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토건마피아에 발목 잡힌 현실정치

자신들 이익극대화 위해 정치와 결탁 대규모 토목사업 추진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Ⅲ
저탄소 녹색정치가 열린다

일본 전문가인 개번 매코맥은 건설이라는 생산 활동을 중심으로 건설업계, 정부부처, 정치인들이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는 세력을 ‘토건 마피아’라 불렀고 이런 국가유형을 ‘토건국가’라고 불렀다. 토건 마피아는 필요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대형 토목사업들을 기획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부정부패와 국토 환경파괴를 초래한다.

지난 2009년 3월, 인천 계양구 경인운하 사업장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운하 착공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자 시공사 직원이 이를 막고 있다. |남호진 기자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때는 경인운하 건설, 새만금 간척사업, 그린벨트 해제, 신도시 건설 등이 이들이 추진한 대표적인 국토 개발 사업이었고, 이명박 정부에서 토건세력은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토건세력이 어떻게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사업도 집요하게 추진해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는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의 종착역인 경인운하 추진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2003년 9월 감사원은 굴포천 방수로 공사에서 시작해 운하사업으로 뻥튀기된 경인운하를 감사했다. 그리고 경제성이 1 이하인 0.7607~0.9317로 ‘경제적 타당성이 낮은 사업을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의 2003년 감사 결과 바로 전인 2003년 9월 19일 국정현안조정회의에서 건교부는(현 국토해양부) 경인운하 건설사업의 경제성과 사업성 재검토 결정을 이끌어냈고, 20억원의 용역비를 들여 네덜란드 DHV-삼안 컨소시엄에 넘겨 그 질긴 연명은 계속된다. 토목세력의 일부인 이들은 1.76으로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엉터리’ 보고서를 제출했다.

사망선고 받은 경인운하 부활시켜
수면 아래 숨죽이고 있던 경인운하가 다시 등장한 것은 대선을 즈음해서였다.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현 대통령은 경인운하 현장을 방문했고, 이때부터 경인운하는 추진이 기정사실화되기 시작했다. 국책기관인 KDI는 경제적 타당성을 부풀린 보고서로 명분을 제공했다.

감사원의 첫 감사가 있은 지 6년이 지난 2009년 6월 11일 시민단체가 720여명의 이름으로 감사원에 의혹투성이 경인운하 사업에 대해 다시금 감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타당성을 부풀리기 위해 자료를 조작·왜곡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감사를 기각, 2003년 감사 결과를 스스로 부정했다.

경인운하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 국토해양부, 국책기관인 KDI, DHV-삼안, 감사원이 결합해 부활시킨 대표적 토목사업으로 굴포천 방수로공사 5300억원(1988)에서 2조2500억원(2008)의 괴물사업이 되었다.　

연말이면 정부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도로 등 건설사업을 지역에 유치하려는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의 마지막 치열한 전투가 전개된다. 유력 정치인의 민원성 쪽지부터, 때로는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불필요한 개발사업이 결정된다. 물론 오고간 이야기는 공개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발사업은 지역 정치인의 업적이 되고, 그 치적은 다시 표가 된다. 　토건세력의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면 모든 사업에 녹색의 딱지를 붙이는 일이다. 모든 토목사업을 ‘녹색세탁’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는 언어도단의 극치가 되었다. 언어가 혼란스러울 때는 분명 뭔가를 숨기고 싶은 다른 의도가 있다. 그리고 이를 간파할 시험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곽현<민주당 이미경 의원 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