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녹색 정치인 ‘베스트 11’

11명의 환경 정책 이력서…

원혜영 의원, 꾸준한 환경법안 발의로 최고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Ⅲ
저탄소 녹색정치가 열린다

환경·정치·경제·사회 등 각계 전문가 14명의 평가위원단이 환경재단과 함께 ‘녹색정치인 11인’을 선정했다. 이번 조사는 현역 국회의원·지자체장을 대상으로 했다. 평가위원단은 환경재단에서 1, 2차에 걸쳐 선정한 20여명의 정치인 중 환경 관련 활동을 열심히 하는 정치인 11명을 선정했다. 녹색정치인 11명에 선정된 사람은(가나다 순) 김두관 경남지사, 김상희 의원(민주당), 김진애 의원(민), 노관규 순천시장, 안민석 의원(민), 염태영 수원시장, 원혜영 의원(민), 이미경 의원(민), 전재희 의원(한나라당), 조승수 대표(진보신당), 홍희덕 의원(민주노동당)이다. <편집자 주>

일러스트 | 이영아 Comiclee@hanmail.net

한국 정치에서 녹색정치인으로 부를 만한 이들은 많지 않다. 이번에 선정된 11명의 의원과 지자체장은 척박한 현실 정치에서 그나마 꾸준히 환경활동을 하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평가위원인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녹색정치인을 선정하면서 녹색의 철학을 가지고 정치활동을 하는 이가 적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정치인들 대다수가 여전히 성장·물질·개발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1세기에 적합한 정치인이 드물다”고 평가했다. 선정에 참여했던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정치인이 살아온 이력이나 정책들을 가지고 평가했다”면서 “유럽과 비교해보면 아직은 녹색정치인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고 총평했다.

민선 5기 김두관 경남지사는 당선 이후 친환경 정책을 강하게 추진 중이다. 기존 기계, 조선, 자동차 등 중공업 중심의 전략산업을 신재생에너지 산업 중심으로 재편했다. 그 성과물로 태양광 발전업체인 미국의 MEMC사와 200㎿ 규모의 태양광발전단지 건설 MOU를 체결했다. 풍력산업도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풍력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4년까지 44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도 서두르고 있다. 녹색정치인으로 김 지사를 선정한 안병옥 소장은 “김 지사가 강력한 환경주의자는 아니지만, 이장과 군수를 역임할 때부터 단순한 개발 위주 정책보다 환경이나 생태를 고려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고 평가했다.

초선인 김상희 의원은 2008년 시민환경단체 대표격으로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여성민우회 창립 멤버이자,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 등을 지냈던 환경 전문가다. 국회 입성 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원혜영, 김재윤 의원과 함께 ‘4대강 삼각편대’라는 별칭을 얻었다. 석면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석면피해구제법’을 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면서 환경전문 의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 순천만 보전 노력 인정
산본 신도시와 인사동 거리의 설계 책임을 맡았던 도시설계 전문가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4대강 반대 전도사’로 통한다. 민주당 4대강 사업 국민심판특위 위원장, 4대강사업저지특별위원회 간사 등을 맡고 있다. 4대강 사업 현장을 발로 뛰면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진애 의원 측은 “18대 국회에 늦게 들어왔는데 대운하 사업은 반드시 막아낸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국회에 들어온 후 4대강 관련 일들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것 때문에 녹색정치인으로 선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선정위원에게 높은 점수를 얻은 지자체장으로 꼽힌다. 순천만을 친환경적으로 보전하려는 노력을 인정받았다. 순천시의 브랜드로 꼽히는 순천만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 2002년 10만명이었던 관광객이 지난해 295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유명한 생태관광지가 됐다. 2006년 시장에 취임한 이후 노 시장은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을 목표로 삼았다. 순천만을 찾는 철새를 위해 농지에 박혀 있던 전주 300여개를 제거했고, 국내 최초로 순천만을 람사르협약 등록습지로 등록하는 데 힘을 쏟았다. 노 시장을 추천한 아주대학교 장재연 교수(예방의학과)는 “지자체 중에서 순천은 환경이 가장 잘 관리되는 곳”이라면서 “다른 지자체장에 비해 노 시장의 환경 관련 정책 추진은 인상적인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환경과 큰 연관성이 없는 교육과학기술위 소속의 안민석 의원도 녹색정치인으로 선정됐다. 정치인이 되기 전부터 환경운동을 했던 점이 점수를 받은 것이다. 1994년 삼성전자가 오산천에 폐유를 유출한 사건이 터진 후 진상조사단을 조직해 삼성전자의 사과를 이끌어냈고, 2002년 오성화성환경운동연합을 창립하면서 환경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국회에 입성한 후에는 지역구인 경기도 오산시의 오염된 오산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데 힘을 쏟았다. 오염됐던 오산천은 반딧불이가 사는 생태하천으로 변했다. 요즘은 국회 교과위 소속 여야 의원과 함께 국내 원전 현장 방문을 진행하는 등 원전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녹색정치인 11명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원혜영 민주당 의원(오른쪽). 원 의원의 아버지 원경선 풀무원 원장(왼쪽)은 우리나라 최초의 유기농 단체인 정농회를 설립했다. |김석구 기자

