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인 기자의 생활 속으로]무료의 탈을 쓴 소액결제 ‘사기성 앱’

‘크리스탈무료충전소’ 앱 실행 공지창에 뜬 확인 누르면 기부 명목으로 500원 빼가

경기도 파주에 사는 주부 김소영씨(44·가명)는 가족들과 함께 새로 휴대폰을 마련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통신사를 바꿔 새로 휴대폰을 마련한 며칠 뒤, 구입한 대리점으로부터 “미성년 자녀의 휴대폰으로 엄청난 요금이 결제되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고 문의하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은 뒤 김씨는 법정대리인인 자녀(12·남)의 휴대폰 요금을 조회해 ‘SMS정보이용료’와 ‘콘텐츠이용료’가 청구된 것을 확인했다. 김씨는 통신사(SKT)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 문의했다. “통신사로부터 SMS정보이용료는 라디오나 TV에서 이벤트를 한 것이 결제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요금의 과금은 조정이 불가하며, 콘텐츠 이용료는 구글플레이 콘텐츠이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통신사는 고객에게 청구책임만 있기 때문에 직접 구글에 연락해 분쟁을 해결하라는 것이었어요.”

김씨는 통신사의 이 답변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 소액결제 요금은 결국 통신이용요금에 합산되어 나오는 것이고, 어떤 형식이든 통신사가 단순 중계한 것이 아니라 이익을 공유하는 것인데, 관리책임이 없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집에서 TV나 라디오를 거의 시청하지 않는데 아이가 예를 들어 특정 아이돌 그룹을 응원하기 위해 유료문자메시지를 이용할 가능성은 없거든요. 더군다나 아이가 청소년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요금은 고객의 책임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씨가 통신사 고객센터에 문제 제기를 하던 와중인 이날 오후에도 아직 학교에 있는 자녀의 휴대폰으로부터 소액결제가 계속됐다. 도대체 이 소액결제는 어떻게 부과되는 것일까.

펀앱에서 만들어 안드로이드 마켓에 등록한 앱들. 현재는 삭제되었다.

통신사와 구글은 책임 없나
김씨 자녀의 휴대폰에는 도대체 얼마가 빠져나갔는지 알려주는 내용이 없었다. 다만 ‘#43201’이라는 곳에서 “30237.cookiel207172 후원 참여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식의 문자메시지만 여러 건 들어와 있었다. 통신사를 옮겨 안드로이드 기기를 사용하기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원래 저를 포함해 아이도 애플 아이폰을 사용했는데, 이번에 통신사를 옮기면서 안드로이드 기기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아이폰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의 형태이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가 지출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아이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사고는 없었어요.”

자녀의 휴대폰을 살펴보던 김씨는 ‘크리스탈무료충전소’라는 앱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결제액의 상당수는 이곳을 통해 지출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앱은 ‘무료충전소’라는 이름을 달고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사실상 무료가 아니었다. 앱을 실행하면 공지창이 뜬다. 서비스의 개발과 서버 운영 등 제반 사항 등의 업그레이드 지원을 위한 후원문자를 받는다는 내용의 안내문구다. 상당히 긴 안내문구의 가운데에는 ‘확인 시 후원문자가 발송되며 문자정보이용료 500원이 부과된다’고 적혀 있지만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공지는 ‘후원 감사의 선물로 즉석쿠폰 10장을 드립니다’로 마무리되어 있다. 통상적인 공지문구로 생각하고 무심코 ‘확인’을 누를 경우 500원을 ‘기부’ 형태로 내게 되는 것이며, 제공한다는 즉석쿠폰은 스마트폰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게임머니를 따는 내부 메뉴에서 사용되는 것이었다.

문제가 되었던 무료충전소 앱. 앱마켓을 운영하는 통신사들은 6월 26일 해당 앱과 연계돼 있는 문자메시지 서비스(SMS)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IT업계에서 UX디자이너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김씨는 “이것은 사실상 사기에 가깝다”고 단언했다. 김씨는 “앱 이름 자체가 ‘무료’인데 첫 화면에서 후원 참여를 공지하고 있고, 500원 과금의 내용도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닌 형식으로 되어 있다”며 “확인과 취소 버튼으로 돈이 과금되는지 여부를 알 수 없게 제작되어 있으며 확인을 눌렀을 때도 과금내역을 알 수 없는 내용으로 문자가 온다”고 말했다.

