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건]‘빈둥 발언’은 자아비판인가

운동권 이명박

이명박 전 시장(오른쪽 두번째)이 1964년 6·3데모 주동자로 구속돼 재판받고 있다.

이명박이라는 이름이 처음 언론에 등장한 것은 지금부터 43년 전이다. 1964년 6월 20일자 각 일간지는 윤천주 문교부 장관과 민기식 계엄사령관 명의로 그때까지 검거되지 않은 6·3데모 주동급 학생 3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그 가운데는 고려대생 ‘이명백’이라는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문교·계엄 당국은 이명박을 이명백으로 쓰는 등 6명의 이름을 잘못 발표할 정도로 허술했던 모양이다.

고려대 상과대 학생회장이던 이명박은 6·3데모를 주동했지만 계엄령 이후 도피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 신문 공고가 나간 뒤 경찰에 자진출두, 계엄사령부에서 조사받고 서울교도소에 수감됐다. 그가 보석으로 출감한 것이 그해 10월 2일이니까 3개월여 동안 감옥 생활을 한 셈이다. 투옥 기간으로 보나 형량(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보나 그는 6·3학생운동의 핵이었다고 할 만하다. 그가 1992~94년 6·3동지회 회장을 지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가 최근 “1970·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은 나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라는 내용의 발언을 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이 ‘빈둥 발언’은 민주화 세력, 즉 운동권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돼 안팎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 빌미가 됐다. 이처럼 그가 ‘운동권의 적’처럼 돼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1960년대라는 것만 다를 뿐 여기에 소개한 사진 한 장만으로도 그도 민주화 세력이었고 운동권 출신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터인데….

그때 그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