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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코리아, 너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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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꿈에 젖어 자만했던 인터넷 강국. 곳곳에 위험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웹2.0으로 무장한 구글이 한국 진출을 본격화한다면 우리 포털의 몰락은 시간문제라는데… 무엇이, 어떻게, 왜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을 위협하는가?

[커버스토리]인터넷 코리아, 너 떨고 있니?

다섯 가지 위기징후
1 기반기술과 철학 다지지 못해
2 인터넷산업 포털중심 다양성 상실
3 포털, 폐쇄적인 자신의 성만 구축
4 사용자는 정보의 소비자로 전락
5 웹혁명, 소수 전문가만 열광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인터넷강국 대한민국’이라는 구호의 허상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물론 인프라는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3~4년 이상 앞서나간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약발도 이젠 다했다. 위기의 징후는 다섯 가지다. 첫째, 기반기술과 철학을 다져야 할 때 한국은 ‘세계 최고’의 꿈에 젖어 자만했다. 둘째, 글로벌 브랜드 강화에 실패한 포털들은 내수시장 장악 혹은 탈환에 몰두했고 그 결과 인터넷산업은 포털 중심으로 재편돼 다양성을 상실했다.
셋째, 수익모델 극대화를 위해 포털들은 관문으로서의 역할이 아닌 폐쇄적인 자신의 성을 구축, 사용자들을 가뒀다. 넷째, 사용자들은 먹기 좋게 포장된 포털의 휘발성 정보를 소비하기 바빴고, 정보의 소비자를 넘어 생산자로서 기여하지 못했다. 다섯번째, 웹 2.0을 화두로 한 글로벌 웹 혁명에 일부 사용자는 열광했지만, 소수 전문가들의 ‘컬트’로 그칠 공산이 크다. 글로벌 웹기업들은 비록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관망하지만, 원한다면 한국시장을 손에 넣는 것은 간단해졌다. 어쩌면 불과 몇 년 후 호사가들은 ‘산업화도 늦었지만, 정보화도 늦고 말았다’라고 2007년 오늘을 기록할지도 모른다.

“한국이 인터넷강국이었던 적이 있었던가요.”
김중태 마이엔진 이사의 말이다. 벤처기업의 이사라는 직함을 갖고 있지만, 그는 웹 또는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 블로거들이 웹에서 형성한 공론장)에서는 ‘김중태문화원’이라는 웹 사이트의 운영자로 더 유명하다. 한국에서 최초로 웹 2.0을 소개한 저서 ‘웹 2.0시대의 기회, 시맨틱웹’이라는 책을 내기도 한 그는 컴퓨터 관련도서만 20여 권 넘게 쓴 전문가이자 대중저술가다. 인터넷강국이 아니라니.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낸 신화 또는 공상에 우물안 개구리처럼 갇혀 있었던 걸까.

인터넷강국 한국의 추락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실례가 있다. 전 세계 인터넷 사이트의 트래픽 조사기관인 알렉사(www.alexa.com)의 랭킹 순위에서 한국토종기업들의 퇴조가 뚜렷하다는 것. 2007년 5월 11일 현재 랭킹 100위 안에 든 기업은 83등에 등재된 네이버 하나뿐이다. 다음은 158등, 네이트는 178등이다. 불과 3~4년 전,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다음과 네이버가 항상 1등에서 2~3등을 번갈아 차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세계 트래픽 랭킹 순위서 급락

지난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이곳에서 열린 웹 2.0 엑스포에 참여한 웹통계업체인 힛와이즈(HitWise)는 사용자의 웹 참여가 지난 2년 동안 668%라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행사에서 블로그 전문검색기관인 테크노라티가 발표한 분석자료도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일본어로 된 블로그가 37%를 차지해, 영어로 된 블로그(33%)를 추월했다는 점이다. 무언가 지금 인터넷에선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에 사는 우리들에겐 그 변화의 양상이며, 방향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왜일까.

그렇다고 한국의 인터넷에서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최근 2~3년간 한국 인터넷업계 판도 역시 극적으로 변했다. 라이코스를 인수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던 주식회사 다음은 네이버에 발목을 잡혀 국내시장의 2인자로 내려앉았다. 네이버는 공중파TV 오락프로그램에서도, CF에서도 연두색 테두리의 검색창을 끼워 팔면서 ‘검색은 곧 네이버’라는 도식을 대중들의 머릿속 깊숙이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궁금하다구? 네이버에게 물어봐”라는 광고문구는 국민들의 실생활 속 관용어가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조사기관에 따른 편차가 있지만 네이버는 검색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했고 심지어는 80%를 넘어섰다는 보고까지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오싹한 일일 수도 있다. 생각해보라. 국민 10명 중 7명 또는 8명이 컴퓨터를 켜면 습관적으로 네이버로 가고 있다는 것 아닌가.”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지적이다.

