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인터뷰어 제정임 교수 “출판사도 대담형식인지 몰랐다”

<안철수의 생각> 인터뷰어로 참여한 제정임 세명대 교수

<안철수의 생각>에 인터뷰어로 참여한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교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대안에 대한 생각에서 올바른 판단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반갑고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 교수는 “책을 내는 것까지가 내 역할”이라며 “기자들을 대신해 궁금한 것을 물어봤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7월 24일 방영된 안철수의 <힐링캠프>를 보셨나. 소감은 어땠나. 일부에서는 책과 내용이 거의 같다는 불만도 나오던데.
“책에 나온 이야기를 핵심 정리해서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힐링캠프> 방송 자체가 그런 경향이 강하고, 그것을 책을 읽은 상황에서 볼 때는 그 사람의 메시지를 명료하게 부각시키니까. 그것을 보고 감명을 받은 분도 있을 것 같고,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신선하게 받아들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라면 식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교수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이 발간된 7월 19일, 서울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책을 구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책이 출간된 지 며칠 지났다. 반향을 들어봤나.
“굉장히 놀랐다, 폭넓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놀랍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들도 있다. 반면 신문이나 방송의 사설·칼럼에다 살을 붙인 것 같다는 평가도 있었다.”

책 나오던 날 모 일간지 보도를 둘러싼 소동에 대해 들었다. 남편에겐 그날 아침까지 안철수 책 작업을 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하던데.
“그날 아침 출판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낮에 책이 나올 예정인데, 어디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모 일간지가 최종적으로 채택되지 않은 표지사진과 원고 일부를 가져가서 보도한 모양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모든 언론에 공평하게 릴리스를 하려고 했는데 사태가 터진 것이다. 나 같은 경우 남편이 신문사(경향신문사)에 있으니, 본인(남편)이 알게 되면 신문사 후배들에게 입수한 정보를 알리지 않을 수도 없고, 또 알고도 이야기를 안 하자니 신문사 사람들의 신의 문제로 괴로워할 것 같아 아예 이야기를 안 했다. 원래 개인적으로 짠 공개 시나리오가 있는데, 시나리오대로 안 되더라.(웃음)”

계약은 어떻게 했나. 계약서 상으로 ‘주변 지인에게도 비밀유지 엄수’ 이런 조항이 있었나.
“그런 것은 없었다. 계약 자체를 두루뭉술하게 했다. 출판사도 제가 안 원장과 같이 썼다는 것만 알았지, 대담 형식이라는 것을 몰랐다. 원래 안 원장이 김영사와 계약해놓은 것으로 안다. 계약도 6월 말에 했나, 출판 임박해서 했다. 출판사에서도 대담자가 누구인지 노출 안 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제가 USB를 넘겼는데, 일부 언론에 설명했지만, 최소한 일주일, 열흘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빨리 할 수 있을지는 몰랐는데,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됐다. 왜냐하면 일부 언론을 통해 ‘이번 프로젝트가 대담이며 대담자가 전직 기자라고 하더라’는 보도가 나갔고, 출판사에 기자들이 들이닥쳐 매일 진을 치고 인쇄소·제본소를 수배하는 상황이었다. 출판사가 보기에 도저히 일주일, 열흘을 끌 수 없는 사안이었다. 사상 초유의 작업이긴 한데, 사흘 만에 찍어보겠다고 이야기하더라. 그게 가능한지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게 됐다.”

책 잘 팔리고 있다. 스티브 잡스 자서전 팔리는 속도를 추월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사람들이 관심이 많았나보다. 사실 경제정책 같은 걸 담은 거라서 인터뷰할 때는 소재 자체가 딱딱해서 일부러 질문에 사적인 가정사도 넣었다. 노력은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딱딱하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읽을 걸로 생각하지 못했다. 초판이 나간 뒤 얼마 뒤에 다 팔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그만큼 안 원장이 무슨 말을 하나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은 것 같다.”

안 원장은 어떤 경로로 연락해온 건가.
“누구라고 제가 이야기할 수는 없는데, 어떤 분이 안 원장에게 <벼랑에 몰린 사람> 책을 선물했다고 한다. 저도 알고 그분(안 원장)도 아는 분이다. 그분이 말하길, 좋은 책이 나왔는데 안 원장이 복지문제에 관심이 있고 또 현장 상황을 궁금해하니 이 책을 한 번 보라고 보내준 모양이더라. 안 원장으로부터 ‘대학원생들이 이런 것을 만든 게 감명 깊다. 자세한 이야기를 만나 나눠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4월 중순에 만났다.”

