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문화]대중음악 잡지가 사라진다

음악 전문 월간지 <52스트리트>.

요즘 서점에 가면 없는 것이 있다. 대중음악 잡지다. 석 달 전에 <프라우드>가 유가지 전환을 시도했다가 쓴 맛을 보면서 이제 남은 것이라곤 무가지로 배포되는 <핫 트랙스> 하나뿐이다. 재즈 쪽에서 꾸준히 발간되는 잡지들이 있긴 하지만 록과 팝을 중심으로 대중음악 전반을 포괄하는 전통적인 잡지는 이제 그 위세가 매우 초라해졌다.

잡지들이 사라지자 즉각 반응이 오고 있다. 음악 마니아들이 “도대체 음악 관련 전문 정보를 얻을 곳이 하나도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이야 이미 나름대로 자료 수집 통로가 있어서 자발적으로 잘 찾지만, 그만큼의 시간을 들일 여력이 없는 일반 청취자들은 잘 정리된 친절한 소식통이 없으면 감감무소식이다.

팝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가요야 언론들에서 꾸준히 다루기에 큰 공백이 느껴지지 않지만 팝의 경우는 비인기 영역이어서 완전한 무주공산 상태다. 몇몇 웹진이 분발하고 있지만 모두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어 청취자들의 정보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3, 4명의 기자가 한 달 내내 고생해서 지면을 채워내도 부족할 텐데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뜻 있는 평론가들이 ‘투잡’ 형태로 기고하다 보니 ‘양’의 측면에서 트렌드를 따라가기 버겁다. 이렇게밖에 운영되지 못하는 이유는 인터넷 음악 언론들의 광고 수익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가수들도 때때로 사석에서 고충을 토로한다. 아무리 앨범 안에 고민과 신념을 담아내도 인터뷰할 때 항상 받는 질문은 사생활에 관한 것뿐이란 것이다. 음악 전문 매체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음악을 음악답게 홍보하고자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거부했다간 사람들이 앨범을 냈는지조차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음악과 관련한 전반적인 교양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한 번은 음반 리뷰에서 ‘재지한(재즈풍의, 재즈스러운)’이란 표현을 썼다가 ‘재즈’의 오타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국내 마니아들의 산실이었던 팝 라디오 프로그램들도 선곡을 대폭 쉽게 선회하고 있다. 60, 70년대 명곡들을 사람들이 낯설어해서 예전처럼 틀었다간 청취율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 CF 삽입곡, 최신 유행곡 위주로 편성되고 있다. 라디오에서 명곡들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에서 음악 잡지들, 나아가 음악 평론이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말부터다. 원인은 세 가지 정도다. 첫째, IMF 외환위기 이후로 마니아들의 수가 줄면서 잡지의 구매층이 급격히 이탈했다. 둘째, 팝 음악계가 힙합 위주로 재편되면서 팝·록 위주의 국내 취향에서 멀어졌고 이것 역시 팝의 인구, 나아가 음악 마니아들의 인구를 감소시켰다. 셋째, 아이돌 가수들이 전성기를 맞으면서 평론계와 음악계가 우호적인 존중의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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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해결책도 쉽지 않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꾸준한 지원과 관심을 준다면 결코 해결 불가능한 난제는 아닐 것이다. 음악 전문 매체들의 부활은 음악 산업의 발전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빠지지 말아야 할 필수요소다.

이대화<대중음악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