염태영 수원시장도 환경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지자체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원을 지속가능한 환경수도로 만드는 것이 염 시장의 포부다. 온실가스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계획도 세웠다.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40%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친환경 교통수단인 노면전차(트램), 바이오메탈 트램 등의 교통수단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원혜영 의원은 평가위원단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녹색정치인이다. 원 의원의 아버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유기농 단체인 ‘정농회’를 설립한 원경선 풀무원 원장이다. 1981년 원 의원은 아버지의 유기농 작물을 판매하기 위해 풀무원을 창업하면서 환경 전문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8년 7월 18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저탄소 에너지혁명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환경 관련 법안도 꾸준히 발의했다. 대표적인 법안이 ‘환경영향평가법 전부개정법률안’(2010년 3월 발의)으로 환경영향평가가 내실 있게 이뤄지도록 전문가와 주민의 참여를 확실하게 보장하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오는 9월에는 ‘걷는 길 지원 및 육성을 위한 법률’도 발의할 예정이다.

이미경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4대강 저지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도 끝내지 않고 4대강 사업 홍보에 들어간 것과 4대강 홍보에 정부 예산 97억원이 전용된 것도 밝혀냈다. 구제역 매몰지 현장 사진을 공개해 부실 매몰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해 주목받았다.

전재희 의원, 농산물 중금속 기준 마련
전재희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녹색정치인으로 선정된 유일한 여당 의원이다. 평가위원인 지영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정부의 반환경적인 정책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평가위원들이 그런 점에서 여당 의원에게 점수를 안 준 것 같다”면서 “이에 비해 전 위원장은 자신이 옳다는 정책을 소신껏 한다는 평가를 받아서 녹색정치인에 선정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평가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전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 때 제주에서 열렸던 ‘제2차 아시아 환경보건장관 포럼’(2010년 7월 14~16일)에서 보여줬던 모습이다.

당시 전 전 장관은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의 결과물은 제주선언으로 결실을 맺었다. 전 전 장관은 기후변화 건강적응대책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환경 관련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휴·폐광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중금속 관리 기준을 마련하라고 제기했고, 수돗물의 바이러스 검출에 대한 대책을 제기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 위원장은 “정치활동을 해보니 지구가 더불어 사는 공간이라는 절실함을 느낀다”면서 “자연을 적당히 이용하는 것은 좋지만, 자연과 더불어 인간이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활동이 중요하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에게 존엄성이 있다는 생각으로 정치활동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오래 전부터 원전 반대 활동을 벌여왔다. 17대 국회에서 부안 방폐장 문제를 주도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일반인들이 원전에 대해 큰 관심이 없던 때부터 ‘방사성폐기물관리법’(2005) ‘한국인 원자폭탄피해자 진상규명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2005) 등을 발의하면서 원전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2009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를 설립했고, 진보신당에서는 녹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조 대표는 “녹색당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할 정도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정치인이다.

민노당 홍희덕 의원은 노동 전문가로 꼽힌다. 국회에 입성한 후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짧은 시간에 환경 전문가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4대강 사업 반대 활동을 하면서 환경의식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민노당에서 4대강 반대 활동을 가장 활발히 하는 의원으로 꼽힌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질오염 총량제가 왜곡됐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멸종위기종 등 생태계 서식환경이 파괴된 사실을 폭로했다. 홍 의원은 현재 에너지대안포럼에 참가하면서 탈원전 정책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