제정임 교수 | 연합뉴스

첫 만남에서 대담 제의를 했나.
“만나서 그날은 책 이야기만 했다. 사실 나도 궁금한 것이 많았다. 대선 나올 것이냐, 그런 것을 막 물어봤다. 일단 복지나 그런 생각이 비슷한 것 같고, 제가 꼬치꼬치 물어보니까 인터뷰어로 하기에 기자 출신이기도 하니 적합하지 않을까 안 원장이 생각한 것 같았다.”

인상은 어땠나. 대통령 선거 나갈 것 같았나.
“맨 처음에 만났을 때는 반반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인터뷰를 한참 진행한 후에는 60대 40으로 바뀌었다. 나갈 가능성이 60% 정도? 나갈 수밖에 없는 가능성에 대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나가는 것에 조금 더 대비한다고 할까. 최종 결심은 아니지만 나가는 것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안 원장 본인은 나가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 아닌가.
“나가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은 것 같았다. 본인이 이야기하는 맥락만 유추해봐도 ‘책을 통해서 저의 생각을 소상히 설명할 것이다. 동의하는 분이 많으면 나갈 수밖에 없지만 내 생각과 다르다고 떠나면 저는 제자리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론의 반응이나 이런 것을 보면, 만약 안 원장이 말하는 게 말도 안 된다는 것이 많으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지를 한다면, 자기는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에 실린 사진은 누가 찍은 건가.
“출판사가 프리랜서 사진작가를 섭외해서 한 것 같았다. 저는 사진작업과 관련해서는 전혀 관여를 안 했다. 같이 있는 사진은 옆에 있던 직원이 똑딱이 카메라로 찍어준 것이다. 두 사람 사진이 하나는 들어가야 할 것 같다는 말이 나와서 찍은 것이다. 나머지는 전문적인 사진작가가 찍은 것이다.”

안 원장은 어떤 식으로 대담에 참여했나.
“늘 아이패드를 들고 온다. 참고자료를 바로 찾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바로 검색해서 ‘이게 경향신문 몇월 며칠에 나온 자료인데’라는 식으로 도표를 보여준다. 또 아이패드 메모장에 미리 내용을 적어서 오는 것도 같았다.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데, 개념이나 기사 같은 것 확인이 필요할 때 아이패드로 확인했다. 일정 관리도 아이패드로 하고. 안 원장이 저보다 나이가 많은 데도 온갖 IT 기기를 능숙히 다룬다.”

인터뷰를 해보니 앞으로 같은 일을 할 마음은 안 생기던가.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인식과 판단,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감을 많이 했다. 물론 나와는 차이가 있다. 복지를 어떤 방향으로 확대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나는 더 급격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분은 단계적으로 온건하게 현실주의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보인다. 속도나 강도에서 차이가 있다. 어쨌거나 전반적인 방향에서 안 원장의 생각에 대해 공감할 만한 부분이 많다. 올바른 판단력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거다. 말하는 것에 복선을 깔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제가 하는 일이 너무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쪽 일과 관련해서 도와주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안 원장이 앞으로 정치를 하든, 그냥 현실에 영향력이 있는 지식인으로 머무르든 이만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반갑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 원장에 대한 전반적 인상은 어땠나.
“처음에는 재미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 원칙에 충실하고, 신호등 지키고 그런 이야기하면서 사적인 이야기나 어렸을 때 이야기, 아이 키우는 이야기, 영화이야기 같은 걸 하는데, 대개 썰렁한 편이지만, 유연하고 소탈한 면도 있다. 호감을 느끼게 되더라. 고집이 세지는 않았다. 꼭 이래야 한다는 것이 없고, 다른 의견이 있으면 자기 의견을 합리적으로 제시했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진행됐다. 자기 의견을 내세우거나 고집하는 것이 적다. 의외로 유연하고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남편 모르게 책을 쓰는게 가능한 건지.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부분이다.(웃음)
“내가 일을 미뤘다가 한꺼번에 하는 사람이다. 메모는 인터뷰하면서 충실하게 했고, 6월 말까지 학교 일 때문에 바빠서 쌓아놓았다. 실은 우리 부부가 서재에 컴퓨터를 나란히 놓고 작업한다. 그런데 남편이 옆에 있으면 원고를 쓸 수 없다. 덥다는 핑계로 컴퓨터를 들고 나가서 작업을 했다. 남편 눈에 혹시 뜨일까 조심하면서, 남편에겐 미안하다고 느낀다.”

