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내시경]뮤직비디오 베끼기 논란

표절 논란은 가요계의 단골 화제다. 한 사건이 잊힐 만하면 어김없이 새로운 시비가 떠오른다. 수십년 동안 많은 가수가 마치 계주를 하듯이 이 영광스럽지 못한 바통을 이어받아 왔다. 표절에 대한 문제 제기가 비교적 수시로 이뤄진다는 사실은 타인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음악인, 제작자가 사라지지 않음을 시사한다. 반드시 떼어내야 할 이야깃거리는 비양심적인 이들에 의해 끊임없이 생성된다.

애석하게도 우리 대중음악계의 베끼기는 나날이 확장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해짐에 따라 의상, 액세서리를 도용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도둑질이 점점 섬세해진다. 뮤직비디오에서의 표절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소녀시대 뮤직비디오 캡처

2월에는 엠넷 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 중 출연자들이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식스 센스’를 부르는 장면이 미국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Pentatonix)의 ‘다프트 펑크(Daft Punk)’ 뮤직비디오와 동일해 논란이 일었다.

얼마 후 엠넷 측은 표절이 아닌 패러디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패러디는 특정 작품을 익살스럽게 재가공하는 작업을 의미하는 바, 웃음기가 전혀 없었던 <칠전팔기 구해라> 속 모방은 아이디어가 빈궁한 제작진의 땜질로 여겨질 따름이었다.

4월에는 소녀시대의 ‘캐치 미 이프 유 캔’ 뮤직비디오가 미국 가수 시애라(Ciara)의 2009년 노래 ‘워크(Work)’의 뮤직비디오를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두 영상은 기중기와 덤프트럭 등이 놓인 공사장을 배경으로 한다는 설정이 같다. 여기에 안전화와 전투화, 크롭톱 스타일의 민소매티 등 패션도 빼다 박았으니 표절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난 5월 말에는 남성 듀오 이천원이 창피한 흐름에 합류했다. 신곡 ‘굿밤’의 뮤직비디오는 가수들의 머리를 컴퓨터그래픽으로 크게 부풀려 코믹함과 귀여움을 어필했다.

이는 미국 힙합 듀오 치디 뱅(Chiddy Bang)이 2010년에 발표한 ‘아퍼지트 오브 어덜츠(Opposite Of Adults)’의 뮤직비디오 콘셉트와 닮았다. 두 팀 모두 2인조, 두 영상의 주된 배경이 공원과 놀이터라서 더 의심스럽게 느껴진다.

개괄적인 전경만 유사한 것이 아니다. 카메라 앵글을 향해 전진 이동하는 장면이 많은 것도 비슷하고, ‘아퍼지트 오브 어덜츠’에서 멤버들이 종이칼을 들고 결투하는 광경과 ‘굿밤’에서 두 멤버가 손으로 서로의 몸을 건드리며 장난을 치는 모습도 분위기가 흡사하다.

막바지에 이르러 멤버들이 나란히 앉아 그네를 타는 장면은 두 뮤직비디오 모두 똑같다. 이렇게 닮기도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이천원 측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말로 무마할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전체적인 그림과 스토리는 다르다. 하지만 표절은 다량일 때만 성립되는 문제가 아니다. 작든 적든 유사성이 명백하고, 여기에서 의도가 감지된다면 그것은 도용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표절 의혹이 제기될 때면 제작자들은 그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놈의 우연의 일치가 이 작은 땅에서 시시각각 생긴다는 사실이 참으로 경이롭다.

문화내시경

우연을 가장한 필연은 조만간 다시 나타날 것이다. 씁쓸하지만 예정된 진실이다.

<한동윤 대중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