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 유해성 논란, 끝낼 때 됐다

일본서 아지노모도로 개발된 조미료… “유해하다” 주장 과학적 입증 안 돼

“사회가 환자를 만들어냈죠. 나쁘다고 자꾸 말하니까 민감하게 된 것일 뿐입니다.”

<감칠맛과 MSG 이야기> 저자 최낙언씨의 말이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최씨가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TV의 한 교양프로그램, 구체적으로 <스펀지>에서 식품첨가물과 가공식품에 대한 ‘엉터리 정보’를 다룬 것을 본 뒤다. 그게 2009년이었다. 2012년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를 필두로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 <맛이란 무엇인가> 등 여러 권의 책을 써냈다. “사실 처음 쓴 책에서 MSG 관련 내용은 일부분에 불과했습니다. 식품의 맛을 설명하다보니 ‘짠맛은 왜 있고, 쓴맛은 또 어떻고, 향은 무엇이다’, 그렇게 설명하다 보니 감칠맛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책에도 언급했지만 MSG는 소금보다 40배 안전합니다. 전 세계 모든 보건기구가 소금을 줄이라고 권고하지만 MSG에 대해서는 뭐라 안합니다.” 할 말이 많은 듯했다.

MSG, 바꿔 말해 글루탐산나트륨(monosodium glutamate)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식품첨가물이다. 우리에게는 ‘미원’이라는 상품명으로 더 익숙하다. 글루탐산은 여러 음식에서 흔히 ‘감칠맛’으로 번역되는 우마미를 낸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 이외에 제5의 맛으로 우마미가 규명된 것은 전체 인류역사에서 최근의 일이다. 1908년 일본 도쿄대의 이케다 키쿠나에 교수가 맛국물(다시)을 졸여내 결정체를 만들어냈다. 이케다 교수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일본에서는 아지노모도(味の素)라는 상품으로 개발됐다. 조미료다. 그러나 제5의 맛 우마미는 오랫동안 인정받지 못했다. 공인을 받은 것은 1985년. 명확하게 증명된 것은 1997년 쥐의 맛봉오리에서 감칠맛 수용체가 발견되고, 2000년 사람의 혀에서도 감칠맛 수용체가 발견된 뒤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글루탐산나트륨 조미료들. 최근 다시 불거진 유해성 논란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한 종편의 먹거리 고발프로그램의 ‘MSG를 쓰지 않는 착한 식당 찾기’ 프로젝트를 지목한다. | 정용인 기자

중국음식점증후군과 연관성 없어
MSG가 유해하다는 속설은 오래됐다.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있었다. 1968년 로버트 호만 곽이라는 의사가 제기한 이른바 ‘중국음식점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CRS)이 그것이다. 중국음식점에서 음식을 먹은 후 목과 등, 팔이 저리고 마비되는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났는데, 그 원인물질로 중국음식에 포함되어 있는 MSG를 지목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반복된 실험 결과 해당 증상들과 중국음식에 사용되는 MSG의 연관성은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MSG의 안전성은 국제적으로도 공인되었다. 한국에서도 식약처가 지난 2010년 9월 MSG가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왜 유해 의심은 끊이지 않는 것일까.