이런 앱들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구글플레이, T스토어, 올레스토어 등 안드로이드 마켓에 등록되어 있던 ‘크리스탈 무료충전소’ 앱의 제작사는 ‘펀앱’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개발사 측에 연락을 취할 방법은 help@funapp.co.kr이라는 이메일 주소 하나밖에 없다. 도메인 조회를 통해 이 도메인 등록자가 ‘싸이이비즈’라는 회사에 근무하는 이사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중견 앱 개발사인 싸이이비즈의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개발 앱 리스트에는 펀앱이 개발한 각종 ‘무료충전소’ 앱들은 표시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회사의 이사가 개인적으로 만든 앱일까.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 회사의 연혁에는 어떤 앱들인지 밝히지는 않은 채 ‘2014년 3월 펀앱 시리즈 론칭’이라는 연혁이 포함되어 있다.

기자는 이 회사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해당 이사와 통화를 했다. 그는 “전화로 답변하기에 적절하지 않으니 메일을 주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며칠 뒤 그로부터 온 메일 답변은 “취재에 응하지 못함을 알려드린다. 이 건으로는 앞으로 연락은 안 주셨으면 한다”였다.

‘불량 앱’을 등록한 통신사나 구글 측의 책임도 없지 않아 보인다. 기자는 각 통신사들에 제보 내용에 대해 문의하는 한편, 구글플레이를 운영하고 있는 구글페이먼트코리아 측에도 해당 앱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다.

구글 측은 기자가 문의한 당일 저녁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펀앱이 만든 앱들을 삭제했다. 구글 관계자는 “고객으로부터 클레임이 들어온 만큼 일단 닫아 놓고 정확하게 어떤 과정으로 문제가 발생했는지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애초에 문제가 제기된 ‘크리스탈 무료충전소’ 앱뿐 아니라 이 앱 개발사가 개발한 다른 앱들까지 폐쇄한 이유에 대해 구글 측은 “개발자 규약 상으로 내부적으로 다른 앱을 다운받도록 유도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등록된 앱이 다 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문제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개발자 “취재에 응하지 못함”
6월 26일 오후, 기자는 SKT 관계자로부터 “앱과 연계되어 있는 SMS문자이용 사업자 측과 계약을 해지했고 다른 사업자들에게도 메일을 통해 향후 유사한 악용사례가 나오면 계약을 해지할 테니 주의해달라고 공지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관계자는 “고객과는 고객센터를 통해 이야기가 되었고 환불조치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등록절차가 까다로운 애플앱스토어와 달리 안드로이드마켓은 쉽게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같은 앱들이 등록되어 있는 올레마켓을 운영하는 KT 관계자도 “해당 앱을 개발한 개발사와 계약을 맺은 CP사가 개발사 측이 원래 계약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을 발견해 6월 26일부터 결제 차단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객으로부터 문제 제기가 들어올 때까지 사전에 불량앱을 차단하지 못한 통신사들이나 구글 측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보를 한 김씨는 “특히 미성년이나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정확하게 어떻게 요금이 부과되었는지 확인하지 않고 ‘TV나 라디오 후원으로 추정된다’는 식으로 사용자에게 책임을 떠넘겼을 때 대부분 자녀의 조작 미숙으로 판단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제보 이유를 밝혔다. 알려지지 않은 피해사례가 많을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주간경향>이 검색한 결과 다른 개발사가 내놓은 유사한 성격의 애플리케이션이 조치가 취해진 이후에도 다수 발견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보호과 관계자는 “검토해본 결과 무료를 표방하면서 편법으로 기부를 받는 것은 사업자가 허위 고지를 한 것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경우 사업자의 귀책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며 “이 경우 사업자에게 과실이 있기 때문에 관련 문제 제기가 있을 경우 환불조치를 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편, 문제의 앱들을 등록한 싸이이비즈의 대표는 6월 27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메일로 답을 보냈는데 왜 계속 문제 제기를 하느냐.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