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연평해전-이데올로기 경직된 ‘반공영화’

/NEW

제목 연평해전

감독 김학순

주연 김무열, 진구, 이현우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30분

개봉 2015년 6월 10일

영화 시사회 후 감독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반공영화가 아니다”라고 했다. 종편 채널A에 출연한 감독의 말을 옮겨보자. “이 영화를 반공영화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데올로기에 경직되어 있는 것이다.”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벌어진 남북 경비정 해상교전 사건을 다룬 영화다. 모든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이 2002년 월드컵으로 쏠려 있을 때, 북의 도발로 시작된 교전이다. 현재 공식적인 해석은 1999년 6월 15일에 벌어진 1차 서해교전에서 대패한 북의 복수다. 당시에는 서해교전이라고 불렀지만 2008년부터 ‘2차 연평해전’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극의 중심에는 고속경비정 참수리 357호를 탄 세 사람의 군인이 있다. 윤영하 대위, 한상국 하사, 박동혁 상병. 실제 인물들이다. 이들은 전사했다. 전사(戰史)에 기록된 사망자는 모두 6명이다. 그런데 왜 이들 세 사람이 메인 캐릭터가 된 것일까.

영화는 의식불명 상태의 박동혁 상병이 후방 병원으로 실려가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이다. 영화의 이야기는 천안함에서 근무하던 그가 참수리 의무병으로 전입돼 오는 장면을 발단으로 삼고 있다. 윤영하 대위 역시 막 발령을 받아 FM대로 수병들을 지휘하는 엘리트 지휘관이다. 반면 조타수를 맡았던 한상국 하사는 신혼생활에다 수전증으로 배를 타는 것을 그만둘 것을 고민하고 있다. 사건이 나던 날은 이미 육지 근무가 확정된 상태였다. 참수리 357호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이들의 관계를 재구성해보면 이제 막 합류했거나(윤영하, 박동혁), 거의 마지막 항해(한상국)에 가까운 각각의 모멘텀을 드러내고 있다. 윤 대위는 교전 초기 사망했다. 교전 후 행방불명 상태였던 한 하사의 시신은 53일 만에 인양됐다. 박 상병은 후송되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이야기가 없을 수 없다. ‘숭고한 죽음’을 극대화하기 위한 캐릭터 선택이다.

영화는 공식 전사가 언급하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끼워넣는다. 사건 며칠 전, 연평도 인근에서 쪽배를 타고 표류하던 북한 어부들을 구해줬는데, 알고 봤더니 어부가 아니라 어부로 위장한 북한 정예군인이 남의 무장력을 염탐하러 온 것. 왜 이 이야기가 들어갔을까. 앞서 제2 연평해전에 대한 현재 해석을 언급했다. 복수를 하려면 주도면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건이 나던 당시의 해석은 달랐다. 사건 당일 열린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의 결론은 ‘우발적 충돌’이었다. 당일 북측이 보낸 통지문 내용도 그랬다. 그래서 그 다음날 반대편 동해 쪽에서 예정되었던 금강산 관광선은 정상적으로 출항하였다. 여기에 영화의 이데올로기성이 아슬아슬하게 감춰져 있다.

터치스크린

예컨대 이런 장면이다. 영결식이 치러지던 날, TV 화면에는 두 뉴스가 나온다. 하나는 앞서 금강산 관광선이 예정대로 출항한다는 소식이고, 또 하나는 일본에서 열리는 한·일 월드컵 결승전에 참석하기 위해 대통령이 출국한다는 아나운서의 멘트다. 멘트에서 ‘김대중’이라는 당시 대통령의 이름은 주의 깊게 삭제되어 있어 오히려 두드러져 보인다. 자루 속의 송곳이다. 그리고 판타지. 영화 속에 묘사된 북한군의 모습이다. 비열한 악마로 묘사되어 있다. 북한의 6·25 영화, 예를 들어 <월미도>(1982) 같은 영화에 묘사되어 있는 적, 미 제국주의 묘사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이데올로기적으로 경직되어 있는 쪽은 이 영화를 반공영화로 보는 사람이 아니라 영화 자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