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뭘 하든 대운하보단 낫지 않을까”

한 방송사가 독일 MD 운하 현지 탐방을 기획, 방송한 후 네티즌 사이에 경부운하가 다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그저 비판만 한 것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대안도 제시했다.

한반도 대피라미드의 위용. 기자의 쿠폰왕 피라미드는 채 절반 크기도 안 된다. /cycling.egloos.com

첫째는 한반도 대경사로. 경부축을 잇는 경사로를 만들어 특별한 추진력이 없어도 화물을 운송할 수 있게끔 하자는 아이디어다. 나름의 친환경 시스템이지만, 실제 서울에서 부산까지 중력을 이용한 ‘낙하력’으로 물건을 보낼 만큼의 ‘기울기’를 확보하려면 그만큼 출발지가 높아야 한다는 약점이 있다. 물론 세계 최고층 빌딩을 두바이에 짓고 있다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대한민국으로선 문제없다는 반론도 가능하지만.

둘째는 지중매립형 한반도 대 컨베이어 벨트. 구체적인 설계도까지 제시했다. 상행선과 하행선으로 구성된 서울-부산 컨베이어 벨트는 화물운송구간과 운동구간으로 나뉜다. 화물운송구간에는 45ft 컨테이너 박스를 실을 수 있다. 순방향은 운송 기능이 있고, 역방향은 운동기구 기능을 제공한다. 운송 기능의 장점은 ‘그냥 누워서도 부산까지 이동 가능하다’는 것.

가장 백미는 한반도 대피라미드 건설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효과와 비용, 당위성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600m×600m×400m의 규모로 전국 21개 장소에 건설되는 이 대피라미드들은 규모 면에서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군들과 비교가 안 된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전국 주요 시·도에 건설된다. 건설과정에서 막대한 일자리 창출이라든가, 피라미드 면에 태양광 발전 설비로 환경친화적으로 설계된다는 장점 외에도 물류창고 혹은 장묘 문화 개선 등 관광뿐 아니라 다양한 활용 방안도 나올 수 있다. 게다가 30조에 이르는 건설 비용은 전액 민자유치로 모으고, 한국의 대표적 랜드마크 건물로 전 세계 ‘피라미드 마니아’를 관광객으로 끌어모을 것이다. 애초 이 구상은 ‘어떤 학생이 대운하에 필 받아’ 만든 내용을 인터넷에 올린 것인데 ‘GNP가 4만 달러가 되면 가가호호 요트 소유…’ 식의 이야기보다 훨씬 그럴듯하다. 일부 네티즌은 ‘진지한 대안’이라며 이 대피라미드 계획을 더 구체화하고 있다.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의 경부운하 예정지 자전거 탐방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인공위성 지도 프로그램인 ‘구글어스’로 대피라마드가 들어설 지역 탐방 조감도를 만들어놓았다. 대피라미드가 들어선 대구에 밀라노는 경쟁상대도 안 된다. 어쨌든 아이디어들을 접한 네티즌의 촌평은 이렇다. “뭘 하든 대운하보단 낫지 않을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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