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서민주택정책 ‘허둥지둥’

무분별한 재개발로 전세 대란…

‘보금자리’는 임대주택 확대 방침과 어긋나

보금자리 주택 사전예약 접수 공고 예정지인 서울 우면동 일대 비닐하우스. 보금자리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공공임대 주택의 확대 정책과 어긋나면서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이라는 취지가 빛을 바랬다. <김정근 기자>

이명박 정부가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8월23일 발표한 ‘전세대란 대책’과 8월27일 나온 ‘보금자리 주택 확대’ 정책이다. 특히 주변 시세의 50~70% 분양가가 매겨지게 되는 보금자리 주택은 ‘로또’로 불리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관심을 끈다는 측면에선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요즘 서울지역은 ‘전세 대란’으로 불릴 만큼 전세금이 폭등하고 있다. 하룻밤 자고 나면 전세금이 1000만원 이상 오른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8월 한 달 동안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을 통한 전세자금 대출보증 금액이 3744억원이라고 9월3일 발표했다. 7월보다 3% 늘어난 수치다. 한편 신규 보증 이용자수의 경우 7월에는 1만811명이던 것이 8월에는 1만713명으로 1% 감소했다. 이용자수는 감소했지만 금액은 증가한 것이다. 전세금이 올랐다는 것이다.

멸실주택은 느는데 공급은 부족
전세금이 오르는 이유는 멸실 주택은 늘어나고 있는데 공급이 그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주거정책자문위원회는 지난 1월 ‘소형주택 멸실·공급 현황’을 분석하면서 전세대란을 예고하기도 했다. 서울시주거정책자문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소형 저가 주택 공급량이 2008년 1만1669호였고, 2009년에는 1만1074호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멸실 주택 수는 2008년 1만8098호이던 것이 2009년 3만1061호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이유는 무분별한 재개발 정책 때문이다. 세종대 변창흠 교수(행정학과)는 “뉴타운 재개발 등으로 인해 기존의 전세 주택, 특히 저렴한 소형주택이 많이 사라졌다”면서 “주택은 최근 3년 동안 10만호가 멸실됐지만 공급은 6만호에 그쳤다. 여기에 서민이 무리해서라도 아파트 전세를 들어가려다 보니 전세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전·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택기금 전세자금 지원 확대 ▲민간 전세대출 보증한도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규제 완화 ▲국민임대 등 공공물량 조기 공급 등 대책을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국민임대 확대 공급’은 ‘보금자리 주택 확대’ 정책과 서로 어긋난다. 지난 8월27일 정부가 발표한 보금자리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해 서울 강남과 서초, 고양 원흥, 하남 미사 4개 시범 지역에 총 5만5000호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주변 시세의 50~70% 분양가로 공급되는 보금자리 주택은 4만호가 건설될 예정이다. 참여정부 시절 개발제한구역 해제 지역에는 공공임대주택만 건설할 수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개발제한구역 해제 지역에 공공임대 주택과 일반분양 주택을 함께 건설하는 방향으로 바꾼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공임대 주택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 보금자리 주택 시범지구 4곳에서 임대주택과 보금자리주택 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공공임대 주택 비율이 그리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과의 한 서기관은 “예전에는 개발제한구역에 공공임대 주택만 짓게 된 것을 이번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시작하면서 임대주택 비율을 줄인 것이다”면서 “그러나 임대 수요보다 집을 사려는 수요가 더 많다는 것도 고려해야 하고, 임대주택은 줄었지만 총주택 물량은 늘어난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남은경 부장은 “참여정부는 국민임대특별법을 통해 개발제한구역에 임대 50%, 일반분양 50% 비율로 주택을 짓게 했다”면서 “이번 4개 시범지구에서 보금자리 주택을 짓게 되면 공공임대 주택은 약 7000호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임대주택은 줄어들고 일반분양 주택만 늘어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남 부장은 “이번 보금자리 주택은 전세대란 해결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단언했다. “정부는 공급정책만 써서 해결하려고 하지만 교통난 해결을 위해 도로를 만든다고 교통난이 해결되겠는가. 공급정책뿐 아니라 수요관리 정책도 함께 써야 한다”는 것이다.

수요 관리 정책도 함께 힘써야

철거작업이 진행 중인 용산 재개발 4구역. 뉴타운 재개발 등으로 주택 멸실이 많아지면서 전세 주택이 많이 사라졌지만 저렴한 전세주택의 공급량이 부족해 전세대란이 일어났다는 분석이 높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토해양부의 ‘공공임대주택건설현황’을 살펴보면 공공임대 주택은 2007년에 14만6000호가 건설됐지만 지난해에는 11만6000호만 건설돼 크게 줄었다. 주택보급률을 살펴보면 2002년을 기점으로 100%를 넘어가기 시작했다. 2005년 주택보급률은 105.9%였지만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주택을 소유한 가구 비율을 말하는 ‘자가보유율’은 2005년 55.6%에 불과했다.

경실련 남 부장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제재나 세금을 완화 또는 폐지한 탓에 주택 소유자가 마음대로 전세금을 올릴 수 있게 만든 측면도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전세금이 오르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러다가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대 김수현 교수(도시부동산대학원)도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은 한쪽에서는 보금자리 주택 등을 통해 공급을 확대한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재개발한다고 부수는 것이다”면서 “공급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것은 환상이며, 보금자리 주택이 특정계층에게만 혜택을 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8월25일 ‘2009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장기주택마련저축(장마저축)에 대한 비과세 적용 시한을 2012년까지 연장하지만 소득공제는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장마저축은 불입금액의 40%, 연간 3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 혜택을 받아왔다. 주 가입자는 집 없는 서민과 연말정산을 받으려는 직장인이었다. 2006년 이후 본격적으로 판매됐으며, 가입액 규모는 14조7000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한편으로는 서민의 혜택을 줄이는 정책을 발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친서민 주택정책을 발표한 꼴이 됐다. 은행권과 장마저축 가입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기획재정부 윤영선 세제실장은 “소득공제 폐지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해 발표하겠다”면서 “기존 가입자에 대한 신뢰 보호라든지 어려운 서민 계층을 감안하는 부분 등을 고민해 반영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친서민을 표방하면서 내놓은 주택정책의 미비점을 어떻게 보완할지 두고 볼 일이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