“1992년인가요. 당시 제일제당에서 맛그린이라는 제품을 출시하면서 광고에 방송인 김혜자씨를 등장시켜서 ‘자연의 맛, 고향의 맛’이라는 선전문구를 사용했습니다. 당시 광고에서는 화학조미료 MSG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죠. 결국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표현이라 그 표현으로 광고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화학조미료라는 표현은 말장난이다. MSG가 화학물질인 것은 맞다. 그러나 같은 논리로 콩도, 우리 신체도 모두 화학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화학물질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그 후 잠잠해졌던’ MSG 유해성 신드롬의 원흉으로 종편에서 방영했던 한 음식프로그램을 지목했다. 채널A의 ‘이영돈의 먹거리X파일’(이하 ‘먹거리X파일’)이다. 불량음식의 실태 고발 프로그램인 ‘먹거리X파일’이 착한 식당이라는 콘셉트를 도입하면서 ‘음식을 조리할 때 MSG를 넣지 않은 식당을 찾겠다’고 나선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이 교수의 말. “무엇이든 중독되면 좋지 않으니까 조심하자 정도의 콘셉트였으면 납득할 수 있었을 겁니다. 다른 맛도 마찬가지입니다. 단맛, 짠맛도 많이 먹으면 안 좋습니다. 소금의 경우 심혈관계 질병과 연관성이 통계적으로 확인된 바 있고, 설탕도 마찬가지입니다. MSG를 많이 먹었을 때 어떤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어요.” 과학적으로 입증도 안 된 일부의 주장으로 선정적인 방송을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중국음식점증후군’ 이후로도 MSG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논문이 안 나온 것은 아니다. 존 올니 워싱턴대 정신병리학·면역학 교수는 1969년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어린 쥐에게 MSG를 피하주사한 결과 뇌조직에서 글루탐산 함량이 4배 늘어났고, 그 양을 늘렸더니 시신경 장애가 일어나는 등의 결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올니 교수 등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흥분독소(excitotoxicity)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MSG나 감미료 아스파탐, 시스테인 등의 물질이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쳐 뇌의 질병,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을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을 담은 책도 출간되었다. <죽음을 부르는 맛의 유혹>이라는 책이다. 이 책의 원제가 바로 <흥분독소>다. 책의 저자는 러셀 블레이록. 신경외과 전문의다. 책은 앞의 ‘먹거리X파일’에서 MSG 유해성 주장의 주요 논거로 소개되었다. 이 교수는 이 책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 의사의 부인이 미국 산타페에서 MSG 거부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의 회장입니다. 그 책을 학술서로 볼 수 없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종류의 책은 넘쳐납니다. 식품첨가물은 독이라는 책들이 대표적입니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저자 안병수씨도 러셀 블레이록의 책을 거론하며 MSG의 유해성을 주장했다. “식품공학자나 화학자들은 해롭지 않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신경과학자들의 생각은 다를 것입니다. MSG가 무해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신경독성을 연구하지 않은 사람들일 겁니다.” 그럴까. 이 교수는 블레이록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리해보면 글루탐산이 뇌의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것은 맞다. 그러나 오히려 뇌 내 글루탐산은 학습과 기억을 돕는 핵심 물질이다. 그런데 뇌 내 글루탐산은 자체적으로 생산되지 식품으로부터 직접 공급되지 않는다. “혈액외장벽(Broad Brain Barrier·BBB)이라고 외부 물질이 뇌 안으로 직접 유입되는 것을 막는 기관이 규명되어 있습니다. BBB에서 문제가 생기면 생명이 위독해져요. 사실 MSG를 먹는 것과 BBB가 고장난 것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비유적으로 말한다면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어떤 사람이 다쳤다고, 자동차가 흉기라고 할 수 있나요.”

이영돈 PD “조금 넣으면 문제 안 돼”
‘먹거리X파일’을 보면 음식 전문가들이 나와 MSG 투여 여부를 판별하는 장면이 나온다. 맛평론가 황교익씨는 “그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인간의 미각은 실은 굉장히 허술합니다. 천연에서 나오는 글루탐산의 맛은 인공과 구별되지 않습니다. 이를 테면 다시마를 우려내어 그 맛을 만들어내면 대부분의 사람은 MSG를 쳤다고 할 것입니다. (방송에 출연한 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공부가 제대로 안 된 사람들입니다. 자연음식연구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데 무슨 자연음식인지 납득할 수 없어요. 세상에서 MSG 공포를 조성하는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희한한 일입니다.”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이영돈 PD는 어떤 입장일까. 현재 JTBC로 옮긴 이 PD는 <주간경향>에 “MSG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FDA나 식약처, 이덕환 교수 등의 주장이 틀렸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 MSG를 조금 넣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다만 소비자의 한 명으로서 내 입장에서는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유해하다는 주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PD는 “MSG가 사용되면서 일반 사람들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맛의 기준이 변했으며, 제 입장은 그런 맛의 기준이 변한 것에 대한 문명비판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맛평론가 황교익씨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오늘날 우리들이 자연물에서 얻은 MSG보다 과다한 양의 MSG를 먹는 것은 확실합니다. MSG가 과다해서 나쁜 것이 아니라 원래의 감각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인지만 있으면 족합니다. 예를 들어 1만2000원짜리 냉면을 먹는 사람들이 있고, 3000원짜리 화평동 왕냉면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하죠. 후자를 두고 불량식재료라고 비난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요.”

