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뀌죠”

2030인물탐구(2)생활 속 정치참여형
유아교육 강사 한송이

유아교육 강사인 한송이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결혼 후엔 전세값 마련과 육아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한씨는 이번 대선에서 이 문제를 조금은 풀어볼 작정이다.

“자,이 원 안에서 높이 뛰어보자. 엄마도 아이도 자기 힘만큼 높이 뛰는 거예요.”
서울의 한 지역문화센터에서 만난 한송이씨(29). 스무 명 남짓의 아이와 엄마들 사이에서 한씨는 가르친다기보다 함께 놀며 부대끼고 있었다.

대학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한 한씨는 유아교육에 관심이 생기면서 관련 전공을 이수하고 졸업 후 바로 유아교육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의 문화센터에서 동작놀이와 이야기 수업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요즘 엄마들은 생후 6개월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등 조기교육에 관심이 많아요. 그렇게 지식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에겐 놀이가 모든 발달의 시작이에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행동이 발달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사회성이 생기며,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 등을 배우거든요.”

“지역청년회 통해 사회적 역할 고민”

유아교육 전문 비정규직인 한씨는 하루 2~3시간 정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서울시 금천구 지역의 금천청년회에서 활동한다. 금천청년회는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이 없는 이 지역 젊은이들이 청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적 활동을 하기 위해 만든 모임. 연극·수화·풍물패 동아리를 운영해 청년들이 사회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풀고 자아를 계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30여 명의 회원은 일반 직장인이 대부분이며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다.
대학시절 극회활동과 세미나를 통해 자신이 알지 못했던 사회의 이면을 만났다는 한씨.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무언가 늘 목말랐던 그녀는 지역통일대축전에 갔다가 청년회 깃발을 보았다고 한다. 마침 연극동아리가 있어 잘 됐다 싶어 바로 가입했다.

“대학시절 가졌던 정의감이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싶었어요. 직장만 다니기엔 젊음이 너무 무미건조하다고 느꼈거든요. 함께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대학의 동아리 같은 그런 공간이 필요했던 거죠.”
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한 금천 지역의 특성상 연극동아리는 문화를 나누고 서로 고민을 나누는 공간이었다. 동아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청춘을 즐거워’, 통일을 다룬 ‘흥부네 박 터졌네’, 억압받는 여성을 다룬 ‘꽃잎이 떨어지는가, 바람이 흔들리는가?’ 등을 무대에 올렸다.

“소외된 곳 빛 줄 수 있는 후보 선택”

이 외에도 청년회에선 벼룩시장, 수화 강의, 지역 통일대축전 등을 진행하고 성탄절엔 몰래 산타사업을 진행한다. 몰래 산타는 지역에서 산타를 자원 모집해 한부모 자녀 등 어려운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만들어주는 활동. 한씨는 “‘해야 한다’는 선동적 구호가 없어도 어렵지 않게 동감하고 참여하는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관계 형성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한씨는 지역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자신과 사회의 관계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의 역활을 만들어가고 있다.

청년회는 지자체 정착과 발전을 위해서도 열심히 활동한다. 청년들이 사회를 이끄는 주도적인 인물이라는 의식을 갖고 예산 감시, 후보 검증, 정책 생산 등에도 적극 뛰어드는 것. 장애인과 사회 약자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금천구 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를 조사해 정책을 건의했고,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후보자 정책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한씨는 함께하는 동아리 회원들에게서 이 시대 젊은 노동자들의 고단함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20대의 특성은 열정적으로 생각하고 또 그만큼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라는 한씨는 “그러나 야근이나 특근 등 직장생활 탓에 자신의 요구와 갈망을 뒷전에 미뤄놓아야 하는 삶의 각박함을 보았다”고 말했다. 2030 젊은 세대가 사회적으로 무관심할 수밖에 없는 것은 주위를 둘러본다는 것이 경쟁이 심화된 세상에서 딴 짓을 하는 것 같고, 나 자신의 삶조차 팍팍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씨는 “정치에 관심없는 친구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냉소적이지만 비판의식은 다 가지고 있더라”며 “하지만 투표를 하거나 정치활동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시각은 있으나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7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살아오면서 수입은 7년 전과 변한 게 없어요. 저는 이런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바꾸어주겠지라고 물러서 있으면 변화는 없어요. 누구나 다 물러서 있고 싶기 때문이죠. 세상이 바뀌기를 바란다면 내가 먼저 행동하고 바꾸어야 합니다.”

한씨는 세상을 바꾸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선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언론을 통해 정치권의 비리와 아귀다툼을 보면 우리 정치권에는 자정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는 그녀는 이것이 바로 2030 젊은 청년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겨울, 한씨의 대통령 선거 투표 기준은 ‘누가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그리고 출산과 육아 문제를 풀 수 있는가’다. 지난 8월 결혼한 한씨에게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컸던 문제는 집이었고, 결혼하고 나서 가장 큰 문제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다. 한씨는 “사교육 열풍 등 부모의 철학에 기반을 둔 부분은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맞벌이부부가 어디에 아이를 맡겨야 할지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한마디로 아이 낳고 기르기도 빡빡한 세상이라는 것이다. 한씨는 또 금천 지역과 같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곳에 빛을 줄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즘 보면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많이 나온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다 청렴하고 도덕적일 수는 없지만 나를 대표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라면 깨끗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국민의 마음과 요구를 등지지 않고 귀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죠.”

“보수가 판치는 등 지금의 사회 분위기라면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이 어느 순간 이 사회에서 무시당하고 외면당하고 결국 없어져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는 한씨는 “때문에 나 자신부터 깨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