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비한 인간들과는 거리가 멀다. 복잡한 세상사에도 관심이 없는 듯하다. 맑은 눈동자에는 순박함이 비치고, 풍성한 털에서는 포근함이 보인다. TV 프로그램은 고결하고 깨끗한 개의 이미지를 잘 활용한다.
특히 드라마에서는 남녀주인공들의 만남을 주도하는 월하노인(月下老人)이 된다. 개가 중매한 관계는 더 순수하게 보인다.
SBS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서 비와 크리스탈을 만나게 해준 건 개 ‘달봉’이다.
비가 크리스탈에게 달봉이를 맡기는 ‘우연’은 크리스탈이 준 소시지를 먹고 목에 걸리는 ‘사고’로 이어졌다. 사고로 찾은 동물병원에서 달봉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달봉이를 크리스탈에게 맡기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만들어졌다.
MBC <압구정 백야> | MBC제공
MBC <압구정 백야>에서 송원근과 박하나는 어릴 적 함께 자란 인연이 있지만 서로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다 송원근의 개 ‘왕비’를 박하나가 찾아주게 되고, 송원근은 박하나를 되레 개도둑으로 오해하면서 악연을 가장한 인연의 끈을 이어가게 된다.
<압구정 백야>의 송원근은 “개 키우면 심장병도 예방되고 정신건강에도 좋다”고 말하지만, 꼭 그것 때문이 아니더라도 개는 만인에게 호감의 대상이다.
JTBC 드라마 <유나의 거리>의 애견 ‘만두’는 치매로 길을 잃은 노인을 찾아내고, 배우지망생에게는 연기 연습 파트너가 되어준다.
TV 속 개는 용변을 치우거나 목욕을 시켜줄 필요가 없다. 그저 충성스럽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즐기기만 하면 되니 아낌없이 사랑을 받는다.
2007년 <해피선데이-1박2일>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애견 상근이는 프로그램의 마스코트로 큰 사랑을 받았다.
팬들은 상근이 미니홈피, 상근이 인터넷 팬카페를 만들었다. 심지어 말을 못하는 데도 KBS 라디오 <박수홍의 두근두근 11시>에까지 출연했다. 개 훈련사가 상근이 짖는 소리를 통역해 청취자들에게 전하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진행했었다.
<1박2일>에서 상근이를 발탁했던 나영석 PD는 tvN <삼시세끼>에서는 밍키를 캐스팅했다. 생후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어린 강아지의 재롱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재미다.
이서진과 옥택연이라는 두 남자 주인공들 사이에서 밍키는 여자 게스트같이 귀염둥이 역할을 해낸다. 옥택연이 밍키를 안고 귀여워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장면이다. 말을 할 수 없는 개의 의사는 정확히 알 도리가 없다. 개의 귀여운 몸짓이나 행동, 짖는 소리는 제작진의 의도대로 풀이하기 좋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자막을 통해 밍키의 행동과 소리는 ‘예능화’된다.
태생적으로 충성스럽고 순진한 이미지를 품고 있다.
드라마 속 남녀주인공들의 사랑 매개체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호감형 외모는 등장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는다. 돌봐야 하는 책임 없이 애견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선 시청자들의 요구도 만족시킨다.
게다가 소리와 행동을 제작진의 각본대로 짜맞춰 보여줄 수 있으니 TV는 개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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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국민이 바뀌란 소리냐?
대통령 말씀에 또 답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