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10년 전부터 실시된 수도권 통합요금제가 직격탄이 됐다.

통합요금제가 실시되면서 승객이 환승하게 되면 최대 600원을 환승한 시내버스 쪽에서 가져가게 되어 있다. 문제는 그에 따른 손실보상은 지자체에서 약 30% 내외만 해주다 보니 회사들로부터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결국 기댈 수 있는 것은 요금인상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 전문가의 결론이다. 즉 회사들은 일단 적자가 나더라도 증차를 한 뒤 ‘요금 현실화’를 주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 6월 10일부터 가스 공급 중단을 이유로 교통대란을 빚었던 파주와 서울을 오가는 M7111 광역버스. | 정용인 기자

증차대책으로 임시로 전세버스를 투입한다는 계획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보니 차량이나 기사 확보 문제 등으로 난색을 표시해 한시적으로 전세버스 투입을 결정한 것”이라며 “여객법상 특정 기간이나 시기에 한정해 수송력 공급이 부족할 때 다른 사업자가 공동배차를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각 노선별 운행자가 전세버스 공급자와 법인 대 법인으로 계약을 맺어 전세버스를 한시적으로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의 교통전문가는 “버스회사가 전세버스를 지입해 운행했을 때는 아무래도 관리가 방만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 전세버스의 경우 신고제라 아무나 운행이 가능해 왔는데, 아무래도 시민의 생명을 옮기는 일인데 잘못하면 대형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전세버스 안전교육에 대해서는 국가가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칫 잘못 운행되어 대형사고가 벌어졌을 경우, ‘전세버스 투입과 같은 임시방편적 조치 때문에 제2의 세월호 사건이 벌어졌다’는 식의 진단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이번에 나온 대책은 광역버스 중 직행좌석버스에 한정된 것이다. 국토부 등이 직행좌석버스 입석 문제의 해결 대안으로 전세버스 증차와 함께 추진해온 것이 국토부가 관할하는 광역급행노선, 이른바 ‘M버스’의 도입이다. 지난 2009년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M버스는 직행좌석버스보다 상대적으로 정류장 수가 적고, 좌석제를 철저히 지켜 빠른 시간 내에 목적지에 도착하도록 만들어진 버스다. 직행좌석버스가 빨간색으로 되어 있다면, M버스는 푸른색·회색으로 디자인을 달리하고 있다. 그런데 운송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M버스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수송원가 따지면 업체 주장 엄살” 반론도
지방선거 뒤인 지난 6월 10일, 파주에서 서울로 운행하는 M7111 버스의 경우 출퇴근 대란이 벌어졌다. 대란은 일주일간 계속됐다. 이 버스를 운행하는 회사 측은 “가스요금을 못 내 가스공급이 중단되자, 맥금동에 있는 다른 회사로 가스 충전공급을 돌리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운행대수를 줄이게 됐다”고 밝혔다. 납득할 만한 설명은 아니다. 기자가 국토부와 파주시, 경기도 등 취재에 들어간 다음날 회사 측은 “운행을 90%대로 정상화하겠다”고 지자체에 알렸다.

M버스는 원칙적으로 좌석제로 운행하고 있다. 좌석이 다 차게 되면 추가로 손님을 받지 않고 바로 목적지로 직행하도록 되어 있다. 이 버스의 경우 이번 출퇴근 대란이 벌어지기 전에도 기점 1~2번 정류장에서 손님이 다 차게 되면 이후 정류장 승객들은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 경우 증차를 해 배차간격을 줄이거나 입석을 허용해야 한다. 하지만 입석은 불법이다. 이 버스도 4월 입석 금지 논란 이전에 한때 잠깐 입석을 허용했다가 그 뒤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적자를 이유로 증차를 하고 있지 않다. 국토부는 “M버스는 기본적으로 수익이 나는 노선”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적자를 보고 있다며 말이 엇갈리고 있다.

경기북부 권역에서 M버스를 운영하는 다른 회사 관계자도 “솔직히 말해 입석 승객을 받지 않으면 적자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자노선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의 경기북부 권역 회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사업에 뛰어든 것은 수지타산보다는 지원을 해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게 간단치 않은 문제다. 광역버스는 워낙 대수가 많아 돈이 만만치 않게 들 것이기 때문에 국토부도 딜레마에 빠져 있을 것이다. 요금을 대폭 인상해 적자폭을 만회한다면 서비스를 제공받는 시민들 입장에서 반발이 있을 것이고….” 이 설명은 맞을까.

다시 초점은 수송원가 문제로 돌아간다.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수송원가를 비교적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3~4개의 민영회사와 자회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의 경우 정확한 수송원가 산출이 쉽지 않다. 지난 경기도 지방선거에서 각 당의 후보자들이 교통문제 해법을 두고 격론을 벌인 데는 이런 도의 속사정이 한 원인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현재 광역버스에서 입석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토부가 입석 규제를 하면 손해를 본다는 업체 측 주장은 실제 수송원가를 추정해보면 엄살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증차를 하면 과거에 비해 수익성이 줄어들겠지만 광역버스 때문에 적자가 심화되는 구조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유 교수는 “그렇다고 국토부가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입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3개월 동안 임시로 운영한 뒤 노선 재조정, 법적·제도적 문제를 개선해보겠다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단기대책이라도 최소 1년 계획을 세워 대책을 내놓은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