에이스카운터가 2006년 주요 검색엔진 유입률을 분석한 결과 네이버가 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징소프트>

에이스카운터가 2006년 주요 검색엔진 유입률을 분석한 결과 네이버가 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징소프트>

실제로 네이버의 검색 결과는 사려 깊다. 네이버 검색창에 ‘역삼역’을 치면 지하철 노선도을 비롯해 버스번호, 역삼역 가는 길을 묻는 지식in의 검색 결과, 블로그에 올라온 역삼동 맛집, 카페에 올라온 역삼동 부동산 정보, 역삼동이 언급된 웹 사이트와 뉴스, 그리고 역삼동에 얽힌 내용이 담긴 책 정보까지 다채로운 읽을거리를 한꺼번에 던져주고 있다. 게다가 웹 사이트 정보를 제외하곤 그 모든 걸 ‘네이버’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했다. 굳이 다른 곳을 찾을 필요 없이 ‘네이버 안에서 놀면 된다’.

“한국의 사이버 문화를 관찰하다 보면 정체된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 이유는 모든 사람이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걸 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도 예외가 아니다. 재미있는 뉴스나 글이 올라오면 서로 퍼오고, 어떤 이슈가 터져도 우리는 다 집중적이다. 하나의 이슈가 전 국민의 관심을 끌면서 반짝 떴다가 사라지고 또다시 새로운 이슈가 터지면 또 그곳으로 몰려가는 동질성의 문화가 한국의 특징이다.” 고동현 박사(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말이다.

황재선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책임연구원 역시 ‘인터넷 강국론’에 회의를 던지는 김중태 이사에 동의한다. “굳이 말한다면 브로드밴드 확산의 강국이었다고는 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인프라가 강했죠. 한국 사람의 특성상 서비스가 떴을 때 몰린다든가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성토하는 데는 강국이었지만 기반기술이나 인터넷시장을 실제로 들여다보면 과연 강국이라고 할 수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김 이사의 말을 덧붙이면 그나마 ‘인터넷 망 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인프라의 영역은 실제 외국에 비해 3, 4년 빨랐지만, 그 기회를 자국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소비’하는 데 다 써버렸다는 것이다.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들 역시 국내 시장에만 안주했을 뿐 자사의 브랜드를 세계적 브랜드로 만드는 데 소홀했다는 것이 김 이사의 주장이다. “사실 인터넷 강국이 되려면 기반기술과 기술을 이끌어갈 철학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자만하지 않았나요. 예를 들어 AJAX기술이 나왔을 때 우리나라 개발자들은 ‘거 말 풍선 나오고, 창 잡아끄는 것은 이미 다 한 거예요. 우리가 앞선다니까요’는 식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기 전에 기반기술이 되는 자바스크립트나 파이톤 같은 것을 누가 만들어낸 사람이 있었습니까.” 쓰라린 지적이다.

지난 2~3년간 한국사회가 포털이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에 푹 빠져 있을 때 한국 밖의 인터넷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일어 블로그, 영어 블로그보다 많아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웹 2.0 콘퍼런스에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가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웹 2.0 콘퍼런스에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가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2004년, 팀 오라일리의 미디어행사에서는 웹(www, 월드와이드웹)이 탄생한 지난 11년 동안 가장 강력한 ‘화두’가 탄생하고 있었다. 오라일리의 부사장 데일 도허티는 “닷컴 거품 붕괴 후 살아남은 기업들, 예컨대 구글이나 아마존, 이베이, 야후 등의 공통점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들의 공통점을 ‘웹 2.0’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참여와 개방, 공유라는 공통점을 지니며, 이용자 참여 중심으로 인터넷환경이 진화하는 과정에 적응하고, 또 선도했기 때문에 이들 기업이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소위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AJAX나 RSS, 트랙백, 태그 등 웹 2.0을 뒷받침하는 기술뿐 아니라 집단지성, 롱테일, 매시업 등 설명 논리도 차례차례 제시되었다. 이준영 트레이스존 컨설팅 대표는 “웹 2.0(web 2.0)이라는 관용구는 아마도 21세기 전 세계 IT 업계에서 최고의 히트작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한다.

비록 선험적이고 이론화되기 힘든 경험적 개념이지만, 웹 2.0이 제시한 ‘영감’은 이내 ‘열정’으로 변했다. 인터넷을 자유의 새로운 공간으로 간주했던 초기의 열정이 웹 2.0의 개념을 지렛대 삼아 다시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웹 2.0은 이제 디자인 2.0, 마켓팅 2.0, 엔터프라이즈 2.0 등 다양하게 분화되어 새로운 기술과 철학이 결합되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다시 한국은 이 세계사적 웹 조류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웹 2.0 이야기는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이나 기업체에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인지는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한국의 기업문화에서는 특히 수용되기 어렵죠. 빠른 의사결정이라던가 투명한 개방은 2007년 한국의 조직사회에서 일어날 수 없는 게 사실 아닌가요. 기껏해야 IT를 선도하는 사람 또는 파워유저만 열광하는 게 현실이라고 봅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니 다시 포털 서비스로 수렴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죠.” 황 연구원의 말이다.