개인적 경험 등을 내세우면서 여전히 MSG 유해성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확실한 것은 MSG가 유해하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이제 MSG 유해성 논란은 끝낼 때가 됐다.

평양냉면 맛의 비밀은 아지노모도?

1940년 신문에 실린 아지노모도 광고. “모든 음식을 맛있게 하는 아지노모도 덕분에 냉면을 다섯 그릇째 먹게 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음식문헌 연구가 고영 제공

시중에 평양냉면 명가로 불리는 집들이 있다. 기자는 서울시내를 비롯, 전국에 산재한 대부분의 공인된 명가를 섭렵해 왔다. 같이 간 사람들의 반응은 매번 달랐다. 대표적인 반응은 알려진 명성에 비해 “밍밍하고 맛이 없다”는 반응이다. 장충동 평양면옥이나 우래옥 같은 노포(老鋪)에서는 이북 출신 실향민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잊지 않고 노포를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 맛 때문이다. 시내의 흔한 냉면가게에서는 이 맛을 찾을 수 없다.” (85세, 평양출신 김현칠씨)

“실향민들의 연세를 고려하면 그분들이 기억하는 맛은 아지노모도가 포함된 맛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음식문헌 연구가 고영씨의 말이다.

아지노모도는 이케다 교수가 발견한 맛, 우마미를 상품화한 조미료다. 발견된 직후부터 일본뿐 아니라 조선, 만주, 중국 등지에 아지노모도는 급격히 확산되었다. 조선에서는 주로 국물요리에 사용되었다. 평양냉면 역시 아지노모도사의 주 타깃이었다. 아지노모도사는 ‘모든 음식을 맛있게 하는’ 마법의 조미료로 아지노모도를 홍보했다. 계속되는 고씨의 말. “아예 아지노모도사에서는 1929년 이후 아지노모도를 쓰는 평양냉면집을 대상으로 면미회(麵味會)라는 것을 결성합니다. 1932년 기록을 보면 평양에서만 32명의 냉면점주들이 가입했어요. 평양시내에서 잘나가는 대부분의 냉면집을 포괄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 평양냉면의 전통을 이었다는 북한 옥류관의 경우는 어떨까. 고씨는 1990년 북한에서 발간된 <조선의 민족전통>이라는 책에 실린 냉면의 레시피를 제시했다. 냉면의 음식재료를 나열하면서 맨 마지막에 거론되어 있는 ‘맛내기’가 바로 아지노모도, 미원이라는 것이다. “탈북 요리사를 인터뷰했는데, 그쪽에서는 미원을 쓰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고씨의 관심사는 냉면을 넘어 한식 전반에 미친 아지노모도의 영향이다. “어떻게 보면 최근 100년의 한국음식에 가해진 충격의 핵심은 아지노모도입니다. 문제는 이걸 두고 전통의 훼손으로 몰아붙이는 겁니다. 전통의 고착화·신비화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우리의 고유한 맛이 무엇이냐’를 연구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입니다.”

참고로 앞서 거론한 대표 냉면집 육수의 ‘밍밍한 맛’에도 MSG가 소량 사용된다. MSG를 안 쓴 맛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