전국 순회 북콘서트 같은 걸 하면 동행할 생각인가. 원래 책의 인터뷰어인데.
“원래 일정이 바쁜데 이 일정이 끼어들어 왔다. 책 때문에 일을 많이 미뤘다. 노예처럼 이번 방학을 보낼 수밖에 없다. 설사 대외적인 행사를 하더라도 같이하기 힘들다. 책을 내는 데까지가 내 역할이다. 저는 기자들을 대신해 궁금한 걸 물어본 거다. 내 역할은 잘 정리해서 책 내는 데서 끝났다고 생각한다. 원래 하는 일이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다. 기성 상업언론이 하기 힘든 탐사보도를 다루는 단비뉴스도 잘 키워보고 싶고. 책 내는 거 도와드린 거 외에 다른 뜻은 처음부터 없었다.”

엮은이 제정임은 누구

<안철수의 생각>이 주목을 끌면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 함께 책을 만든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에게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 원장과 제 교수의 대담을 엮은 이 책에서 제 교수는 안 원장의 인생과 비전, 한국 사회의 문제에 대한 생각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았다. 안 원장이 제 교수에게 대담 진행을 요청하기 전 읽었다는 제 교수의 책 <벼랑에 선 사람들>도 덩달아 독자들의 시선을 받고 있다. 제 교수는 안 원장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안 원장이 <벼랑에 선 사람들> 얘기부터 꺼냈다고 말했다. “안 원장 자신의 고민과 시각이 책의 문제의식과 같은 것이라 반가웠다면서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쓴 기사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제정임 교수의 책 <벼랑에 선 사람들> | 경향신문

그러나 안 원장이 처음부터 대담집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제 교수는 “안 원장이 원래는 청년층에 대한 멘토링 에세이를 낼 생각이었고 원고도 거의 준비가 됐는데, 안팎에서 가지는 관심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 대담집을 내기로 했다. 만일 안 원장이 출마를 결심하면 정책전문가들과 소위 ‘대선 공약집’을 낼 수도 있겠지만 이 대담집은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안 원장의 ‘생각’을 정리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안 원장이 읽었다는 <벼랑에 선 사람들>은 제 교수가 주간을 맡고 있는 ‘단비뉴스’의 취재팀과 함께 쓴 책이다. 단비뉴스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들이 취재진을 이루고 교수들이 편집을 맡은 비영리 온라인 매체다. 2010년 6월 창간 이후 1년 6개월가량 연재한 기획기사를 묶은 이 책은 한국 사회의 5대 불안으로 근로빈곤·보육·주거·의료·부채 문제를 꼽고 있다. 제 교수는 책의 머리말에서 “소외계층의 고통과 절망이 한계수위에 이르렀는데도 정치권과 언론이 수박 겉핥기만 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기획을 시작했다고 썼다. 안 원장이 이 책에서 읽어낸 문제의식은 바로 이러한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기자 생활 거쳐 세명대 교수로 재직
책에서 대학원생인 기자들이 농산물 도매시장 일꾼에서부터 청소용역업체에 이르기까지 2~3주씩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노동현장과 노동자의 생계문제를 다룬 기사에는 현장의 냄새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 교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판매가 다시 급증해 최근 3쇄까지 찍게 됐다.

제 교수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경향신문과 국민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서울대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세명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경제분야 전문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안 원장과의 인연으로 그 역시 정치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은 없을까. 안 원장의 발언처럼 제 교수의 답변도 ‘모범적’이었다. “안 원장과 대담집에 대해 논의하면서 언론인으로서 치우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앞으로의 목표도 언론인으로서의 목표다. 단비뉴스처럼 기성언론이 담지 못하는 내용을 알릴 수 있는 비영리 공익언론, 재정·조직·인력 등을 보강한 탐사보도 중심의 공익언론을 만들고 싶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정용인 기자 inqbus@kyh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