웹 2.0 논의에서 항상 중심에 서서 화제를 몰고 다니는 기업이 있다. 바로 구글(Google)이다. 1998년 창립해 아직 채 10년이 안 된 구글은 여러 분야에서 놀라운 기록갱신을 거듭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국제시장연구조사기관인 ‘밀워드 브라운 옵티머’가 공동 선정한 ‘2007 가장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에 구글은 660억 달러로 1위로 선정됐다. 지난해보다 2배 정도 상승한 기록이다. 구글은 지난해 ‘유튜브(Youtube)’를 16억5천 달러에 인수합병했다. 유튜브는 ‘타임’지가 ‘2006년의 발명품’으로 선정하기도 한 동영상 공유사이트로 하루 평균 1억 건의 페이지뷰와 1억 3천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글로벌 사이트다. 지난 4월 중순, 구글 관련 뉴스가 다시 전 세계 주요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경쟁자인 MS사를 제치고 온라인 광고대행사인 ‘더블클릭’을 인수한 것이다. 인수금액은 유튜브의 두 배에 달하는 31억 달러. 도대체 구글은 무슨 밑천으로 저런 ‘돈 잔치’를 벌이는 걸까. 비밀은 구글 밖 페이지에서 수익을 배분하는 분산형 광고다.

“네이버가 수천 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지만 결국 그것은 네이버에 가야만 볼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은 다르다. 쉽게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자기만 먹겠다는 욕심에 1천만 원을 먹는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그것을 1백 군데로 나눠 달고 수익을 절반씩 나눠 가진다고 치자. 어떤게 더 남는 장사인가” 김 이사의 설명이다. 구글 수익의 대부분은 광고다. 지난해 2분기 매출은 24억3천만 불. 이 수치는 분기마다 수십% 단위로 증가하고 있다. 구글 애드센스는 웹 2.0이라는 진화방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시장 안주 세계브랜드화 소홀

막강한 기술력과 그를 뒷받침하는 자본을 가진 구글이 만약 한국상륙을 시도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황용석 교수는 비록 기술력에서는 구글이 앞서 있지만 언어와 문화의 장벽 때문에 서비스시장 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의 논거를 들어보자. “이미 시장 트래픽의 70% 이상을 두 개 포털이 나눠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맞게 커스터마이즈를 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게다가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른 데로 옮길 때 전환비용(switch cost) 발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글로벌기업의 견지에서 한국시장이 그만한 비용을 치러가며 탐낼 만큼 크지 않다. 결국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 외에 굳이 구글이 한국시장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황 교수는 국내 포털들이 기술력을 앞세운 구글에 비해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기술력의 부족을 인력 투여로 해결해왔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구미에 맞게 검색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만들어 왔기 때문에 나름의 정교한 검색 결과를 보여줄 수 있었지만 결국 관리와 오퍼레이션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포털 측은 어떤 반론을 펼까.
“오해다. 하루에도 몇 천만 건에 이르는 검색 결과를 사람의 손으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콘텐츠 검색은 직접 만들지만 실제 검색기술은 우리가 앞서가는 부분도 있다.” NHN 홍보팀 이경률 과장의 말이다. 이어 그는 “웹 검색은 구글이 강한 것은 맞지만, 한국어로 된 문서를 우리나라 인터넷 인프라에 맞게 제공하는 것은 우리가 더 잘한다. 구글의 시장점유율은 검색 페이지뷰로 볼 때 2~3%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실제 에이스카운터가 내놓은 지난 3월 국내검색 유입률을 보면 구글은 1.68%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기간 네이버의 점유율은 72.1%를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한 해석을 놓고, 일각에서는 “독특한 쏠림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은 글로벌기업의 무덤”과 같다는 평가도 내놓았지만 김중태 이사는 “1.68%’이나’”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네이버 측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개발자라면 구글의 기술력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는데 일부 기술의 우위 주장은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는 “현재 진출할 의지가 없어서일 뿐, 시장 상황의 변화 등으로 구글이 한국 진출을 본격화한다면 한국 토종포털들이 몰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포털이 떠먹여주는, ‘먹기좋게 가공된 정보’에 안주해온 한국 네티즌 문화의 문제도 지적된다. 다음은 황 교수의 말이다. “역사적으로 돌아볼 때 우리는 수다 떨고 간섭하기를 좋아하는 문화지만 숙의해서 결정하는 문화는 부족해요. 그렇다 보니 대중성이 높은 지식은 대량으로 유통되는 반면, 깊은 전문적인 지식은 유통이 안 됩니다. 매스미디어의 강력한 영향력과 특히 엔터테인먼트가 정보의 오락화를 부추기는 것도 특징입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스스로 찾아 기여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도 네이버를 찾아서 카피하는 식이니 지식 수준이 업그레이드되지 않는 거죠.”곱씹어봐야 할 주장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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