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남북 쌍방향성 경협으로 전환 기대

10인의 전문가 한반도 빅뱅을 말한다- 남북경협

정상회담서 개성공단 활성화 구체 방안도 나와야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남북한 경제교류를 시작한 지도 20년 가까이 됐다. 정부 차원에서는 식량 및 비료 지원, 3대 경협사업, 제도적 장치 마련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간기업들은 단순교역, 위탁가공, 직접투자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이렇게 진행되어오는 과정에서 남북경협은 두 번의 큰 전환점이 있었다. 첫째는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허용한 1988년 7·7 선언이었다. 이 전환점은 교류가 전혀 없다가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전환점이다. 이때부터 남북한 경제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둘째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교류를 인정하기 시작한 2000년 6·15 공동선언이다. 민간 차원에서만 이루어져온 경제교류가 당국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국 간 교류가 시작되면서 4대 경협 합의서를 비롯하여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남한기업 전용공단인 개성공단을 개발했고, 금강산 관광도 성사시켰다.

오는 10월 2일에 있을 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의 세 번째 전환점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남북한의 노력으로 경협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북핵문제의 해결과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합의가 필요하다. 정치·군사적 안정은 경제교류의 기본 조건이다. 물론 불안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특수(特需)라는 것도 있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경제교류를 통해 불안정한 상태를 극복한다는 것은 지난 7년여의 기간으로 충분하다. 이제는 남북 간에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진정한 경협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때마침 2·13 합의 이후 북핵문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남북관계 및 북한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남북한의 정상들은 믿음직한 합의를 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합의가 있어야 남북한이 새로운 경협 프레임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경협 프레임으로 두 가지 측면을 제시해본다. 우선 제도적 안정성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틀이다. 남북한은 1992년 기본합의서를 채택한 바 있다. 여기에는 경제공동체 형성과 관련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남북 간의 내국 간 거래로서 무관세 무역을 명시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실적으로 이미 남북한은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제는 분명한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 남북한은 무엇을 위해 경제교류를 하는가? 국가 간 관계라면 이익의 극대화를 우선적으로 추구하겠지만, 남북한은 결국 경제통합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중국과 홍콩이 체결한 것과 유사한 경제협력강화약정(Closer Economic Partnership Arrangement; CEPA)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 일종의 무역자유협정(FTA)이며 경제통합의 1단계 조치라고도 할 수 있다. 작게는 WTO 체제하에서 남북한의 무관세 거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수단이다.

개성공단에 많은 기업이 입주해서 거래가 확대될 경우 국제사회가 남북한의 무관세 거래를 문제 삼을 수 있는 여지 도 커진다. 크게 보면 남북경협 전체를 하나의 그릇에 담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국제적으로 FTA 체결 당사국 간에 완전한 차별을 제거하기까지 10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있기 때문에 남북 간에는 이 기간을 목표로 하여 단계적인 청사진을 만들 수 있다. 이 약정을 체결하기 위해 무역 및 투자분야에서 구체적인 품목과 제도를 놓고 남북한 당국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남북경협은 발전할 수 있다. 그동안 남북경협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병행될 것이다. 이와 같이 공동의 목표를 분명히 하는 틀 안에서 북한경제의 체력을 강화할 수 있는 협력사업, 남북한 모두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사업 등을 단계적이고 구체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 북한기업이 국내시장에 진출하여 마케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방향성 경협에서 쌍방향성 경협으로 전환하는 데 남북한 정상의 합의를 기대한다.

다른 한 측면은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이미 남북 간에는 개성공단이라는 작품을 만들어놓았다. 개성공단은 원래 북한의 투자환경이 여러 면에서 워낙 열악하기 때문에 좋은 투자환경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비롯됐다. 이는 역으로 볼 때 개성공단 이외 지역의 투자환경은 권장할 만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현 시점에서는 남북경협에 관심이 있다면 개성공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20여 개의 기업이 가동되고 있으며, 1단계 330㎡(100만 평)에 대한 분양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인프라 건설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2단계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물론 개성공단에서도 북한의 경직성을 경험한다. 임금직불 문제, 3통(통행·통신·통상) 문제, 노동력 공급 문제 등 많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이외 지역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문제에 비한다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에 대한 기업들의 최대 관심은 아마 수출 가능성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성공단에서는 수출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을 얼마나 수출했을까? 개성공단을 가동한 이후 3년 동안 1억2424만 달러 상당의 제품을 생산했다. 그 가운데 23%에 달하는 2907만 달러 규모의 제품을 해외시장으로 수출했다. 이는 현재 시범공단에 있는 15개 기업과 본 공단에서 생산을 시작한 2개 기업 등 17개 기업이 2007년 3월 말까지 기록한 실적이다. 2005년 우리나라의 제조업 수출 비중은 34.3%이었다. 이와 비교해 보면 약 11%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개성공단 제품을 전혀 수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가장 큰 미국시장을 겨냥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 생산부문에서 미국의 수출관리규정(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 EARs) 등으로 생산용 원부자재는 물론 생산설비에 이르기까지 많은 제약을 받는다. 이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수출상품 생산에도 제약을 가하게 된다.

북한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러한 경제제재 이외에 개성공단이 지닌 한계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출입의 불편함이다. 개성공단을 출입하기 위해서는 통관에 따른 시간적 제약이 있다. 통신과 금융거래에도 제약이 있다. 노동력 공급 및 임금지불 방식 등이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북한 당국과 근로자를 위해 다방면의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추가적인 기회비용이 수반된다.

이와 같이 개성공단은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 만일 이러한 제약이 1단계 330㎡ 개발이 마무리되어 모든 기업이 입주하는 시점까지도 해소되지 않는다면 개성공단은 다른 공단에 비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행스럽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는 과정에서 북한지역에 역외가공지역을 설치할 수 있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물론 개성공단이 명시된 것은 아니며, 비핵화의 진전이라는 전제 조건은 있다. 그러나 북한에 역외가공지역을 설치할 경우 개발 정도를 감안하면 개성공단이 1순위가 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을 활성화할 수 있는 조치들이 나올 경우 남북경협의 중심축은 당분간 개성공단으로 몰릴 것이다.

이와 같이 정상회담 이후 기대되는 새로운 경협 프레임은 제도적인 안정성 및 실효성 보장과 함께 경제교류를 마음놓고 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확실히 마련하면서부터 가동할 것이며 이를 통해 경협의 질적 제고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연세대학교 경제학 석사
성균관대학교 무역학과 박사 과정 수료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외교안보연구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